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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에 얽힌 갖가지 사연들

글 : 캐시뉴먼 사진 : 미첼 파인버그

우리는 신발을 통해 기분을 표현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영국에선 절대 안 팔릴 거예요.” 실크와 모피로 만든 뮬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며 구두 디자이너 마놀로 블라닉이 말한다. “아시죠? 영국 사람들. 동물 권리 보호. 여우 사냥도 반대하고 새 사냥도 안 되고. 미친 짓이지.” 블라닉이 발끈한다. “영국인들은 이런 신발을 사지 않죠. 토끼 같은 작고 불쌍한 동물들은 잡아먹으면서 말이죠.”


이 구두가 동물보호론자의 심기를 건드릴지는 모르지만 애지중지하며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난다. 강아지처럼 목줄도 걸어 주고 잘 때는 꼭 껴안고 자고 말이다. 이런 것이 바로 ‘마놀로 블라닉 표’ 하이힐이다. 블라닉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동화에나 나올 법한 신발들을 디자인했다. 인조 다이아몬드, 깃털, 번쩍이는 스팽글, 단추, 나비 매듭, 구슬, 고리, 체인, 리본, 자수 실크, 산호 조각, 레이스, 모피(블라닉에 의하면 농장에서 사육하는 동물), 악어 가죽, 타조 깃털. 유니콘의 갈기만 없다 뿐이지 그야말로 온갖 재료를 다 쓴다.


블라닉 자신도 아주 특이한 인물이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한다. 풍부한 감성을 드러내는 미사여구와 화려한 매너에 한 올도 흐트러짐 없이 깔끔하게 뒤로 넘긴 은발, 격자무늬 더블 재킷, 자주와 노랑, 하양이 어우러진 니트 넥타이, 파란 셔츠 소매 밑으로 살짝 보이는 빨간 악어 가죽 밴드의 스위스제 금시계. 이보다 더 우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거기다 밀라노에 있는 그의 공장에서 특별 제작한 275mm 옥스퍼드(발등에 끈을 매는 신사용 단화)를 신고 있다.


블라닉이 구두 디자인에 발을 들여놓게 된 사연은 유명하다. 제네바에서 미술과 문학을 전공한 블라닉은 뉴욕의 패션계 인사들과 알고 지냈는데 그중 한 사람이 ‘보그’의 전설적인 편집장 다이애나 브릴랜드였다. 블라닉의 의상 스케치를 살펴보던 브릴랜드는 지나가는 말로 액세서리, 즉 예쁘장한 것들을 디자인해 보라고 권했다. 이렇게 해서 블라닉은 구두 디자인을 시작했다. ‘마놀로’는 ‘섹스 앤 더 시티’ 드라마의 상징이 돼 버렸고(여주인공 캐리가 그동안 구두 사 모으느라 쏟아 부은 돈으로 뉴욕에 있는 아파트 한 채 계약금을 치르고도 남았겠다며 자조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이힐의 대명사가 되었다.


숙녀 분들은 유념하시라. 마놀로가 죽으면 더 이상 ‘마놀로 표’ 구두는 없다. 그에게는 상속인도, 수제자도 없다. 루이비통 같은 명품업체가 그의 회사를 인수하려고 대기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블라닉이 거대한 신발 상자 같은 관에 묻혀 하늘나라로 가 버리면 마놀로는 끝이다. 블라닉이 직접 디자인한 마놀로 브랜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크리스찬 디오르(1957년 사망), 코코 샤넬(1971년 사망), 로제 비비에르(1998년 사망)의 경우 다른 디자이너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브랜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60년 사망한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제국이 후손들의 손에서 아직도 건재한 것을 보라. 그러나 마놀로는 영영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블라닉이 벌떡 일어나더니 한 이탈리아인의 사진을 들고 온다. 1914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로 이주해 할리우드 스타들의 구두를 만든 페라가모의 사진이다. 페라가모는 그레타 가르보, 리타 헤이워드, 소피아 로렌의 구두 골에 둘러싸여 넓적한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다. 블라닉이 말한다. “이 얼굴을 보세요. 천생 농사꾼이에요! 재능은 놀라운데 영락없는 시골뜨기죠.”

 

페라가모는 스타일이 전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신발은 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구두가 발을 고문한다는 불평에 대해 블라닉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말은 처음 들어 보네요. 여자들은 내 구두가 마음에 든다고 하던데. 내 구두를 한시도 벗지 않는다는 여자도 있어요.” 블라닉의 답변이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몸을 조이는 코르셋처럼 신발도 ‘발의 코르셋’이어야 할까?
“예. 코르셋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코르셋이죠.”

 

갑자기 블라닉의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전날 대지진으로 파키스탄에서 7만 3000명이 죽고 숱한 사람이 다치고 마을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좀 당혹스럽군요.” 블라닉은 말한다.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나는 이따위 짓이나 하고 있으니.” 그는 참회라도 하듯 이마를 탁 치더니 벽장문을 열고 구두 한 켤레를 꺼낸다.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여제에게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신발”이라고 설명하며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자수 실크, 벨벳 리본, 친칠라 모피로 만든 환상적인 작품이다. 화려하고 강인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금방 부서질 듯 여리다.

 

아무리 그래도 신발은 신발일 뿐이다.

블라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맞아요. 하지만 이것을 신는 여성에게 어떤 탈출구를 제공할 수 있다면, 잠시나마 누군가에게 작은 행복을 안겨 준다면 신발 이상의 의미가 있겠죠.”


 *나머지 내용은 책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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