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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의 선택

글 : 마거릿 델 주디체 사진 : 요나스 벤딕센

풍부한 청정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과 원시적 자연경관을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의 갈림길을 맞은 아이슬란드인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아이슬란드를 이해하기 위해선 인구가 엄청나게 적은 나라에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한다. 북극 인근의 외딴 섬인 아이슬란드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로 아는 사이다. 인구가 31만 명뿐인 국가를 상상해보라. 게다가 이들 대부분이 어둠침침한카페와 생음악, 흥청망청 마셔대는 밤 문화로 이름난수도 레이캬비크에 몰려 산다. 좋은 직장도 이곳에 집중돼 있고, 들키지 않고는 바람 피우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아는 사람과 우연히 마주칠 확률도 높다.

 

“우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예요.” 눈부시게 새하얀 셔츠 차림에 안경을 쓴 60대 신문사 편집기자가양손으로 깍지를 꼈다. 그 모습이 포옹 같기도 하고족쇄 같기도 했다.

수십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바이킹 신화의 기원에 이를 만큼 지리적으로 고립된 섬의 소도시에 살다보니 국민 전체가 거대한 순수혈통의 대가족 같다. 누군가는 “한 사람이 입을 열면 다들 한마디씩 참견을한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여러모로 개방적이고 투명한 사회임에도정치나 공공정책에 대해서는 다들 말을 아낀다. 정부가 환경보호와 경제발전 사이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익사’

2006년 가을, 고립된 섬 아이슬란드는 일대 전환기를맞는다. 궁벽한 고지대를 수몰시켜 57km² 면적의 저수지로 만든 다음, 이 물로 수력발전을 해 알루미늄 제련소에 전력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유럽에서 가장높은 댐이 들어서면서 이 일대의 지형은 돌이킬 수 없게 바뀌었다. 고지 식물들은 물에 잠기고, 폭포와 경치가 압권인 협곡 일부가 말라버렸으며, 분홍발기러기와 순록은 보금자리를 잃었다. 세계 각지의 환경론자들은 유럽에 몇 안 남은 야생지대 중 하나를 수몰시킨것은 자연을 ‘익사’시킨 거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정작 아이슬란드인들은 이 프로젝트가 자국을 경제도약으로 이끌지 경제파탄으로 몰아갈지, 혹은 환경재앙으로 이끌지 몰랐다.

 

이 현대판 아이슬란드 ‘사가(saga, 아이슬란드에 전해 내려오는 중세 산문문학)’는 사실 수백만 년 전부터시작됐다. 이야기는 이곳의 땅, 즉 아이슬란드의 독특한 지질과 거기서 발생하는 지질학적 운명에서 비롯되었다. 우선 아이슬란드 국토의 대부분은 사람이 살기에 부적합하다. 돌 많고 바람 세고 나무도 없어서 양치기 외에는 별로 쓸모가 없다. 아이슬란드 경치를 보고 있노라면 ‘위압적’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숨이 막힐 정도다. 희한하다. 펄펄 끓는 진흙으로 둘러싸인 빙하호에 둥둥 떠다니는 크고 시퍼런 얼음덩이들.

사람 머리처럼 생긴 바위산들. 화산, 간헐천, 천연가스분출구, 1960년대에 미국 우주비행사들이 달 표면을미리 체험하기 위해 방문했던 광활하게 펼쳐진 울퉁불퉁한 용암지대.

 

이런 특징들이 아이슬란드의 지질학적 운명을 만들어냈다. 아이슬란드는 두 지각판이 밀려나오며 충돌하는 경계선 바로 위에 놓여 있는데 ‘대서양 중앙해령’이라 불리는 이곳은 화산활동과 지진이 활발하다. 그러다보니 과거 500년간 지구에서 분출된 용암의 3분의1이 여기서 나왔다. 천연온천도 많아서 주택과 건물들은 거의 다 지열로 난방을 한다. 반면 아이슬란드의 지표면은 거대한 빙하와 거기서 흘러나온 강들로 넘쳐난다. 지하에서 끓고 있는 열과 지상에서 흐르는 세찬강들이 결합된 냉온현상 덕분에 아이슬란드는 온 세계가 열망하는 깨끗하고 재생가능하며 환경친화적인 지열 및 수력 에너지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모여 있는지역이 되었다.

 

그럼에도 유럽대륙과 그린란드 사이에 따로 뚝 떨어져 있다보니 에너지 개발은 미미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1960년대부터 저렴한 전기, 간단한 공장설립 절차, 그리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점을 내세워중공업을 진흥시키려 애썼으나 조그만 제련소 두 곳과규소철 제련소 한 곳을 유치하는 데 그쳤다. 적은 노동인력과 높은 임금은 물론 학력 인플레이션도 문제였을 것이다. 여기에 외딴 지리적 조건과 길고 어두운 겨울, 사나운 날씨라는 악조건까지 더해졌다. 저렴한 전기의덕을 톡톡히 볼 만큼 에너지 소비가 막대한 산업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멀리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조건에 딱 들어맞는 산업이 있으니, 바로 알루미늄 산업이다. 알루미늄 제련소와 청정 지역 아이슬란드는서로 엮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진귀한 자연을 지키려는 환경론자들은 바짝 긴장했고, 기업가들은 마침내 자원의 일부로 뭔가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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