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의 박쥐
글 : 제니퍼 S. 홀랜드 사진 : 크리스천 지글러
파나마 운하지대에 있는 작은 섬 바로콜로라도에는 74종이나 되는 박쥐들이 각기 종의 독특한 ‘틈새 자리’를 개척하며 번성해 살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지금으로부터 6000만 년 전, 포유류가 우글대던 이 땅에서 나무 위에 살던 포유류 한 마리가 종잇장같이 얇은 날개를 달고 무리 위로 날아올랐다. 비행 능력과 ‘반향정위’라는 여섯 번째 감각을 가지고 밤하늘을 지배하며 번성했던 원시 박쥐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그후 종분화가 폭발적으로 이뤄져 현재 전 세계에 1100종이 넘는 박쥐가 분포하고 있다. 그들은 지금도 다른 무리나 서로를 피해 살기 위한 그들만의 독특한 방법들을 모색 중이다. 파나마 운하지대에 있는 우리나라 강원도 면적만 한 바로콜로라도 섬은 매우 다양한 종의 박쥐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열대림의 좁은 땅덩어리에 최소 74종의 박쥐가 산다. 면적 1500ha밖에 안 되는 작은 섬에서 수천 마리의 박쥐가 생존을 위한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며 살아가면서도 그들의 삐죽삐죽한 날개가 서로 엉키지 않는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이들은 어떻게 일부 종을 멸종시킬 수도 있는 경쟁을 피하면서 이렇게 조화롭게 공존하는 걸까? 그 비결은 바로 숲의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자기 종만의 ‘틈새 자리’를 찾아내는 데 있다. 어디에 보금자리를 틀지, 무엇을 언제 먹을지, 감각을 어떤 식으로 이용할지, 그리고 어느 높이에서 날지 등 각 종마다 고유의 생존방식 리스트가 유전자 안에 새겨져 있어 그 방식대로 일년 내내 여름이 계속되는 이 섬의 훌륭한 서식 환경을 최대한 활용한다. 날아다니는 곤충을 쫓아가 잡아먹는 종이 있는가 하면 밤에 피는 꽃의 꿀과 꽃가루를 핥아먹는 종도 있다. 또 어떤 종은 음파탐지기 같은 반향정위 초음파를 이용해 숲 바닥의 퇴적물 사이에 숨어 있는 곤충을 찾아내는 반면 어떤 종은 파장이 좀더 긴 초음파를 발사해 잎들이 얽혀 있는 임관(林冠) 위로 높이 떠 있는 곤충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