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인스타그램 보기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키즈

매거진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모스크바

글 : 마틴 크루즈 스미스 사진 : 게르트 루트비히

소설가 마틴 크루즈 스미스와 사진기자 게르트 루트비히가 밤이면 본색을 드러내는 모스크바의 사악한 매력을 해부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지금은 자정. 모스크바는 바둑판 무늬의 불빛으로 반짝인다.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의 도금한 돔 지붕과 스탈린 시대의 끔찍함을 떠올리게 하는 우크라이나 호텔, 그리고 도시를 끼고 흐르는 모스크바 강의 불빛을 따라서 말이다. 하류 쪽에는 24시간 내내 이어지는 건설공사 때문에 한밤중에도 불빛이 훤하다. 이제 대낮의 소란함은 사라졌다. 밤의 불빛은 미래의 도시 윤곽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참새언덕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불법 오토바이 경주에 쏠려 있었다. 장난감처럼 현란한 일제 오토바이, 투박한 러시아제 보스토크, ‘초대형’ 두카티, 번쩍거리는 크롬 배기관이 달린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타는 사람과 오토바이광 수백 명이 행사장의 유명 영화배우처럼 도도하게 서 있는 오토바이들을 보려고 참새언덕의 전망대를 가득 메웠다. 한 폭주족이 할리데이비슨에 시동을 걸자 사람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개조를 너무 많이 해서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든 오토바이들도 있었다. 보통 사이드카에 감자 포대를 싣고 다니는 우랄 오토바이는 로켓과 기관총을 탑재한 날렵한 검은 색 오토바이로 탈바꿈했다. 기관총 총열은 의자다리를, 오토바이의 핸들은 목발을 사용했기 때문에 무섭다기보단 우스꽝스러웠다. 가죽 옷을 입고 징으로 치장한 폭주족도 우스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나는 빡빡 민 머리에 두건을 두른 괴물 같은 바이커에게 낮에는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봤다.

 

“잡니다.” 그가 걸걸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여자친구가 “피에벨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예요”라고 부연설명을 했다.
낮에는 기술자, 밤에는 무법자인 셈이다.

 

나는 친구 사샤와 동행했다. 사샤는 워낙 말투가 부드러워 내성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입이 무거운 강력계 형사다.

 

수년 전 우리는 모스크바에 있는 아일랜드식 술집에서 처음 만났다. 나는 소설 준비 작업으로 2주간의 현장조사와 인터뷰를 마친 것을 자축하며 지적인 동료 류바와 한잔하고 있었다. 사샤는 늪에서 죽은 마피아 단원의 시체들을 건져내고 왔던 터라 소설 속 영웅들에 관심을 가질 기분이 아니었다. 그날 술자리가 인연이 되어 사샤와 류바가 결혼하는 바람에 그는 나의 줄기찬 질문들을 들어줘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사샤는 내 소설 속 등장인물인 렌코 형사가 자기처럼 평범한 모습으로 묘사되어야 한다고 불평한다.

 

대로 건너편에서 오토바이 경주가 시작됐다. 구경꾼들 때문에 경주자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큰 오토바이들은 땅이 흔들릴 정도로 굉음을 냈고 작은 오토바이들은 부릉부릉 소리를 내며 속도를 높였다. 결승선은 100m 전방이 될 수도 있고, 길게는 모스크바 중심가에 있는 가든링 순환로를 한 바퀴 돌기도 한다. 이 순환로에서는 오토바이가 교통량에 따라 시속 약 192km까지 낼 수 있다. 과거에는 자동차 경주도 열렸지만, 제한속도보다 세 배나 빠른 속도로 이 차 저 차 사이를 요리조리 달리는 경주자들을 촬영한 동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된 후 금지됐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멋을 내려고 두툼한 가죽옷을 입은 폭주족이 가와사키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750cc짜리 엔진 같았다. 헬멧 외에 걸친 게 거의 없는 십대 소녀가 뒤에 올라타자 나는 걱정이 앞섰다. 여자아이가 남자의 등을 꽉 잡자마자 남자는 시동을 걸고 출발선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소녀가 너무 연약해보여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의 책임자가 누구야? 경찰은 어디 있는 거야?

 

사샤는 한쪽에 조용히 서 있는 민병대원들을 가리키며 “저들도 통제 못해요”라고 말했다.

포토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