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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헬지대

글 : 폴 살로펙 사진 : 파스칼 메트로

사막과 숲을 가르는 황량한 아프리카의 변경지대 사헬. 이곳에서 선을 잘못 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다르푸르-푸라위야 가는 길

길 아닌 길을 달린다. 두 줄로 난 바큇자국을 따라 다르푸르로 간다. 표지판 하나 없는 차드 국경선을 넘어 내전으로 찢긴땅 수단 서부로. 사헬 지역 대부분이 이랬다. 지도에도 없고 보이지도 않지만 경계가있었다. 보이는 거라곤 자갈밭과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듯 바싹 마른 풀잎뿐, 가도가도 잿빛 지평선만 끝도 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우린 매순간 경계를 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다르푸르에서 체포돼 구금되어 있는데 한 미군 병사가 질린다는 듯 체머리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여기까지 날아왔는데 당최 보이는 게 있어야지.” 하지만 그건 이방인의 착각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땅거죽 위로 드러난 광맥과 벌판마다 얼기설기 경계선이 있고 섬기는 신에 따라 나뉘는 선도 있다. 부족이나 개인, 혹은 가문별로 땅 주인이다르다. 분쟁이나 계절에 따라 영역이 부풀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샘이 솟는 곳 근처엔 얼씬도 말아야 한다. 보이진 않지만 유목민들의 이동경로인 ‘마사르’가 있다. 어느것 하나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정한 경계선은 없다. 까딱 잘못해서 선 하나라도 침범하거나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하며 죽을 수도 있다. 사헬을 통틀어생사를 가르는 선 하나가 있으니, 바로 이런 사정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다.

 

사헬 자체가 하나의 선이다.

사헬은 아랍어로 ‘해안’이라는 뜻이다. 대륙의 끝자락, 원대한 시작이자 모든 것이 끝나는 곳. 아프리카 북부의 북위 13°선을 따라 동서로 길게 뻗은 사헬은 사하라사막의 모래땅과 아프리카의 열대우림을나눈다(생각하기 따라선 통합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띠처럼 길게 뻗은 반(半)건조 초원지대인 사헬은 아랍인과 흑인, 무슬림과 기독교인, 유목민과 농민, 녹색지대와 갈색지대를 가른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 5000만 명이 이곳에서 모진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다르푸르에서 보낸 34일 동안 우리 역시 같은 처지였다.

 

우리 일행은 세 사람이었다.

이드리스 아누는 도요타 트럭을 몰았다. 트럭은 나중에 민병대에게 뺏겨버렸다. 통역을 해주었던 다우드 하리는 그 대가로 결국 매타작을 당했다. 푸라위야 마을로 가던 중 풀섶에서 소리없이 몸을 일으키는친정부 게릴라들과 마주쳤다.

“그냥 차 안에 있어요.” 다우드가 말했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갈래갈래 땋은 떡진 머리에말린 이삭 같은 시커먼 코란 부적을 가슴께에 덜렁덜렁 매단 사내들이 총부리를 겨누며 다가올 때도 우린까맣게 몰랐다. 어느 나라 여권을 갖고 있든, 한창 나이에 가족이 있는 몸이든, 고문 따윈 딴 세상 일이라고 생각하는 백인이든, 혹은 민간인이든 개의치 않는 곳으로 넘어왔다는 사실을. 어떤 말도 통하지 않았다.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든 십대가 빙긋이 웃으며차문을 열려고 했다. 다른 사람 손에 생사를 맡긴 신세가 됐다. 진짜 사헬 사람이 된 것이다.

 

사헬은 선이다.

사헬은 멍들고 부서진 가슴이다. 팽팽히 당긴 줄, 낭떠러지, 바위턱. 여기 사람들이 걷는 모습을 보라. 등을 뻣뻣이 세운 채 마치 작두 위를 걷듯 벌건 모래위에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내딛는다. 사헬은 총알이그리는 궤적이다. 비가 내려도 모래를 적시지 못하는곳이다. 기도와 피를 요구하는 땅이다. 그리고 내겐끝이 안 보이는 모랫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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