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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제국 히타이트의 재발견

글 : 앤드루 커리 사진 : 에민 외즈멘

히타이트인은 이집트인과 싸우고 바빌론을 약탈했으며 오늘날의 튀르키예와 그 너머에 정교한 도시들을 건설했다. 그 후 히타이트 제국은 홀연히 사라졌고 수천 년간 역사 속에서 잊혔다. 그러나 이제 속속 발견되는 새로운 사실 덕분에 사라져버린 초강대국의 전설이 되살아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히타이트 문명의 수도, 고대 도시 하투샤. 전성기에는 이 도시가 분명 경외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오늘날 튀르키예 중부의 가파른 비탈에 지어진 이 도시는 높다란 벽돌담으로 빙 둘러싸여 있었다. 이곳에는 무려 7000명의 사람들이 거주했고 거대한 사원 단지와 수 킬로미터 밖에서도 보이는 웅장한 돌 방벽이 있었다. 오늘날 이 산비탈은 수수께끼로 가득하다.
 
히타이트인은 살기 힘든 터를 수도로 삼았다. 여름에는 타는 듯이 덥고 겨울에는 뼈가 시릴 만큼 춥기로 악명 높은 곳 말이다. 고고학자들은 오랫동안 그 이유를 두고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곳에는 한때 궁전과 사원이 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둥도, 높은 성벽도 없이 그저 마른 풀에 반쯤 덮인 돌기초만 보인다. 도시로 통하는 문 일부는 사자와 스핑크스, 도끼를 든 신의 조각상들이 지키고 있다. 하지만 열에 아홉은 사라졌다. 진흙 벽돌로 쌓은 벽은 기나긴 세월을 거치며 허물어졌고 홍수와 눈 녹은 물이 비탈을 침식하면서 점토판이 수두룩했던 건물들은 비탈 아래로 무너져 내렸다. 강력했던 히타이트 제국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단서들은 더욱 찾기가 어렵다. 연구원들은 이 잃어버린 제국의 실체를 이제야 더 명확하게 파악하기 시작했다.

BC 1180년경 히타이트 제국은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 제국은 적어도 450년 동안 오늘날 튀르키예와 그 너머의 넓은 지역을 지배했다. 흑해 연안부터 메소포타미아의 강들과 지중해 수역까지 통치한 것이다. 히타이트인은 아나톨리아의 험준한 시골 지역에 고도로 발달한 도시와 장엄한 사원, 정교한 궁전을 건설했다. 그리고 이들은 수많은 고대어와 성스러운 의식에 관한 방대한 기록을 쐐기 문자 점토판에 남겼다. 히타이트 왕들은 고향 땅에서 까마득히 먼 곳까지 이어지는 무역로를 통해 이익을 얻었다. 히타이트군은 한때 메소포타미아의 깊숙한 곳까지 진격했다. 이집트의 람세스 2세와 히타이트 제국 간에 벌어진 카데시 전투는 세계 최초의 평화 조약을 이끌어냈다.
 
히타이트 제국의 왕들은 단출한 헌주부터 공들인 봉헌물에 이르는 공물을 신들에게 바쳤다. 그중 하나인 이 청동 검은 1991년 하투샤 근처에서 발견됐다. 검에 새겨진 아카드어 비문에는 승전을 기리며 폭풍의 신에게 이 제물을 바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히타이트인은 이집트인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었습니다. 바빌로니아인과 아시리아인도 그들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했죠.” 독일 고고학 연구소 소속 안드레아스 샤흐너는 말했다. 이 연구소는 하투샤 유적지에서 100년 가까이 발굴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집트인과 아시리아인은 모두 역사적 기억 속에 살아 있는 반면 히타이트인은 완전히 잊혔죠.” 샤흐너는 말했다.

학자들은 3000년이나 지나고 나서야 히타이트 제국의 존재를 알게 됐다. 고대 이집트 신전에서 조각품이 나오고 점토판에 기록된 외교 서신이 발견되자 학자들은 다국적 탐사 팀을 꾸려 수도의 위치를 찾아 나섰다. 1900년대 초에 이뤄진 발굴 작업에서 대량의 쐐기 문자 점토판이 발굴되자 학자들은 그동안 짐작했던 대로 하투샤가 사라진 히타이트의 수도라고 확신하게 됐다.
 
하투샤의 아치형 문 양옆은 스핑크스나 이 사자 조각상 같은 멋진 형상으로 장식돼 있었다. 오늘날에는 그 돌기초만 남아 있다.
연구원들은 하투샤에서 끊임없이 발굴되는 유물들을 통해 제국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기록을 차곡차곡 수집했다. 그들은 왕실 내에서 벌어지는 시시콜콜한 다툼이나 종교 의식부터 개를 죽인 행위에 합당한 형벌에 이르기까지 자질구레한 정보를 모았다. 그러나 히타이트 제국이 몰락한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위용을 떨치던 히타이트 제국은 어떻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을까? 그리고 느닷없는 제국의 멸망이 오늘날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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