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강 물 분쟁
글 : 돈 벨트 사진 : 파올로 펠레그린
이스라엘과 이웃 나라들 사이에 수십 년 동안 분쟁의 불씨가 되어온 요르단 강이 가뭄과 오염, 남용으로 고갈되고 있다. 요르단 강을 살리려는 노력이 이곳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요르단 강은 왠지 그 이름만 보면 천상의 평안이 깃들어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의 강은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전쟁 상처로 얼룩진 헤르몬 산비탈 근처의 물살이 거센 상류에서 출발해 거품이 둥둥 떠 있는 진흙탕 사해(死海)에 이르기까지 300여km를 흘러가는 요르단 강은 분쟁국들의 틈바구니에서 강줄기를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이들 국가는 강둑에 지뢰를 매설하거나 모래톱을 서로 차지하려고 전쟁도 불사한다. 건조 지역인 이곳은 항상 물이 귀하다. 게다가 6년째 계속되는 가뭄에 인구팽창까지 겹쳐 요르단 강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 사이에서 생명과도 같은 물을 둘러싼 분쟁의 불씨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7월 어느 날 아침 요르단 강에서 있었던 한 장면은 놀랍기 그지없다. 각각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 출신인 과학자 세 사람이 함께 이스라엘 군의 호위를 받으며 무릎까지 차는 강물 속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갈릴리 호에서 남쪽으로 거의 65km 떨어진 지점에서 1967년 6월의 6일전쟁 때 폭격으로 허물어진 다리 아래에 서 있었다. 이들은 환경 운동을 통해 평화를 구축해가는 지역 비정부기구인 ‘중동 땅 친구들(FOEME)’을 위해 요르단 강을 측량 중이다. 날씨는 찌는 듯 더웠다. 열사병으로 쓰러지거나 허물어진 교량에서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져 다칠 수도 있었다. 또 홍수에 하류로 떠내려온 지뢰를 밟을 위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봐요, 사메르!” 축 늘어진 초록색 모자를 쓴 이스라엘 생태학자 사리그 가프니가 부른다. “이 꼬마녀석 좀 봐요.” 사메르 탈로지는 요르단에서 온 젊고 침착한 키다리 환경 공학자다. 그는 가프니가 물에서 아주 작은 갑각류동물 하나를 표본 채집용 유리병에 넣는 것을 어깨너머로 쳐다본다. “아직도 살아 있어요!” 가프니가 웃으며 말한다. “생명력이 끈질긴데요!”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요르단 강 웨스트뱅크에서 온 건장하고 마음씨 좋은 식물학자 바난 알 셰이크가 상류 쪽으로 발을 옮기며 키다리 갈대밭 속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나무 한 그루와 강둑을 따라 서식하는 다른 식물종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발 조심해요.” 가프니가 그를 향해 소리친다. “뭘 하든지 지뢰는 절대 밟지 않도록 조심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