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돌고래
글 : 폴 니클렌 사진 : 폴 니클렌
중세시대 귀족들은 북극 고래의 긴 상아뿔을 탐냈다. 현대의 사냥꾼들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고래 개체수에 타격을 주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캐나다 북극권에 사는 사람들은 뿔 달린 일각돌고래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영하 40℃까지 내려가는 혹한과 짙은 어둠이 몇 달간 계속되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랭커스터 해협을 뒤덮은 해빙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얼음 틈새로 열린 물길, ‘리드’는 매년 배핀 섬에 여름을 나러 오는 작은 고래들의 길이 된다. 폰드 인렛과 아틱 베이같이 외진 이누이트족 마을에 일각돌고래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사냥꾼들은 신이 나 총을 챙겨들고 얼음가로 나선다.
외뿔 고래들을 손꼽아 기다리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6월 내내 나는 꽁꽁 언 애드미럴티 협만의 땅에 진을 치고 가이드와 함께 눈보라가 멎기를 기다리며 녹아내리는 해빙을 피해 텐트를 이리저리 옮겼다. ‘끼이끼이’거리다가 숨구멍으로 물을 내뿜는 고래들의 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커다란 얼음판에 기어올라 환호한다.
처음에는 8~10마리의 소규모 무리로 들어오던 일각돌고래들은 곧이어 수백 마리가 되어 밀려든다. 녀석들의 도착 소식이 라디오 방송을 타고 전해지면, 대부분 나와 오래 알고 지내는 친구들인 이누이트족 사냥꾼들이 설상차에 캠핑 도구와 고성능 소총을 싣고 속속 도착한다. 얼음 가장자리에 각자 자리를 잡은 그들은 총을 쏴서 손으로 던진 갈고리로 끌어올릴 수 있을 정도로 돌고래가 수면 가까이 올라오길 기다린다.
이누이트족 사람들은 겨울 내내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얼음 위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1000달러짜리 뿔을 가진 고래를 낚고 싶어한다. 일자리는 적고 생활비는 비싼 이런 벽지에서 고래는 그야말로 횡재다. 전통적인 진미인 신선한 ‘묵툭(식용 고래 가죽)’을 건질 생각에 모두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북극생활이 대개 그렇듯 일각돌고래 사냥도 인내심을 요한다. 바다는 넓은데 고래들은 좀처럼 가까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선 캠프 난로에 불을 지피고 차를 끓여 담소를 나눈다. 백야가 계속되는 봄, 우리는 24시간 내내 고래를 기다린다. 그러다 덩치 큰 수놈들이 하늘을 향해 뿔을 쳐들면 “투갈릭! 투갈릭!(일각돌고래다, 일각돌고래!)”이라는 들뜬 외침이 울려퍼진다. 곧이어 라디오에서는 30km 서쪽으로 새로 난 물길을 따라 이동하는 일각돌고래떼가 목격되었음을 알린다. 우리는 서둘러 자리를 고쳐 잡고 얼음이 갈라진 틈을 확인한다. 이 정도면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도 고래가 숨을 쉬기 위해 수면으로 올라오는 틈을 노려 잡아 올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총성은 오후에 울리기 시작해 어슴푸레한 밤까지 이어진다. 12시간에 걸쳐 109발이 울렸지만 이상하게도 이튿날 아침, 얼음 위로 건져 올린 일각돌고래는 고작 아홉 마리뿐이다. 분명히 더 맞혔을 거라는 생각에 사냥꾼들에게 각자 수확이 어땠는지 물었다.
“두 마리 맞혔는데 안 죽더라구요.”
“일곱 마리 맞혔는데 한 마리도 못 건졌어요.”
사실 많이 맞히고도 대부분 못 건졌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는 건 아니다. 몇 주 전만 해도 내가 아는 명포수 한 명도 작년에 14마리나 죽이고 겨우 한 마리를 건졌다고 고백한 터였다.
가장 잘나가는 사냥꾼조차 얼음 가장자리에서 일각돌고래를 죽이고 건지는 일을 굉장히 어려워한다. 완벽에 가까운 타이밍과 조준실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래의 폐가 공기로 가득 차는 순간을 겨냥해 멜론만 한 뇌나 척추를 명중시켜야 한다. 그 순간을 포착해내지 못하면 죽은 고래는 가라앉는다. 부상만 입히면 도망치다가 결국 한참 후에 죽을 것이다. 총상을 입은 고래가 적잖게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 부상당한 일각돌고래들이 회복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말이다.
명중당한 고래들도 사냥꾼의 갈고리가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멀리 떠내려가 가라앉는 일이 다반사다. 아마 바다 밑바닥에 한 밑천은 될 보물들이 쌓였을 거라며 어느 사냥꾼이 한탄한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이누이트족은 생활의 대부분을 일각돌고래를 비롯한 해양포유류에 의존했다. 고래고기와 지방은 식량으로, 기름은 연료로 쓰고 다른 부위들은 실이나 도구, 텐트 기둥과 썰매 날로 쓰여 버리는 것 하나 없었다. 사냥꾼들은 필요한 만큼만 잡아 남김 없이 활용했다. 그러나 이누이트족 사람들이 하나 둘 반(半)유목적인 전통 생활방식에서 탈피하면서 일각돌고래의 뿔은 누구나 탐내는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 죽임을 당하는 고래가 많아지면서 고래의 생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