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대의 은
글 : 줄리언 생크턴 삽화 : 아리아 사파르자데간
2000년 전에 로마의 군대가 머나먼 곳으로 은을 찾아 나섰다. 한 비전문 고고학자의 집요한 노력 덕에 우리는 그들이 제국의 운명을 바꿨을지도 모르는 보물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는지 알게 됐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그 일화는 무심히 읽고 넘기기가 쉽다. 고대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가 쓴 <연대기>에는 다른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이야기가 한 단락에 걸쳐 등장한다. 바로 군단병들을 로마 제국 변경의 위험천만한 광산에 억지로 들여보낸 평판 나쁜 사령관에 관한 이야기다. 이 사건은 로마 제국이 국경 밖의 땅과 자원을 집어삼키며 맹렬하게 영토를 확장하던 클라우디우스 황제 재위기(AD 41-54년)에 일어났다. 로마가 점령한 상 게르마니아 외곽의 ‘마티움 지역’으로 기술된 이곳이 어디인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의 임무는 분명했다. 바로 제국의 경제 동력인 특정 금속을 더 찾아내는 것이었다.
타키투스의 기록에 따르면 군단병들은 고되고 지저분하며 위험한 채굴 작업으로 “녹초”가 됐다. 그들은 “물길을 파고 지하 채굴장을 조성하는 등 개활지에서도 쉽지 않았을 일들을 했다.” 그것도 석유 램프를 켜서 간신히 앞을 볼 수 있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말이다. 군단병들은 자신들의 불만을 알리기 위해 인기 없는 사령관인 쿠르티우스 루푸스의 노고를 개선장군의 영예로 표창해달라고 주청하는 편지를 황제에게 보냈다. 이를 통해 루푸스의 헛된 노력이 멈추기를 기대한 것이다. 결국 은 탐광 작업은 중단됐고 그들의 진지는 철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