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모방공학
글 : 톰 뮬러 사진 : 로버트 클라크
고래의 지느러미와 도마뱀의 피부, 나방의 눈을 가진 것은 무엇일까? 바로 공학의 미래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구름 한 점 없는 2월의 한여름 날, 진화생물학자 앤드루 파커는 호주 앨리스스프링스 바로 남쪽에 있는 오지의 뜨거운 붉은 모래 위에 무릎을 꿇고 가시도마뱀의 오른쪽 뒷다리를 조심스레 접시 물에 담갔다.
이것은 생각만큼 위험한 행동은 아니었다. 온몸이 날카로운 가시로덮여 있긴 하지만 가시도마뱀의 어깨높이는 고작 2cm였다. 녀석은 어미 잃은 새끼 공룡처럼 겁먹은 눈으로 파커를 쳐다보았다. 살벌한 주변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도귀여운 녀석이었다. 이곳엔 30g의 독액으로 사람 100명을 죽일 수 있는 인랜드타이판(코브라과의 독사)과 이름만 들어도 오싹한 사막데스애더(살모사과의 독사)를 비롯해 세계 최강의 독사들이 놀라우리만큼 많이 서식하고있다. 무서운 건 이곳 땅도 마찬가지다. 쉭쉭거리며 멀가나무(호주 반건조 지대에사는 관목) 사이로 부는 바람은 초강력 헤어드라이어바람 같고, 이곳 태양은 온대지역보다 세 배는 커 보인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가장 건조한 대륙에서도 가장 건조한 이 삭막한 지역에 머물고 싶다면 어디서물을 구할지 정도는 알아두는 게 좋다.
용케도 가시도마뱀은 어떻게 물을 구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파커는 이 점에 매료되어 독사와 일사병의 위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녀석을 연구 중이었다. “여기 좀 봐요!” 그가 소리쳤다. “녀석의 등이 흠뻑 젖었어요!” 접시 물에 뒷다리를 담근 지 30초가 지나자 가시로 뒤덮인 녀석의 몸이 물기를 머금고 번들거렸다. 몇 초 후, 마침내 물이 입으로 전달되자 가시도마뱀은 흡족한 듯 짭짭 입맛을 다셨다. 한마디로말해 녀석은 뒷다리로 물을 마신 셈이었다. 시간만좀더 준다면 녀석은 축축한 모래 위에서도 똑같은 묘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재주는 사막에서살아가는 데 매우 유리하다. 파커는 가시도마뱀이 물을 흡수하는 정확한 원리를 알아내기 위해 이곳에 왔다. 순수한 생물학적 호기심보다는 가시도마뱀을 모방해 사막에서 살아남는 데 필수인 물을 모으는 장비를 개발하겠다는 확고한 목적이 그를 이끌었다.
금발 곱슬머리에 호리호리한 영국인 파커 교수는가시도마뱀의 물 흡수 비법을 좀더 자세히 파악하기위해 점안기, 분무기, 다양한 색 분말로 실험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이따금씩 영국 특유의 감탄사를 내뱉었다. “녀석의 피부는 생각보다 훨씬 소수성(물과 섞이지 않는 성질)이 강하네요. 몸속 어딘가에 물을 입으로 흘려 보내는 모세관이 있는 것 같아요.” 실험이 끝난 후 우리는 실험도구를 챙겨 자동차로 돌아갔다. 가시도마뱀은 헤어짐이 아쉽다는 듯 떠나는 우리를 지켜보았다. “녀석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했는지 이해하려면 녀석을 원래 있던 환경에서 관찰할 필요가 있어요. 모래의 질감, 그늘의 양, 빛의성질 등을 전부 살펴봐야죠.” 캠프로 돌아가는 길에파커가 말했다. “큰 작업은 다 마쳤어요. 이제 피부의세부구조를 관찰할 차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