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골리 침팬지
글 : 메리 코치 사진 : 프랜스 랜팅
세네갈의 사바나인 퐁골리 지역 숲에 사는 침팬지들은 나뭇가지를 창처럼 다듬어 여우원숭이를 사냥한다. 고도로 발달된 도구를 사용하는 이들 퐁골리 침팬지는 인간 진화의 단서를 제공해준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조명 스위치를 밀어올린 것처럼 순식간에 날이 밝았다. 동이 트자 침팬지 서른 네 마리는 잠에서 깼다. 녀석들은 아직 전날 밤 확 트인 들판 변두리에 있는 나무에 만든 잠자리에 그대로 있다.
야생 침팬지는 조용히 잠자리에서 나오는 법이 없다. 잠이 깨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나는 녀석들이 내지르는 다양한 소리를 분간할 수 있지만 처음 듣는 사람들에겐 그저 미친 듯이 날뛰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난다.
녀석들은 지금껏 독자들이 본 적 없는 아주 특이한 침팬지들로, 아프리카 세네갈 동부와 국경 넘어 말리 서부에 있는 사바나 삼림지대에 서식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열대우림에 사는 침팬지와 달리 녀석들은 거의 하루 종일 땅에서 시간을 보낸다. 여기에는 하늘을 가리는 나무들이 없다. 키 작은 나무들이 드문드문 자랄 뿐이다. 그 옛날 원시인류가 살았던 거친 허허벌판과 매우 흡사한 환경이다. 그래서 인류의 기원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퐁골리 침팬지’ 무리는 아주 소중한 존재다.
아침 8시. 싸구려 열쇠고리 온도계가 32℃를 가리키고 있다. 셔츠에는 겨울철 눈길에 뿌리는 염화칼슘처럼 하얀 소금기가 말라붙어 있다. 땀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붉은 바위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고원지대를 횡단하고 있다. 뜨겁게 내리쬐는 적도의 햇빛을 가려주는 나무가 한 그루도 없어 피부암에 걸리기 딱 좋다. 우린 각자 배낭에 3리터의 물을 지고 다닌다. 출발할 때만 해도 시원했던 물은 정오가 되면 차를 우려내도 될 만큼 뜨끈뜨끈해진다.
불평하려고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사바나의 생활조건이 그만큼 혹독하다는 얘기다. 강을 따라 드문드문 대상림(帶狀林)이 펼쳐진 이른바 ‘모자이크 사바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초목이 무성한 곳에서 자란 영장류들이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행동 양태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최초로 직립 보행을 한 원시인류(호미닌)도 약 500만 년 전 극심한 건기였던 마이오세(世)에 등장했으며 이 시기 아프리카에 광활한 초원이 생겼다. 열대밀림의 경계지역에 살던 영장류들은 숲이 초원으로 변하여 더 이상 풍성한 과일도 사시사철 물이 흘러넘치던 강이나 호수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녀석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고 먹을거리와 물을 찾아 먼 곳으로 돌아다니며 갖가지 수단들을 최대한 이용해야 했다. 요컨대 살아남으려면 두뇌를 써야 했다.
2007년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교의 인류학자 질 프뤼츠는 2년 전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나뭇가지를 이빨로 날카롭게 깎아서 창처럼 휘두르고 다니는 ‘텀보’라는 암컷 퐁골리 침팬지를 발견한 사실을 학계에 보고했다. 녀석은 그 창으로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작고, 나뭇가지 사이를 메뚜기처럼 튀어다니는 야행성 영장류인 여우원숭이를 찔러 죽였다. 그 전까지 학자들은 사냥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 포유동물을 죽이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프뤼츠는 2006년 우기가 시작될 즈음 약 17일 동안 퐁골리 침팬지가 여우원숭이를 사냥하는 것을 열세 번이나 보았다. 2007년에는 열여덟 번 목격했다. 침팬지는 점점 더 영리해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