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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지오그래픽 33

글 : 제임스 로스 가드너 외 사진 : 저스틴 프렌치 외 삽화 : 폴 라이딩

본 협회가 해마다 선정하는 33명의 위대한 인물을 소개한다. 이들은 시급한 과제에 맞서 싸우고 경이로운 발견을 이뤄내며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해리슨 포드(83)의 이름을 딴 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마도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바로 타키메노이데스 해리슨포르디다. 안데스산맥에 자생하며 몸통이 가느다란 이 희귀종은 길이가 고작 40cm에 불과하며 사람에게 무해하다. 연구원들은 2022년에 고산 지대의 한 습지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던 이 뱀을 처음 발견했다. 학명에 포드의 이름이 붙은 또 다른 종에는 중앙아메리카에서 주로 발견되는 개미 페이돌레 해리슨포르디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주로 서식하면서 다른 거미를 잡아먹는 거미 칼포니아 해리슨포르디도 있다.

“매번 새로 발견되는 종의 라틴어 학명을 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누군가 한 사람을 찍어야 하겠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자택 서재에서 포드는 말한다. 영화 <스타워즈>의 한 솔로 역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지 거의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칭찬을 들으면 무뚝뚝한 농담으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기는 그의 성격은 영화계에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타키메노이데스 마크해밀리나 페이돌레 캐리피셔리라는 이름이 붙은 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포드가 수십 년 동안 누구보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데 앞장서왔다는 사실을 현장의 과학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포드는 지난 35년간 대외적으로 국제보전협회를 대표하는 인물로 활동해왔으며 현재는 해당 협회의 부회장으로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본적으로 지구의 생명을 구하는”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포드는 은퇴 후의 안락한 삶을 마다하고 나이가 자신의 절반에 불과한 활동가들보다 더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대부분을 에미상 후보에 오른 코믹 시트콤 <맵다 매워! 지미의 상담소>의 세 번째 시즌을 촬영하면서 보냈다. 그는 촬영이 없을 때면 협회 동료들과 함께 주요 정상들을 만나 브라질 산불 방재에 필요한 긴급 자원을 요청하고 유엔 공해 조약 같은 국제 보존 협약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유명인인 그의 영향력은 전 세계에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국가 차원의 의사 결정권자들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 모으는 데 한몫하고 있다.


<아이콘>
프리양카 초프라 조나스
당뇨병에 대한 전 세계의 인식을 바꾸고 있는 여배우




인도 군의관인 부모 밑에서 자란 프리양카 초프라 조나스는 어린 시절 양친이 당직을 설 때마다 병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의료인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나 부모를 도와 시골 마을에서 의료 활동을 했던 한 경험은 그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디에서 태어나느냐가 삶의 방향을 크게 좌우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거든요.” 그녀는 말한다.

초프라 조나스의 인생 여정은 10대 시절 미인 대회 우승자에서 섭외 1순위로 손꼽히는 세계적 배우로 이어졌다. 이후 남아시아 여성으로는 최초로 미국 지상파 드라마 <콴티코>의 주연을 맡으며 역사를 새로 쓰기도 했다. 그 인생길에서 초프라 조나스는 모국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혹독한 보건 위기를 절감하게 됐다. 초프라 조나스가 어린 시절 방문했던 시골 마을부터 인구 밀집 도시까지 보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현재 인도에서는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당뇨병을 앓는 인도인의 약 절반이 사회적 낙인과 잘못된 인식 때문에 진단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초프라 조나스는 인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영화 <바라나시>에 출연을 준비하는 한편 인도인들이 당뇨병 증상을 인지하고 질병을 잘 이겨내도록 독려하는 캠페인에도 힘쓰고 있다. 이 활동은 시의적절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사정과도 관계가 있다.

2018년 5월, 음악가 닉 조나스와 교제를 시작할 때만 해도 초프라 조나스는 당뇨병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닉 조나스가 13살에 진단을 받은 제1형 당뇨병은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인이 부분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자가 면역 질환으로 평생 인슐린 치료가 필요하다. 반면 제2형 당뇨병은 주로 유전과 생활 습관 등 여러 요인으로 발병하며 인슐린 치료가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결혼할 무렵, 초프라 조나스는 제1형 당뇨병이 얼마나 철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한지 실감했다. “가끔은 한밤중에 일어나서 남편이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곤 했어요.” 초프라 조나스는 말한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가 이뤄진다면 당뇨병이 꼭 삶의 걸림돌이 될 필요는 없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됐다.

초프라 조나스는 지난 5년 동안 ‘비욘드 타입 1’에서 이사로 활동하며 이런 메시지를 전해왔다. 비욘드 타입 1은 2015년 닉 조나스가 공동 설립한 비영리 단체로 당뇨병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회원만 9만 명이 넘는 이 단체는 처음에는 주로 미국 내 환자를 지원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초프라 조나스의 제안으로 인도에서 제1형 당뇨병에 대한 교육 캠페인을 시작했다.


<모험가>
이완 맥그리거
오토바이 애호가이자 전 세계에 모험을 떠나라고 독려하는 배우




배우 이완 맥그리거는 오토바이 여행 시리즈인 최신작 <롱 웨이 홈>에서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에 도착했다. 북극이 코앞인 이 제도는 결코 낭만적인 관광지는 아니었다. 땅에는 석탄 채굴로 훼손된 흔적이 남아 있고 근처 빙하는 녹아 줄어들고 있었으며 야영지를 벗어나 화장실에 가려면 북극곰을 쫓아줄 무장 경호원까지 대동해야 했다.

