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의 빙상이 모두 녹아버리기 전에 그 안에 갇혀 있는 역사적인 정보를 되찾을 수 있을까?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2022년 여름, 보통은 황량한 그린란드 빙상 위에 작지만 부산한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줄지어 늘어선 빨간 텐트들이 바람에 펄럭였고 가끔 LC-130 헤라클레스 화물기가 식량과 연료, 장비를 실어 날랐다. 그러나 이곳의 주요 활동은 지표면 아래로 10m 지점, 작업자들이 여러 주에 걸쳐 사슬톱으로 얼음을 뚫어 만든 터널망 속에서 남모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오리털 재킷을 껴입은 연구원들이 눈 덮인 터널 안에서 밤낮없이 고된 작업을 이어가는 동안 거대한 시추 장비가 회전하며 아래로 파고들어가 빙상 아래 가장 깊은 곳에서 코어 시료와 그 속에 담긴 비밀을 추출했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과거 기후를 알아내기 위해 극지의 빙상에서 빙하 코어 시료를 채취한다. 2019년에 그린란드에서 채취한 이 시료에는 베데 화산재 층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약 1만 2000년 전 아이슬란드의 카틀라 화산이 분출했을 때 남은 잔해일 가능성이 크다.
이 원통 모양의 빙하 코어는 각각의 지름이 풀누들(수영장에서 사용하는 긴 원통형의 부력 보조용품)만 한데 일부는 10만 년 동안 햇빛을 보지 못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닐스보어 연구소 소속의 빙하학자 외르겐 페데르 스테펜센은 이 빙하 코어들이 투명하고 흠이 없어 “창문 유리 같다”고 말한다. 그는 동료 빙하학자 도르테 달-옌센과 함께 캠프의 일일 업무를 감독한 인물이다. 북극과 남극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과학자들은 이 얼음 시료가 과거를 보여주는 희귀한 자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극지방의 얼음이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이 같은 자료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