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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나이로비의 아이스하키 팀

글 : 네하 와데카르 사진 : 카디자 M. 파라

케냐에는 빙상 경기장이 하나뿐이다. 그마저도 아주 작다. 그럼에도 ‘케냐 아이스 라이온즈’ 아이스하키 팀은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나이로비의 파나리 호텔은 도심과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 사이의 한 고속도로변에 자리해 있다. 이 호텔 2층에는 작은 빙상 경기장이 하나 있다. 이곳은 적도 아프리카 지역의 유일한 아이스하키 팀인 케냐 아이스 라이온즈의 홈 경기장으로 쓰인다.

얼마 전 어느 수요일, 이 빙상 경기장은 하키 채가 서로 맞부딪치는 소리와 펜스에 선수들이 충돌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경기장 크기가 북아메리카아이스하키리그(NHL) 규격 경기장의 4분의 1에 불과한 이곳에서 5인 연습 경기가 시작되자 벤치에 앉은 선수들은 경기에 나간 동료들에게 스와힐리어로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케냐에는 극심한 빈부 격차가 존재하지만 이곳 나이로비에서는 아이스하키가 그 격차를 좁히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건축가 겸 건설 관리인으로 일하는 케냐 아이스 라이온즈의 주장 벤자민 음부루(30)에 따르면 이 팀의 선수들은 “변변찮은 배경의 사람들부터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들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팀원 중 다수는 아직 학생이며 일부는 무직 상태다. 나이로비에서 가장 극심한 빈민가에 속하는 지역에서 성장한 춤바나 리키자 무후시니(21) 같은 선수들에게 아이스하키는 생명선과도 같다. “누가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음부루는 말한다.

지난해 케냐는 아프리카 국가로는 다섯 번째이자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로는 두 번째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에 가입했다. 아이스 라이온즈가 그 자격을 승인받기까지는 무려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아이스 라이온즈의 주장 벤자민 음부루는 국제 대회에서 세 차례나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아이스 라이온즈는 2016년에 비공식적으로 결성됐다. 이 작은 빙상 경기장에서 스케이트 강사로 일하던 젊은 케냐인 몇 명이 자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하키를 하는 모습을 구경만 하고 있는 현실에 싫증이 나면서 자신들이 직접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들은 곧 나이로비의 롤러블레이드 커뮤니티에서 선수를 모집하고 중고 시장에서 유니폼과 기타 의류를 구매했으며 기부를 받은 장비를 이리저리 조합해 착용했다.

적도 지역에서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곧 널리 퍼졌다. 2018년, 페이스북을 통해 이 팀에 대해 알게 된 중국의 다국적 기업 ‘알리바바’의 한 임원은 선수들 중 일부를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보내 TV 광고 촬영을 진행했다. 광고의 핵심 문구는 “케냐에서 아이스하키? 허황된 꿈이란 없다”였다.

TV 광고 덕에 팀의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아이스 라이온즈에게는 맞붙을 팀이 없었다. 그러던 중 같은 해 말, 캐나다의 레스토랑 체인 사업체 ‘팀홀튼스’에서 이 팀 선수들을 캐나다로 초빙해 훈련을 시켜주고 다큐멘터리를 촬영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아이스 라이온즈 선수들이 유니폼과 장비를 통으로 제공받는 모습뿐 아니라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만나고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팀과 경기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케냐 선수들 중 일부는 아프리카를 떠난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선수들은 케냐에 아이스하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결의를 품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현재 은퇴한 캐나다 출신 프로 선수 사로야 팅커가 아이스 라이온즈를 도와 여자 아이스하키리그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아이스 라이온즈는 미래 세대를 양성하기 위해 토요일마다 청소년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많게는 70명의 아이들이 주말 훈련에 참가한다.

아이스 라이온즈의 감독은 캐나다 출신의 팀 콜비가 맡고 있다. 콜비는 케냐로 이주하기 전 캐나다 오타와에서 10년간 마이너 리그 하키 팀을 이끌었다. 콜비에 따르면 아이스 라이온즈가 극복해야 할 최대 과제는 예상했던 것처럼 비용이다. 나이로비에서 아이스하키를 하는 데는 시간당 100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경기장 크기도 지나치게 작다. 게다가 선수와 직원들 모두 무급으로 활동하는데 자원봉사제로 프로 스포츠 팀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고 콜비는 말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이스 라이온즈는 잠정적으로 내년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개최될 예정인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사상 처음으로 참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한 그다음에는 여러 급으로 나눠진 IIHF 세계 선수권 대회를 거쳐 궁극적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불가능한 일은 없습니다.” 음부루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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