스발바르제도 여행이 성사되기까지는 20년이 넘게 걸렸다. 2004년, 맥그리거를 정상급 스타 반열에 올려준 영화 <스타워즈> 3부작 촬영을 마친 직후 그는 BMW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 일주에 나섰다. 맥그리거는 이 여행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거친 현실, 그 사이의 모든 것을 기꺼이 마주했다. 동료 배우 찰리 부어만과 함께 떠난 여행은 네 편의 TV 다큐멘터리 시리즈 중 첫 번째 편인 <롱 웨이 라운드>가 됐다. 맥그리거에게는 세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모험가로서 제 2의 인생이 시작된 순간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 세상을 직접 보기를 바랍니다. 특히 요즘처럼 모두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는 시대에는 더 그렇죠.” 맥그리거는 말한다.

맥그리거와 부어만은 <롱 웨이 라운드>에서 영국 런던을 출발해 아시아를 거쳐 멀리 미국 뉴욕시까지 이동했다. 이후 2007년 <롱 웨이 다운>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을 종단했고 그로부터 13년 후 <롱 웨이 업>에서는 파타고니아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달렸다. 두 사람은 최신작 <롱 웨이 홈>을 촬영하며 유럽 17개국을 거쳐 장장 1만 1000km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재건된 바이킹 마을에 들르고 알프스산맥의 패러글라이딩 센터도 방문했다. 탐험 자체의 짜릿함뿐만 아니라 엉망진창인 면까지도 진심으로 즐기며 찬미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런 면모는 맥그리거가 유니세프와 꾸준히 협력하며 진행하는 방문 활동에서 더 잘 드러난다. “나는 유니세프가 기근이나 자연재해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해 후원금을 모으는 단체라고만 생각했어요.” 맥그리거는 말한다. 물론 유니세프가 그런 일도 한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롱 웨이> 시리즈를 통해 유니세프의 폭넓은 활동을 접하게 된다. 카자흐스탄 아동을 위한 암벽 등반 프로그램부터 우간다 소년병 재활 센터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다양하다. 맥그리거는 <롱 웨이 라운드> 촬영 당시 몽골의 고아 및 노숙 아동 센터를 방문했던 일이 인연이 돼 현재 24살이 된 딸 자미안을 입양하기도 했다.


<창작자>
알리아 바트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여배우




알리아 바트는 인도 뭄바이에서 동물들에 둘러싸여 자랐다. 언니 샤힌이 새끼 길고양이들을 계속 집으로 데려왔기 때문이다. 인도에는 수백만 마리의 길고양이가 있는데 바트의 집으로 온 고양이들 중에는 굶주렸거나 감염병에 걸려 상태가 심각한 녀석들도 많았다. “도저히 모른 척할 수가 없었어요. 아주 어릴 때부터 동물들에게 마음이 갔죠.” 바트는 말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성인이 돼서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오늘날 알리아 바트는 발리우드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손꼽힐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무려 9000만 명에 이른다. 바트는 이런 막강한 영향력을 활용해 영화 사업과 차세대를 위한 어린이 도서 시리즈, 실천을 촉구하는 캠페인 등으로 동물 복지와 환경 보호 운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바트의 전략은 창의적이고 다양하지만 때로는 고양이 위주로 돌아간다. 2021년, 바트가 설립한 제작사 ‘이터널 선샤인’의 로고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떡하니 등장할 정도다. 2024년, 바트는 인도에서 실제로 있었던 코끼리 밀렵 수사를 바탕으로 제작된 인기 미니시리즈 <밀렵꾼>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이터널 선샤인은 환경 영화제인 ‘올 리빙 싱스’와 협력해 영화 제작자들이 환경 문제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야기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놀라운 힘이 있어요. 한번 세상에 나온 이야기는 그 자리에 영원히 남아 있게 되니까요.” 바트는 말한다.

이야기는 특히 아이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기도 한다. 바트는 어린이 도서 시리즈 <에드아마마의 모험>을 집필하고 있는데 알리아라는 소녀와 입양견 에드가 동물을 돕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그 첫 번째 책의 제목은 <에드, 집을 찾다>다. 바트는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친환경 아동복 및 제품 브랜드 ‘에드아마마’를 바탕으로 이번 도서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바트는 아이들이 동물을 본능적으로 좋아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어린 딸 라하가 차를 타고 이동할 때마다 지나가는 모든 개를 일일이 가리킨다고 덧붙였다. 바트는 아이들이 자신처럼 그 애정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한다.

또 다른 창의적인 프로젝트는 바로 ‘미 워드로브 이즈 수 워드로브’다. 일명 ‘미수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바트가 자신의 옷과 동료 연예인들의 옷을 재판매 플랫폼인 ‘돌체 비’를 통해 판매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의류의 수명을 연장할 뿐만 아니라 매립지로 향하는 폐기물도 줄일 수 있다. 바트는 이 과정에서 수익금을 환경 보전 단체인 봄베이 자연사 협회를 비롯한 여러 자선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선구자>
김혜경
기후 행동을 이끄는 케이팝 광팬




케이팝 팬들은 “성과를 낼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고 김혜경 씨 말한다. 그녀가 누룰 사리파와 함께 기후 정의 연대 ‘케이팝포플래닛’을 설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단체는 팬들의 열정을 결집시켜 기업을 상대로 친환경 경영을 요구한다. 한국 기업인 현대자동차는 케이팝포플래닛이 지속적인 소셜 미디어 청원 운동에 돌입하자 석탄 화력 발전 업체와의 계약을 취소했다. 이 단체가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겨냥한 이후에는 세계적인 걸그룹 블랙핑크의 소속사가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케이팝포플래닛은 음악 축제가 재생 에너지로 운영되도록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의 이름은 당연히 ‘케이팝 카본 헌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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