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인스타그램 보기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키즈

매거진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멕시코의 남쪽 국경지대

글 : 신시아 고니 사진 : 알렉스 웹

미국으로 향하는 수많은 밀입국자들이 통과해야 할 첫 난관은 미국 국경이 아니다. 바로 이곳 멕시코의 남쪽 국경에서 위험이 시작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헤세니아 로페스와 아르만도 로페스는 거대한 타이어 튜브에 널빤지를 동여매 만든 뗏목을 빌려 타고 수치아테 강을 건너 과테말라에서 멕시코로 넘어왔다. 사공은 그들이 밀입국자라는 걸 즉각 알아채고 열 배나 바가지를 씌웠다. 헤세니아가 멕시코 여성들이 흔히 신는 통굽구두를 신고 소지품을 죄다 비닐 쇼핑백에 담아 현지인인 양 꾸몄는데도 말이다. 니카라과를 떠나온 뒤로 그녀는 아무리 힘들어도 매일 목욕과 빨래를 빼먹지 않았다. 헤세니아는 멕시코에선 도둑과 공무원들이 배낭, 모자, 더러운 운동화뿐 아니라 만원버스 안에서도 몸에서 나는 땀냄새로 밀입국자를 알아본다고 다시금 남편에게 일렀다. 그녀는 아침마다 화장을 하고 향수를 뿌리고 달랑거리는 귀걸이를 달았다. 그녀에게 이런 행동은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결의를 새롭게 다지는 의식이었다.
강 건너 멕시코 땅에 도착하자 아르만도는 과테말라에서 산 중고 산악자전거를 배에서 내렸다. 강둑에 있던 제복 입은 군인이 무기나 마약이 있는지 조사한다며 헤세니아의 가방을 무성의하게 뒤졌다. 로페스 부부는 조사를 마친 군인이 요구하는 대로 10달러를 뇌물로 쥐어준 다음 자전거에 올라타 북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매년 수십만(멕시코 이민국에서 발표한 이상하리 만치 정확한 추정치에 따르면 40만 235명)의 중앙 아메리카인들이 멕시코로 밀입국하고 있다. 1200km에 걸친 멕시코의 남쪽 국경은 강과 가파른 화산지대와 정글로 덮여 있고, 중앙 아메리카 북단과 접해 있다. 밀입국자들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미국으로 향하는지에 대해선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매년 대략 15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년간 북쪽으로 떠나는 밀입국자들의 수가 급증한 데에는 1970~80년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에서 발발한 내전의 지속적인 여파가 한몫했다. 요즘 라틴아메리카인들의 미국 이주를 묘사할 때 종종 ‘쓰나미’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오늘날 멕시코의 남쪽 국경은 이 파도가 솟구쳐 오른 뒤 엄청난 추진력을 얻는 일종의 발원지로 인식되고 있다.
로페스 부부는 니카라과의 수도인 마나과를 떠나기 전 중앙 아메리카 일부 빈민가에 떠돌던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으로 갈 거면 멕시코 남쪽 국경에서 북으로 32km 지점에 있는 타파출라에서 플로르 마리아 리고니 신부를 찾으라는 내용이었다. 이들에겐 멕시코-미국 국경을 넘는 것이 첫 번째 난관이 아니다. 고난은 멕시코 남쪽의 국경지대에서 시작된다. 폭력배들, 마약상들, 부패한 공무원들, 밀입국자를 붙잡아 구류시설에 넣었다가 강제로 버스에 태워 추방시키는 경찰과 이민국 직원들이 이들을 기다린다. 최근 개축한 타파출라의 이민국 사무소는 960명의 이주자를 수용할 수 있으며 업무처리 속도도 빨라져서 매일 동트기 전부터 버스들이 남쪽으로 떠난다.
로페스 부부는 32℃의 더위 속에서 장시간을 달렸다. 헤세니아는 자전거 뒷바퀴 양쪽에 부착된 발판 위에 서서 한쪽 팔에 쇼핑백을 걸고 양손으로 남편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르만도는 이민국 검문소를 피하기 위해 이따금씩 포장도로에서 비포장도로로 길을 바꾸었다. 두 사람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운이 좋았다. 벌채용 칼이나 라이플총 혹은 PVC 파이프에 화약을 채워 넣어 만든 수제 권총을 들고 공격해온 사람도 없었고, 아르만도를 두들겨 팬 뒤 헤세니아를 풀숲으로 끌고 간 자도 없었으며, 숨겨놓은 돈을 찾기 위해 강제로 옷을 벗기고 몸속 구석구석과 옷에 꿰매어놓은 비밀 주머니를 뒤진 자도 없었다. 또 지나가던 택시 운전사가 공돈을 벌 욕심에 수상쩍은 남녀가 길에 있다고 강도나 이민국 직원에게 고해바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날 오후 늦게 타파출라 교외에 다다른 아르만도는 버려진 바나나나무 밭을 지나고 구부러진 비탈을 돌아 마침내 ‘이주자의 집’ 널찍한 빨간 문 앞에 섰다. 리고니 신부가 두 사람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플로르 마리아 리고니 신부(64)는 강단 있게 생긴 이탈리아인이다. 6개 국어를 하는 그는 잿빛 수염을 폭포처럼 늘어뜨리고 있으며, 바닥에 깐 얇은 매트리스에서 잠을 자고, 가죽 총집에 권총을 넣듯 면으로 만든 예복 허리춤에 나무십자가를 찔러 넣고 다닌다. 그가 만든 ‘이주자의 집’은 정보와 사람들이 집결하는 중간 기착지이다. 그가 멕시코에 처음 발을 딛은 지도 20년이 넘었다. 멕시코로 파견되기 전 그는 독일 내 이탈리아 이민자들을 위해 일했다.

포토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