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의 행방을 뒤쫓다
세계적인 관심 속에 이 지명수배자가 몸을 숨겼던 곳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을 끼고 있는 토라보라 산악지대의 바위산과 동굴이었다. 이 험난한 땅에서 살고 있는 파슈툰족은 자신들의 고향을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은신처 중 하나로 만들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알카에다와 싸우던 당시를 떠올리며 파키르 샤가 토라보라의 검은 언덕 저편으로 기관총을 난사한다. 양호랑이가시나무 숲을 지나 골짜기를 넘어 화강암 봉우리까지 울려 퍼지는 총성은 무슨 대답이라도 찾는 듯하다. 하지만 응답은 없고 바람만 분다. 샤가 기관총을 내려놓자 총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아프가니스탄 민병대원이 토라보라를 다시 찾은 것은 알카에다와 미군의 격렬한 교전이 벌어졌던 2001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당당하게 사격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그에게서 용기와 두려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우리는 이곳에서 눈을 맞으며 2주 동안 알카에다와 싸웠습니다." 너덜너덜한 회색 코트에 미 육군의 위장복 바지를 입은 샤가 말한다. 그는 미군 전투기의 폭격으로 생긴 4m 깊이의 구덩이를 가리키며 말한다. "저 구덩이 보이죠? 미군 한 명이 콘크리트 조각 하나를 거기에 던져 넣더군요. 세계무역센터의 잔해에서 가져온 거였죠. 알카에다가 전멸했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난 그렇지 않다고 말했어요." 샤를 따라 자갈 깔린 개울을 건너 언덕으로 올라가 보니 토라보라 동굴들이 나타난다. 많은 동굴이 벌집 모양으로 언덕 비탈에 모여 있다. 탄약통 몇 개만 있을 뿐 지금은 모두 비어 있다. 우리는 다시 밖으로 나와 위험을 무릅쓰고 어느 부서진 집으로 향한다. 폭격에 의해 무너진 이 집은 진흙 벽돌로 지은 건물이다. 탄약통 파편과 기도할 때 쓰는 모자가 눈에 띈다. "오사마가 있던 곳이죠." 샤가 말한다. 벽돌 조각에 앉아 오렌지 껍질을 벗기면서 GPS로 위치를 확인해 보니 북위 34.07.080, 동경 70.13.209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2001년 12월 초 토라보라 포위공격이 시작되기 전 어느 날 밤, 빈 라덴은 이곳에 들러 전투원 수백 명의 사기를 북돋고는 사라졌다. 그때부터 이 기사가 완성된 2004년 10월 초까지 이 세계적인 지명수배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미 그를 체포한 미군이나 파키스탄 동맹군이 미국 대선 직전에 이 사실을 공개하려 한다는 소문도 있지만. 그는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집에서 최신 기사를 보도하던 나는 9·11 이후 거의 매일같이 이 질문을 던졌다. 난 해답을 찾기 위해 빈 라덴의 뒤를 밟고 있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사막지대의 접경지역 부근과 힌두쿠시 산계를 돌아다녔고, 파키스탄의 부유한 두 도시인 페샤와르와 카라치까지 찾아갔다. 이들 도시의 고급 빌라에는 알카에다 수장들이 숨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