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인스타그램 보기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키즈

매거진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정물화 같은 생명체를 찾아서

글 : 힉스 워건 사진 : 줄리아 하이노츠키

한 사진작가가 자연을 이루는 작은 요소들을 더 잘 감상하기 위해 캐나다 전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생태계의 모습을 포착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개구리처럼 쪼그려 앉은 자세로 걷기. 보통 15분 정도 걸리는 오솔길을 네 시간 만에 통과해 개인 최고 기록 세우기. 줄리아 하이노츠키는 자신의 느리고 틀을 벗어난 도보 여행 방식을 이렇게 설명한다. 캐나다 캘거리 출신의 이 사진작가는 해마다 몇 주 동안 캐나다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야생 지역에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이동한다. 다른 방문객들이 서둘러 지나가는 동안 하이노츠키의 시선은 이끼나 버섯 위에 머문다. 그러나 간혹 도보 여행자들이 걸음을 멈추고 그녀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묻기도 한다. 하이노츠키는 기꺼이 설명해준다. 결국 그것이 그녀가 하는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하이노츠키는 각각의 생태계를 조사하고 대표 생물체를 채집한다. 거머리말과 달팽이의 빈 껍데기, 밴쿠버섬에 있는 퍼시픽림 국립공원의 한 해변에서 얻은 캘리포니아홍합 등 사진 속 생물체들은 그녀가 스캐너 작업을 위해 배열해놓은 것이다.
하이노츠키는 2017년에 2.5m 길이의 이동식 트레일러를 설계하고 제작했다. 진녹색으로 칠해진 이 트레일러에는 침대와 야영용 주방, 쌍안경, 손잡이가 달린 확대경, 채집 허가증, 현장 안내서 등 현장 작업에 몰두하는 데 꼭 필요한 물품들이 구비돼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바로 채집에 관한 하이노츠키의 윤리적 원칙이다. 그녀는 희귀종이나 살아 있는 동물이 아닌 개체수가 풍부한 종 혹은 죽었거나 버려진 생물 중 최소한의 개체만을 채집하고 작업이 끝나면 다시 자연에 돌려 놓는다.
 
피에르그레이스레이크스 주립공원에서 가져온 생물체에는 로지폴소나무의 솔방울과 솔잎, 미국지빠귀의 알껍데기 일부가 포함돼 있다. 하이노츠키는 침실과 실험실, 사진 작업실 등 세 가지 역할을 하는 트레일러를 끌고 여행한다.
하이노츠키가 고해상도 스캐너를 활용해 만든 사진은 캐나다 풍경의 축소판이며 그녀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최후의 심판에서 우리는 모두 나무가 될 것이다’의 일부다. 그녀는 이 사진들이 아직 생명체가 살아 있을 때 만들어진 정물화라고 설명하면서 “비통함과 어두움, 애석함”을 담고 있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 사진들은 매혹적이기도 하다. 이 사진들은 보는 이들에게 속도를 늦추라고 말하는 듯하다. 경이로운 눈으로 자연계를 바라보고 하루 속히 보호하라고 말이다.

포토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