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어캣 세계의 우두머리 암컷
글 : 카밀 브롬리 사진 : 토마스 페샥
지구온난화로 아프리카의 한 지역이 점점 뜨거워지는 가운데 최신 연구를 통해 이 종의 미래가 생존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강인한 우두머리 암컷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8월의 어느 상쾌한 아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칼라하리 사막에서 암컷 미어캣 한 마리가 꼬리를 질질 끌며 힘겹게 굴 밖으로 나왔다. 녀석은 유충을 찾고 있는 가족들 곁으로 다가갔지만 너무 쇠약해진 나머지 먹을 힘조차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 그 이유를 유추할 만한 섬뜩한 단서가 놓여 있었다. 바로 뻐끔살무사가 지나가면서 남긴 길고 선명한 흔적이었다. 그 미어캣은 교상을 입은 것이었다.미어캣은 몸길이가 30cm에 불과하고 몸무게가 1kg도 채 안 되지만 일반적으로 성인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독성이 강한 뱀독을 견딜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양에 노출되면 위험할 수 있다.
그날, 교상을 입은 암컷의 가족들은 녀석에게 줄 먹이까지 구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미어캣들은 그 암컷이 죽음을 맞이하게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터였다. 부분적인 이유는 그 암컷이 무리 전체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었다. 녀석은 작은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이자 무리 내에서 번식이 가능한 유일한 암컷이었다.
미어캣은 점박이하이에나와 여우원숭이와 더불어 암컷이 우위를 차지하는 사회 구조를 이루는 몇 안 되는 포유류 중 하나다. 부상을 당한 그 암컷은 여러 세대로 구성된 대가족 내에서 새끼를 낳고 무리의 구성원들을 엄격한 규율로 다스리는 녀석이었다. 무리의 수장으로서 녀석은 일꾼들로 이뤄진 무리의 사회 질서를 유지했다. 일꾼들은 매일 먹이를 구하러 나가고 포식자를 감시하며 새끼들을 돌본다. 그 암컷이 없다면 충분한 먹이를 구하고 무리를 보호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었다.
뻐끔살무사에게 물린 미어캣과 녀석의 가족들은 칼라하리 사막의 남단을 따라 펼쳐져 있는 1200km² 면적의 츠왈루 칼라하리 자연보호구에 산다. 지난 25년간 과도한 방목으로 황폐해졌던 이곳의 농경지는 재야생화됐고 영양, 사슴, 치타를 비롯한 여러 토착 야생동물의 개체수도 다시 늘어났다. 이 자연보호구는 칼라하리 사막에서 미어캣이 인간의 존재에 익숙해진 탓에 녀석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다. 이렇게 된 데는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미어캣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야생동물 추적 전문가 올로라토 모아크위(29)의 공이 크다.
미어캣은 보통 12마리에서 15마리의 성체가 무리를 이루며 산다. 하지만 츠왈루 칼라하리 자연보호구에서 모아크위가 추적 관찰 중인 미어캣 무리들은 위태로울 정도로 규모가 작다. 올겨울 그 무리들의 구성원 수는 각각 다섯 마리, 여섯 마리, 일곱 마리에 불과했다. 이렇게 규모가 작은 무리는 전멸할 위험이 더 크다. 먹이를 구하고 포식자를 감시하기 위해 보초를 서며 새끼를 기를 구성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무리들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위험 요소에 대한 보호책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극심한 폭염과 가뭄이라는 무시무시한 실존적 위협에는 더욱더 무방비 상태다.
1990년대 후반 이후로 아프리카 남부에 있는 이 지역의 최고 기온은 2℃ 이상 치솟았다. 여름철에 기온이 30℃ 중반을 웃도는 폭염 일수는 세 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폭염보다 더 직접적으로 생존을 위협하는 기상 현상은 가뭄이다. 가뭄은 미어캣의 먹이 공급을 막아버린다. 강수량이 적어지면 곤충 개체수가 줄어들고 그렇게 되면 미어캣은 먹이를 찾아 더 멀리 이동하거나 땅을 더 깊이 팔 수밖에 없다.
츠왈루 칼라하리 자연보호구에서 서쪽으로 약 80km 떨어진 곳에는 칼라하리 연구센터가 있다. 이 사설 목장은 생물학자들이 수천 마리의 미어캣을 대상으로 녀석의 생활상을 연구하는 곳이자 이 종에 대한 과학 지식의 대부분이 생성되는 곳이다. 2012년과 2013년에 발생한 극심한 가뭄으로 이 목장에 서식하는 미어캣의 절반 이상이 몰살됐다.
게다가 이 지역의 가뭄은 점점 더 장기화되는 추세다. 오늘날 이 목장에 서식하는 미어캣의 몸집은 1990년대보다 약 10% 더 작다. 뿐만 아니라 현재 가장 규모가 큰 무리조차 20마리 남짓에 불과하다. 가뭄이 들기 전에는 30-40마리 이상이었다.
우두머리 암컷의 이러한 행동은 극악무도해 보일 수도 있지만 무리 전체에는 이롭게 작용할 수 있다. 미국 듀크대학교 소속 행동생태학자 크리스틴 드레아와 그녀의 연구 팀은 최근 몇 년간 우두머리 암컷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임신 중에는 거의 두 배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두머리 암컷은 이 폭발적인 힘과 공격성을 자신의 새끼들의 생존뿐 아니라 무리의 미래까지 위협할지 모르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한다. “가장 못된 암컷의 새끼들이 가장 높은 생존율을 보일 겁니다.” 드레아는 말한다.
미어캣이 구축하는, 때로는 협동적이고 때로는 경쟁적인 사회 구조는 먹이 부족 사태와 끈질긴 가뭄에 직면했을 때조차 적응력의 원천이 된다. “미어캣은 굉장히 회복력이 좋아요.” 모아크위는 말한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모아크위가 추적하고 있는 무리 중 가장 규모가 큰 무리는 두 번의 출산으로 인해 구성원 수가 두 배로 늘어 총 14마리가 됐다. 뻐끔살무사에게 물렸던 우두머리 암컷은 가족들의 도움 덕분에 건강을 회복했다. 모아크위는 몇 주 후에 그 우두머리 암컷을 목격했다. 녀석은 다시 여왕 노릇을 하고 있었고 임신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