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만 원유 유출
글 : 조엘 K. 본 2세
멕시코 만의 심해에는 미국이 수십 년 만에 발견한 최대 원유 매장지들이 있다. 하지만 이 해역은 세계에서 가장 시추하기 위험한 곳에 속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진퇴양난의 문제
멕시코 만의 심해에는 미국이 수십 년 만에 발견한 최대 원유 매장지들이 있다. 하지만 이 해역은 세계에서 가장 시추하기 위험한 곳에 속한다.
푹푹 찌는 6월의 어느 날, 미국 루이지애나 주 후마에 소재한 영국의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몇몇 사무실은 밝은 색 작업 조끼를 입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하나같이 얼굴 표정이 심각했다. 지금은 사무실들이 원유 시추 시설인 딥워터 호라이즌 호의 폭발 사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지휘 본부로 사용되고 있다. BP의 임원과 자문위원은 흰색 조끼를, 물자 공급 담당 팀은 오렌지색 조끼를, 미 연방 및 주 정부의 환경 담당 관리는 파란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취재기자들은 BP의 홍보 담당자들이 그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자주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가장 넓은 사무실인 ‘전략 회의실’의 벽에 걸려 있는 대형 비디오 화면들에는 원유 유출 해역의 지도와 방제선들의 위치가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한 화면에는 이따금씩 월드컵 축구 경기 장면이 뜨기도 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마크 플로언은 자문위원이자 사고 처리작업팀의 부책임자로, 흰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플로언은 지난 30년간 미국의 알래스카 주에서 나이지리아의 니제르 델타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 처리작업을 해온 전문가다. 지금 그는 20년 전 알래스카에서 발생했던 유조선 엑손 발데스 호의 원유 유출 사고 당시 함께 작업했던 전문가들과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고등학교 동창회에 온 것 같군.” 그가 불쑥 한마디 던졌다.
해안에서 80km 떨어져 있고 수심 약 1.6km 해저에 위치한 BP의 마콘도 유정에서는 사흘마다 엑손 발데스 호가 쏟아냈던 만큼의 원유가 분출되고 있었다. 지난 4월 말 이 유정이 폭발하는 바람에 세계 최첨단 원유 시추 시설인 딥워터 호라이즌 호는 마구 뒤틀리고 까맣게 타버린 고철덩어리가 되어 해저로 가라앉았다. 폭발 사고가 있기 전까지 석유업계는 이런 재앙이 결코 일어날 수 없을 것처럼 행동했다. 관계당국도 마찬가지였다. 1979년 수심이 얕은 캄페체 만에서 익스톡 I라는 한 멕시코 유정이 폭발한 이후로 멕시코 만에서 이런 대형 사고가 터진 적은 없었다. 그 후 시추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고, 석유 수요가 급증하면서 석유회사들은 차츰 대륙붕에서 멀리 떨어진 심해 해역으로 진출했다.
석유업계와 정부 측의 많은 사람들은 엑손 발데스 호 같은 유조선의 기름 유출 사고가 유정 폭발 사고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미국 연안에서의 원유 채굴을 규제하고 있는 연방기관인 광물관리국은 유정 폭발의 가능성은 1%도 안 되고, 설사 그런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도 원유 유출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번 사고 전까지는 대형 유출 사고가 거의 없었어요.” 플로언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