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그래스프레리
글 : 배를린 클린켄보그 사진 : 짐 리처드슨
미국 캔자스 주 플린트힐스의 대초원이 산불로 새로워진 대지를 단단히 움켜잡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미국인들은 항상 가능성의 땅에서 살아왔다. 시인 월트 휘트먼이 노래한 대로 “희망의 푸른 천으로 짜여진” 초원이 있는 곳이 바로 미국 땅이다. 땅이 있으면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며 현재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 인간의 습성이다. 그 결과 자연은 우리의 욕심 아래 묻혀버릴 때가 많다. 캔자스 주에 있는 플린트힐스를 이해하기 힘든 것도 그 때문이다. 플린트힐스는 미국에 마지막 남은 대규모 톨그래스프레리다. 이곳은 더 이상 미주리 강 동편 어딘가에서부터 우마차를 타고 힘겹게 여행해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온갖 종류의 길이 다 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막상 이곳에 도착해서 플린트힐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석영과 석회암으로 된 저지대 순상지에 오르거나, 언덕 위에 올라가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세찬 바람을 맞고 서 있어 보라. 무엇이 보일까?탁 트인 하늘, 광활한 대지, 끝없는 지평선이다. 그러나 동시에 당신은 ‘공백’이라는 말을 함께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찬란한 공백. 그러나 역시 아무것도 없는 상태.
이 ‘공백’ 덕분에 아메리카들소 떼가 노닐던 수백만 헥타르의 초원이 소를 키우는 목장과 옥수수 및 콩 밭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미국인들은 초원을 가축의 사료인 풀이 나는 곳 아니면 땅을 갈아 작물을 심는 곳 정도로만 여겨왔다. 그 땅에 재배된 작물도 결국 집들이 들어서면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프레리의 지형은 밋밋해서 그다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미국의 수많은 국립공원들 중에 초원에 지정된 국립공원이 하나밖에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캔자스 주 체이스카운티에 위치한 톨그래스프레리 국립 보호구역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은 플린트힐스의 심장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