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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동토층

글 : 배리 로페즈 사진 : 버나드 에드마이어

지구상의 광대한 지역이 수천 년 동한 신기한 영구동토층으로 얼어 있었다. 그러나 영구히 얼어 있지는 못할 수도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지구의 위성 달은 머나먼 외계의 존재지만 멋진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앞뜰이나 아파트 창가에 서서 달을 바라보면 진공의 세계가 떠오른다. 바람 한 점, 바람에 스칠 풀잎 하나 없는 세계. 사람도 없고 쏟아지는개울물이나 동물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곳 말이다. 그러나 달에는 지구와 다른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맑은 날 밤 10배율 망원경으로 달의 분화구와 고지대, 함몰지대와 바다를 보면 선명한 명암을 이루는 무늬에 마음을 뺏겨 지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느끼게 된다. 그 순간에 느끼는 아름다움은 뭐라 형언하기 어렵다. 어쩌면 달의 아름다움은 현무암질 평원이나 분화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사람의 심미안 속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달의 일부가 망원경의 프리즘을 통해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눈앞에 달의 전경이 생생하게 펼쳐질 때, 우리는 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환희를 경험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며 전율한다.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하지만 바쁜 생활 속에서 우리는 종종 인생의 진정한 목적을 잊어버리듯 주변의 아름다움을 무심코 지나친다.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하다보면 주변 환경에 무감각해지고 심지어 아름다움을 외면하기도 한다. 마치 너무 익숙한 일상의 하나인 것처럼.
이 사진들을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무심한가 생각해본다. 북극은 지구상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다. 말하자면 ‘탄광의 카나리아(탄광 속에서 유해 공기에 사람보다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위험을 알리는 새)’인 셈이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을 때 사진기자는 분명 인류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다. 사진들은 감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의 시선을 다시 지구, 그중에서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북극으로 이끈다.
이곳도 달만큼이나 아름답지만 어딘가 무서운 머나먼 외계의 장소 같다. 그러나 이곳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핑고(원뿔형의 얼음 언덕)와 다각구조토(다각형 모양으로 갈라진 지표면), 환상구조토(원 모양을 이루는 암석들)와 구슬 목걸이 모양으로 흐르는 시내는 모두 달의 고지대나 바다와 달리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세계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달의 타우르스-리트로우 계곡에서 일어나고 있을지 모를 일보다 같은 기간 캐나다 북극권의 매켄지 강 삼각주에서 봄에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의 앞날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영구동토층 위를 비행하는 기회나 그럴 마음이라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스발바르 제도, 아이슬란드, 캐나다 북극권, 시베리아, 또는 알래스카 같은 지역 위를 낮게 비행하면 영구동토층이 서서히 녹고 있고, 해빙의 두께가 얇아지고 면적이 줄어들고 있으며, 빙하가 후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때 나는 이곳 위를 꼭 날아보고 싶었다. 이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이 나를 알지 못하고 나 또한 아직 삶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던 어린 시절의 풍경이 그리워진다. 모기가 들끓는 데다 텐트를 칠 땅 한 조각 찾기 힘들던 광활하고 축축한 툰드라지대에서 야영을 하며 즐거워했던 느낌이 되살아난다. 야영하는 곳이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툰드라 회색곰이나 순록 혹은 늑대가 나타날 수도 있었다. 상공에서 내려다볼 수는 없었지만 지상의 풍경도 그에 못지않게 숨막히도록 아름다웠다. 사방으로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졌고, 강과 툰드라 호수 위로 햇빛이 반짝였으며 황새풀이 바람에 몸을 흔들었다. 녹색 석죽과 식물들과 보라색 범의귀 꽃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머리 위로 바다꿩 7000마리 혹은 고방오리 500마리가 어디론가 황급히 날아갔고 그 자리에 깃털이 부스스 떨어졌다. 새는 한 마리도 보지 못하고 그 대신 무심코 방수포를 깔아놓은 곳에서 북극여우의 아래턱뼈를 발견할 수도 있었다.
다음 날이 되면 우리는 다시 한 번 곤들매기를 잡으러 가고 지평선에 있는 핑고를 기어오르거나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 속으로 노를 저어 멀리 멀리 나아가곤 했다. 그곳은 아무도 발을 디뎌 본 적이 없는 자유의 땅이었다. 그 어떤 건축물이나 울타리, 깃발이나 도로도 건설된 적이 없었다. 대지는 우리의 원시적인 내면을 향해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우리는 막 지나간 동물의 흔적이나 배설물을 발견하고는 사방을 찬찬히 둘러보기도 했다. 어디에 숨은 걸까? 동물이 살고 있는 건 분명했지만 어떤 동물도 눈에 띄지 않았다. GPS가 없던 시절이었지만 우리는 길을 잃지 않았다는 확고한 믿음으로 노를 계속 저어갔다.
나는 항상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했다. 안전을 기한다든지 적적함을 달래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말이 필요 없는 아름다운 자연을 함께 감상하고 싶어서였다. 이 같은 장소에 애착을 쌓아가다 보면 동시에 인간 관계도 돈독해지기 마련이었다. 어떤 사람들에겐 단조롭게만 보이겠지만 우리는 이곳의 광활함에 경외감을 느꼈다. 대지는 낮게 웅얼거리며 영원한 생명력을 보여줬고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해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 머문 보름 동안 우리는 대자연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 신비로운 환상구조토, 균일한 무늬를 이루는 다각구조토와 미로 같은 물줄기들이 변화무쌍하게 흘러서 따로 이름 붙일 수 없었다. 경계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지형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 시절이 그립다. 그 이후로도 나는 호주의 타나미 사막, 남극의 퀸모드 산맥, 보츠와나의 보로 강 상류 지역 등 지구의 오지를 여행해보았지만 북극 풍경이 고향인 미국 서부 오리건 주 다음으로 좋다. ‘북극 여름’동안의 여행이 기억에 남는 건 무슨 까닭일까? 아마 혹한의 겨울이 곧 닥칠 것을 알기에 햇살 가득하고 따뜻한 짧은 여름 여행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두 계절의 엄청난 차이가 일종의 경외감을 불러일으켜서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던 지구의 한 부분에 대해 마음을 열고 정을 붙이게 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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