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꽃을 찾아서
꽃은 사랑과 축복의 상징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큰 몫을 담당해왔다는 것이다. 과연 꽃식물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언제 어떻게 지구상에 출현하게 됐을까?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1973년 여름, 아버지가 채소를 심어놓은 텃밭에 해바라기꽃들이 피어났다. 아버지는 이웃에게 텃밭의 일부를 빌려주셨는데 바로 거기서 어느새 이렇게 꽃을 피운 것이다. 겨우 여섯 살이었던 나는 처음에는 크고 강렬한 그 꽃들이 우리 가족이 늘 재배해온 소박한 콩, 피망, 시금치 같은 야채들과 도무지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하지만 나는 찬란하게 빛나는 해바라기에 서서히 매료돼갔다. 이글거리는 듯한 해바라기꽃 덕분에 늦여름까지 텃밭을 지배하던 초록빛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대롱같이 생긴 작은 꽃들로 이루어진 둥근 금빛 꽃에 거꾸로 매달린 채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씨를 빼 먹는 새들의 모습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해 여름에 비로소 나는 꽃의 진수를 알게 됐고 그로 인해 세상에 대한 내 관점까지 바뀌었다.
꽃에는 세상을 보는 사람의 관점을 바꾸는 힘이 있다. 중생대 백악기에 속하는 약 1억3000만 년 전에 꽃이 등장하면서 지구의 모습도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지질학적 기준으로 보면 비교적 최근으로, 지구의 역사를 1시간으로 친다면 꽃식물이 생겨난 것은 겨우 90초 전의 일이다. 그럼에도 꽃식물은 일단 1억 년 전쯤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자 그 종류가 폭발적으로 불어났다. 현존하는 꽃식물과(科)의 대부분도 그때부터 분화돼 나온 것이다.
오늘날 꽃식물의 종류는 최초의 꽃식물보다 2억 년 앞서 등장했던 양치식물 및 겉씨식물에 비해 20배 가량 많다. 식량 차원에서도 꽃식물은 인간을 비롯한 다른 동물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양분을 제공한다. 식물학자 월터 주드는 "꽃식물이 없었다면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참나무와 종려나무에서 야생화와 수련에 이르기까지, 수km나 뻗어 있는 옥수수밭, 감귤밭에서 아버지의 텃밭에 이르기까지, 꽃식물은 식물학과 농업 분야에서 다른 어떤 식물들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꽃식물이 나타나기 전의 지구는 물고기와 거북이 살고 잠자리들이 날아다니는 일본식 정원과 비슷했어요. 평화롭지만 적적한 느낌을 주는 초록 일색의 정원 말입니다. 그런데 꽃식물이 등장하자 영국식 정원처럼 변했죠. 화사한 빛깔의 다양한 꽃들로 가득해 나비와 벌이 찾아 드는 세상이 된 겁니다. 갖가지 형태와 색채를 뽐내는 꽃들이 초록 잎새들 사이에서 피어난 거죠." 고생물학자 데일 러셀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