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룽가 고릴라
글 : 마크 젠킨스 사진 : 브렌트 스터튼
중무장한 민병대가 중앙아프리카에 있는 비룽가 국립공원의 정적을 깨운다. 공원 외곽엔 절박한 처지의 난민들이 오글오글 모여 살고 있고 숯 제조업자들은 숲을 마구 베어낸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 비룽가의 명물인 고릴라 일곱 마리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도살자들은 어두워지길 기다렸다. 지난해 7월 22일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고릴라 일가족을 노리고 숲속에 매복했다. 콩고 민주공화국 동부 미케노 화산 비탈에 숨어든 괴한들은 자동소총을 들고 루겐도 고릴라 가족을 쫓았다. 모두 열두 마리가 일가를 이루고 있는 루겐도 무리는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유명했고 비룽가 국립공원경비대도 애지중지하고 있었다. 이 고릴라 가족의 실버백(우두머리 수컷 고릴라)은 몸무게 225kg인 센퀘퀘다. 괴한들이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낀 녀석은 펑퍼짐한 코를 실룩거리며 낌새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도망칠 정도로 겁을 먹진 않았던 모양이다. 그동안 워낙 많은 사람들을 봐왔던 터라 신경 쓰이긴 해도 그러려니 했던 것이다.
인근 부키마 캠프에 있던 공원경비대는 그날 밤 여덟 발의 총성을 들었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순찰을 돌던 경비대는 암컷 고릴라 음부라눔웨, 네자, 사파리가 총에 맞아 죽어 있는 걸 발견했다. 사파리의 새끼는 근처에 웅크리고 있었다. 이튿날 센퀘퀘가 가슴에 관통상을 입은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3주 후 루겐도 무리의 암컷인 마시비리가 희생되었다. 새끼도 죽은 것 같았다.
사건이 있기 꼭 한 달 전에는 다른 무리에 속하는 다 자란 암컷 두 마리와 새끼 한 마리가 공격을 받았다. 암컷 중 하나는 처형이라도 당한 듯 뒤통수에 총을 맞고 죽었다. 목숨을 건진 녀석의 새끼는 죽은 어미의 가슴팍을 꼭 붙잡고 있었다. 나머지 암컷 한 마리는 영영 발견되지 않았다.
두 달도 안 돼 비룽가 마운틴고릴라 일곱 마리가 도살되었다. 마을사람들이 왕족이라도 죽은 듯 흐느끼며 죽은 고릴라를 메고 가는 브렌트 스터튼의 사진이 전 세계 신문과 잡지에 실렸다. 영리하고 얌전한 녀석들, 국립공원경비대가 ‘형제’라고 부르는 고릴라들이 도살되자 국제사회는 분노로 들끓었다.
용의 선상에 올릴 사람들은 많았다. 고릴라들이 살고 있는 비룽가 국립공원 일대에선 민병대 두 개 파벌과 콩고 정부군 수만 명이 중무장한 채 서로를 상대로 게릴라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 밀렵꾼과 불법 숯 제조업자들도 득실대고 있다. 한편 국립공원 변두리는 농사로 겨우 연명하는 농민과 유혈이 낭자한 내전을 피해 떠나온 난민들로 넘쳐난다.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 고릴라들이 무사하다면 그게 기적이다. 그렇다면 누가 고릴라들을 죽였을까? 왜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