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글 : 제프 와이즈 사진 : 이브라힘 오네르 외
폭풍과 홍수, 화재 같은 자연재해와 씨름하는 지역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지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새롭게 등장한 전문가 집단이 폐허 속에서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2023년 2월 6일 동이 트기 세 시간 전, 제빵사 누리 임렌(29)은 여동생의 비명 소리에 잠에서 깼다. 임렌 가족이 살고 있는 튀르키예 안타키아의 고층 아파트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좌우로 흔들리더니 나중에는 위아래로 흔들렸다. 무거운 옷장이 넘어지면서 그 아래에 깔린 여동생은 팔과 어깨가 부러졌다. 취미로 웨이트 훈련을 한 임렌은 부랴부랴 여동생의 방에 들어가 옷장 윗부분을 들어 무릎 위에 올렸다. 1분 뒤 진동이 멈추자 임렌은 여동생을 끌어낼 수 있었다. 그는 여동생과 부모님을 데리고 계단으로 10층을 내려가 거리로 나갔다.밖은 춥고 어두운 데다 부슬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도시 전체가 정전이었다. 캄캄해서 피해 규모를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주변에 있는 수많은 8-9층짜리 아파트가 기울어지고 밀려나거나 폭삭 주저앉아 있었다. “너무 놀라서 추운 줄도 몰랐어요.” 임렌은 말한다. 마침 길가에 대놓은 트럭을 발견한 임렌은 식구들을 트럭 위로 대피시켰다.
다른 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임렌 가족은 운이 아주 좋았다. 날이 밝자 재앙의 규모가 드러났다. 규모 7.8 지진으로 안타키아 내 다수 지역이 파편과 뒤틀린 철근 더미로 변해 있었다. 도시가 단층대 위에 자리해 있다는 것은 이미 규명된 사실이었지만 엉성한 설계와 부실한 시공 탓에 많은 건물이 취약한 상태였다. 무너진 구조물에서 빠져나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약 1분 30초 사이에 수천 명이 죽었는데 임렌의 여자 친구와 외삼촌, 외삼촌네 식구 여덟 명도 유명을 달리했다. 새벽에 지진이 나고 몇 시간 뒤에 또 지진이 났지만 임렌이 사는 아파트 건물은 용케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심하게 훼손돼 나중에 발파 방식으로 해체됐다. 임렌은 50일 동안 재래시장에 있는 자신의 가게에서 지냈는데 구도심에 있던 시장도 결국 철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