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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쓰레기의 위협

글 : 크리스 캐럴 사진 : 피터 에식

내가 버린 TV나 컴퓨터가 아프리카 가나의 웅덩이에 나뒹굴게 될지도 모른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이곳은 가나의 수도 아크라. 6월이면 아직 우기지만 아침이 되자 비가 그쳤다. 태양이 축축한 대기를 데우고 넓디 넓은 아그보그블로시 시장에선 시커먼 연기 기둥들이 치솟는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쪽으로 가본다. 양상추와 바나나를 파는 행상들, 폐타이어를 쌓아둔 가판들을 지나니 고철 시장이 나온다. 사람들이 몸을 구부린 채 낡은 발전기와 엔진을 부수는 소리가 요란하다. 질척한 길 옆으로 헌 TV, 부품을 제거한 컴퓨터 케이스, 잘게 부순 모니터 조각들이 척척 쌓이는가 싶더니 이내 3m 높이가 된다.
고물 무더기 너머 허허벌판엔 고운 재가 내려앉았다.잿더미 사이로 호박빛과 초록빛이 반짝인다. 뾰족뾰족한 회로기판 조각들이다. 가까이 가보니 불덩이 하나에서 나오는 연기가 아니라 작은 불덩이들이 여기저기서 타고 있다. 매캐한 연기가 자욱하고 그 뒤로 움직이는 형체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막대기로 불구덩이를 헤집기도 하고 알록달록한 컴퓨터 전선 뭉치를 한아름 안고 나르기도 한다. 대부분 아이들이다.
숨이 턱턱 막힌다. 셔츠를 끌어올려 코를 막고는 열다섯쯤 돼 보이는 소년에게 다가간다. 연기가 깡마른 소년의 몸을 휘감고 있다. 카림이 말한다. 2년째 쓰레기 태우는 일을 하고 있다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로 불덩이 하나를 들쑤신다. 몸을 굽히자 상반신이 그을음에 뒤덮인다. 연료로 태우던 낡은 타이어 더미에서 구리전선 한 뭉치를 들어올리고는 물을 끼얹는다. 치익 소리를 내며 불이 꺼지고 조그만 웅덩이가 생긴다. 온갖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이 든 연기를 마셔가며 단열재를 태운 끝에 건진 구리전선 한 뭉치. 고철상에 팔면 1달러를 벌 수 있다.
어느 날 다시 시장에 나가보니 큰비가 내리면 대서양으로 범람하는 작은 만 근처에 잿더미가 수북이 쌓여 있다. 스물쯤 돼 보이는 얼굴에 주변과 어울리지 않게 멋을 부린 이스라엘 멘사가 명품 선글라스를 고쳐 쓰고는 어떻게 돈벌이를 하는지 설명한다. 어디서 오는 건지 모르지만 매일같이 고물상들이 폐 전자제품을 무더기로 가져온다고 한다. 멘사와 동업자들은 컴퓨터나 TV를 몇 대 산다. 옆에서 동업자인 친구들과 가족, 그리고 맨발 소년 둘이 우리가 하는 얘길 넋 놓고 듣고 있다. 브라운관에서 구리 부품을 떼내면 신경독인 납, 폐와 신장을 손상시키는 발암물질인 카드뮴 파편들이 우수수 땅에 떨어진다. 드라이브나 메모리칩 등 되팔 만한 부품들도 뜯어낸다. 그러곤 전선을 뽑아내고 플라스틱을 태운다. 이렇게 해서 구리를 팔면 그 돈으로 또 폐품을 산다. 돈 버는 비결은 안전이 아니라 속도다. “코로 연기를 마시면 머리가 띵해요.” 멘사가 실감나게 뒤통수를 주먹으로 치며 말한다. “머리랑 가슴이 아파요.” 부서진 모니터 케이스들이 근처 석호에 둥둥 떠다닌다. 내일 비가 오면 바다로 쓸려나갈 것이다.

인간은 항상 쓰레기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미래의 고고학자들은 20세기 말, 갑자기 신종 독성물질들이 지구를 뒤덮었다는 사실을 발견하리라. 바로 디지털 폐기물, 이름하여 전자쓰레기다.
40여 년 전 컴퓨터칩 제조업체 인텔 사 공동설립자인 고든 무어는 컴퓨터의 정보처리 기능이 2년 주기로 약 두 배씩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 ‘무어의 법칙’을 달리 말하면 최첨단 기기는 탄생과 동시에 ‘고물’이 될 운명이라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카페인에 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몇 년 후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신형 터보엔진 컴퓨터엔 맞지 않을 고사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최근 출시한 윈도우 비스타는 메모리와 그래픽 사양이 높아 1년 전만 해도 멀쩡하던 컴퓨터를 폐물로 만들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향후 몇 년간 해마다 약 3000~4000만 대의 컴퓨터가 도태되어 용도폐기될 것이라고 한다.
신제품에 밀려 금세 구닥다리 신세로 전락하는 전자제품은 컴퓨터뿐만이 아니다. 2009년 모든 TV 방송이 디지털 HD로 전환되면 아날로그 신호만 수신하는 TV는 아무리 멀쩡해도 쓸 수 없게 된다. 시청자들이 디지털 방송에 대비해 TV를 교체하면서 해마다 약 2500만 대가 폐기되고 있다. 디자인에 민감한 모바일 기기 시장을 보면 2005년 미국에서만 휴대전화 9800만 대가 쓰레기가 되었다. EPA는 2005년 한 해만도 총 150~190만 톤의 컴퓨터, TV, VCR, 모니터, 휴대전화가 폐기된 것으로 추정한다. UN 환경프로그램은 해마다 전 세계에서 나오는 전자쓰레기 총량을 5000만 톤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많은 쓰레기들이 다 어떻게 처리되는 걸까?
미국의 경우 납, 수은, 비소, 카드뮴, 베릴륨 등 독성물질 유출로 토양이 오염되는 걸 막기 위해 전자쓰레기 매립을 법으로 금지하는 주가 늘고 있지만 컴퓨터와 모니터의 70% 이상, TV의 80% 이상이 매립되고 있다. 한편 사용되지 않은 채 썩고 있는 전자제품도 어마어마하다. EPA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약 1억 8000만 대나 되는 TV, 노트북 컴퓨터, 각종 부품들이 방치되고 있다. 매립하진 않는다 해도 구형 전자제품들을 이처럼 마냥 묵혀두는 것 역시 간접적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전자쓰레기에는 독성물질도 있지만 금은 등 전기전도율이 높은 귀금속도 상당량 포함되어 있다. 이론상으론 낡은 컴퓨터 본체기판에서 금을 재활용하는 것이 광산에서 캐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환경파괴도 적다. 더구나 흔히 이용되는 노천채광 공법은 원시 열대우림을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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