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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땅

글 : 브룩 라머 사진 : 치엔치 창

서서히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는 미얀마가 압제와 개혁, 어둠과 빛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해질 녘의 부드럽고 선선해진 햇살이 양곤 시내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면 사람들은 마술에 걸린 듯 이 쇠락한 도시의 거리로 몰려 나온다. 아이들은 낄낄거리며 신선한 사탕수수 주스를 사기 위해 부리나케 뛰어간다. 나무껍질을 으깨어 만든 미얀마식 선크림을 뺨에 덕지덕지 바른 여인들은 생선장수와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 티셔츠와 롱지(긴 치마처럼 생긴 전통 의상) 차림의 배가 불룩 나온 남자들이 보도에 앉아 붉은 빈랑나무 열매를 씹고 있다.

 

그러나 이런 축제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는다. 열대지방에서는 순식간에 어두운 밤이 찾아오고 미얀마는 전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서 갑작스레 닥친 어둠은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식민지 시절에 지은 허름한 정부 청사도 어둠에 휩싸인다. 어디선가 휴대용 발전기로 켜놓은 TV의 푸르스름한 빛이 인근 골목길에서 새어 나온다. 노점상들은 나무 밑에 자리 잡고 있어 형체가 보이지 않지만, 둥근 철사에 꿰어놓은 은빛 생선들, 자주색 바나나꽃 다발, 빈랑나무 잎사귀 더미, 파란 나무상자에 담아 쭉 진열해 놓은 해적판 미국 영화와 음악 DVD 등 이들이 파는 물건들 위로는 촛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Welcome to the Hotel California!”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완벽한 영어로 외친다. 등받이 없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는 청년 3명이 이 인사말에 웃음을 터뜨린다. 그중 DVD를 판매하는 청년(29)이 미소를 지으며 벌떡 일어선다. 청년은 깡마른 체격에 쇠테 안경을 쓰고 분홍색 셔츠를 입고 있다. 그는 학교를 초등학교 4학년까지밖에 다니지 못했지만 할리우드 영화와 1950년대 영문법 책으로 갈고 닦은 표현들을 마구 섞어가며 영어를 구사한다. 미국인을 만난 기쁨을 ‘over the moon, on cloud nine, pleased as punch(모두 ‘매우 기쁘다’는 뜻)’라는 세 관용구를 한꺼번에 쏟아내어 표현한다. 자기들끼리 톰, 딕, 해리(‘보통 사람들’이라는 뜻의 영어 표현인 ‘Tom, Dick, and Harry’에서 따온 이름들)로 통한다는 세 사람은 죽마고우로 거의 매일 저녁 만나 영어 관용구를 연습한다. 어둠 속에서 세 사람이 이글스의 옛 히트송 <호텔 캘리포니아>의 가사 한 줄을 놓고 잠시 머뭇거린다. “우리 좀 도와주세요.” 톰이 말한다. “‘We are all just prisoners here of our own device’가 무슨 뜻이에요?”

 

미얀마는 어둠의 땅이다. 이곳에서는 단순한 질문을 던져도 무슨 의도를 갖고 있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인구가 5000만 명인 이 불교 국가는 지난 반세기 동안 거의 내내 군부 지도자들의 전횡과 망상에 따라 좌지우지됐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직후 사분오열로 갈라져 있던 나라를 통솔할 수 있었던 유일한 조직은 미얀마 군부로 알려진 ‘타트마도’뿐이었다. 타트마도는 가공할 폐쇄 정책으로 미얀마를 외부 세계로부터 차단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마침내 미얀마는 그런 고립 상태에서 벗어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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