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코 섬
글 : 버지니아 모렐 사진 : 팀 레이먼
아프리카 본토와 바다를 끼고 30km나 떨어진 거리, 바위투성이인 갑, 배를 집어삼킬듯한 파도, 비오코 섬 남단 돌로레스 곶의 풍경이다. 이런 자연 조건 덕에 비오코 섬의 야생은 잘 보존되고 있다. 15만 명으로 추산되는 섬 주민 대다수는 섬 북단 적도 기니의 수도 말라보에 산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독일 아우구스부르크에서 1551년에 특이한 수컷 동물 한 마리가 일반 대중에 공개됐다. 당시 목격자들은 녀석이 인간처럼 기다란 손가락과 발가락을 가졌고, “성격이 활달했다”고 전했다. 생물학자들은 녀석에 대한 묘사를 토대로 녀석이 비비를 닮은 드릴원숭이였을 거라고 추측한다. 4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야생 드릴원숭이에 대해서 연구된 게 거의 없다. 최근 몇몇 생물학자들이 적도 기니의 비오코 섬에서 이들 무리를 발견하자, 숨을 죽이고 숲 바닥에 앉아 녀석들을 지켜본 건 그 때문이었다.
비오코 섬에서 가장 큰 영장류인 드릴원숭이들은 2000m 높이로 치솟은 그란칼데라 바닥의 무화과나무를 기어오르며 배를 채우고 있었다. 같은 날 더 이른 아침에 생물학자들은 수다스러운 붉은귀게논, 흑백콜로부스, 붉은콜로부스 무리를 발견했다. 각 무리는 5~30마리 정도였다. 그중 붉은콜로부스는 영장류 중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생물학자들에게 비오코 섬은 야생 실험실이나 다름없다. 외부 세계로부터 고립된 동식물의 진화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비오코 섬은 아프리카 서해안에서 30km 떨어진 기니 만 근해에 자리잡고 있다.
비오코 섬은 빙하기마다 아프리카 본토와 연결됐다. 마지막 빙하기는 약 1만 2000년 전에 있었다. 비오코 섬에는 본토로부터 격리된 채 진화해온 여러 아종(亞種)들이 살고 있다. 즉, 드릴원숭이를 포함한 원숭이 7종, 갈라고 4종, 다이커영양 2종, 가시도치 1종, 나무타기바위너구리 1종, 아프리카도깨비쥐 1종, 작은비늘꼬리날다람쥐 3종이 이곳에 서식한다. 고양이처럼 생긴 린상도 있으나 사자나 표범은 없다. 한때 아프리카붉은물소도 살았지만 인간의 사냥으로 100년 전에 멸종됐다.
이 섬에 서식하는 난초, 육상달팽이, 담수어, 양서류, 거미, 곤충도 아프리카 본토의 근연종들과 격리된 채 진화해왔다. 섬의 내륙, 초원, 우림은 15세기에 포르투갈 탐험가들이 섬에 처음 상륙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부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상태로 야생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란칼데라 탐사를 이끈 연구자들 중 한 명인 게일 헌은 말했다. “비오코 섬은 원시 자연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헌은 벌써 13번째 그란 칼데라를 탐사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드렉셀대학교에서 영장류를 연구하는 헌이 비오코 섬을 처음 찾은 때는 1990년이다. 드릴원숭이를 장기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섬 전체에 홀딱 반하고 말았어요.” 헌이 말했다. “인간은 지구에 몹쓸 짓을 매우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곳은 훼손되지 않았고, 믿기 힘들 만큼 아름다워요. 한 사람의 노력으로도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곳이죠.”
헌은 ‘비오코 섬 생물다양성 보호 프로그램(BBPP)’을 전개했다. 매년 1월 그녀는 과학자들과 미국 및 적도 기니 학생들을 이곳에 데려와 광범위한 생물다양성조사를 실시한다. 올해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 국제보존협회(CI), 국제보존사진작가연맹(ILCP)의 지원을 받아 한 팀이 12일 동안 헌과 함께 ‘시각탐사신속평가(RAVE)’ 작업을 수행했다. 최대한 많은 원숭이와 비오코 섬에 있는 놀랄 만큼 다양한 생물종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였다. 과거에는 섬의 다양한 생물들은 보호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무분별한 사냥으로 위협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