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의 야생마
글 : 알렉산드라 풀러 사진 : 멜리사 팔로
미 서부의 상징물 중 하나인 무스탕들이 목축업과 에너지 개발업자에 밀려 살 땅을 잃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페루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지 얼마 안 된 넬손 키스페는 2005년 겨울 와이오밍 주 레드데저트에서 양치기로 고용됐다. 목장주 팻 오툴은 눈더미와 산쑥 덤불숲을 지나 방목장까지 수 킬로미터나 되는 먼 거리를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다닐 수 있도록 그에게 여섯 살 난 무스탕 한 마리를 내줬다. 전신이 하얗고 둔부에 검은 점이 있는 것으로 보아 녀석은 애펄로사종 계통이 분명했지만 말굽이 넙적해 짐말의 피도 섞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리버턴 근처 아너팜 교도소 수감자들은 녀석에게 ‘점박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원래 야생마였던 점박이는 다섯 살 때 생포돼 리버턴에서 훈련을 받았다. 그 결과 녀석은 야생을 잃지 않으면서도 길이 잘든 ‘훌륭한 말’이 되었다.
오툴이 키스페에게 말했다. “바람이 거세지고 양들이 뿔뿔이 흩어지면 그냥 캠프로 돌아가게. 무슨 일이 있어도 양들을 뒤쫓아가면 안 되네.” 그는 영어와 스페인어로 한 번씩 말해주고, 그래도 확실히 하기 위해 몸짓으로 한 번 더 설명했다. 와이오밍 주에선 날씨가 갑자기 변할수도 있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의사소통 수단을 동원해 사전에 주의사항을 말해줄 필요가 있다. 오툴의 말이 끝나자, 역시 페루 출신인 이 목장의 베테랑 양치기가 스페인어로 결정적인 조언을 짧게 한마디했다. 이윽고 키스페는 점박이를 타고 양떼를 이끌며 끝없이 펼쳐진 야생의 세계로 떠났다.
목장을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이 매서운 칼바람으로 변했다. 기온도 영하로 뚝 떨어졌다. 젊은 혈기로 가득 찬 키스페는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양떼 곁을 지키려고 했다. 그러다가 양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밤이 되자 바람은 더욱 사나워졌다. 젊은 양치기는 말에 탄 채 꽁꽁 얼어붙은 데다 길까지 잃었으니 이제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베테랑 양치기가 그에게 해준 결정적 충고가 떠올랐다. 키스페는 몸을 숙여 점박이의 고삐를 벗기고 두 팔로 녀석의 목을 감싸 안았다. 그러곤 눈을 감고 운명을 하늘에 맡겼다.
약 150만 년 전에 이 평원을 자유로이 질주하던 선조들의 후예이자 6년 전 바로 이 땅에 야생으로 태어났기에 누구보다 이 세계를 잘 알고 있던 점박이는 땅 냄새를 맡으며 프레리독(다람쥣과의 한 종류)과 오소리 굴을 피해가며 총기와 용기를 발휘해 겁에 질린 젊은 양치기를 캠프로 데리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