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호를 다시 찾다
값비싼 유물을 노리는 인양업자들, 관광객들, 그리고 시간의 경과 때문에 타이타닉 호가 침몰한 현장은 엉망이다. 19년 전 이 유명한 배를 발견한 밥 밸러드가 현장을 다시 찾아 배가 훼손된 상태를 점검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잔해 현장을 둘러본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1912년 4월 15일 이른 새벽, 살을 에는 추위 속에 죽어 갔던 사람들이 캐나다 뉴펀들랜드 주에서 550km 떨어진 이곳에서 다시 한 번 내게 그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타이타닉 호가 부자와 권력자들의 수상 궁전이었음을 상기시켜 주는 샴페인병들이 여전히 코르크 마개로 막힌 채 해저에 놓여 있었다. 병들을 담던 상자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 옆에는 휴게실에 붙어 있던 것으로 보이는 타일이 있었다. 문득 여성용 구두 한 짝이 눈에 띄었다. 근처에 커다란 빗 세 개와 작은 신발 한 켤레도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손거울이 있었다. 어떻게 이 물건들이 해저에 한데 모여 있을까? 이 큰 구두는 딸의 길고 아름다운머리카락을 빗기던 엄마의 것이었을까? 이 손거울을 들여다보았을 소녀는 어떻게생겼을까? 부근에는 신발이 더 있었는데, 한 켤레는 여자아이 것이었고, 또 한 켤레는 선원용 검정 비옷처럼 보이는 물체 옆에 있었다. 제각각 수심 3800m 지점까지 가라앉았다면 이렇게 가까이 모여 있을 리가 없었다. 그것들은 함께 움직였던 것이다. 내가 프랑스와 미국의 합동 탐사팀의 일원으로 타이타닉 호를 발견한 지 19년이지났다. 나는 배의 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장을 다시 찾았다. 침몰선을 인양하는 사기업인 RMS 타이타닉 사(社)에서 침몰 지점에 여러 번 와,내가 신성한 무덤으로 여기는 이 배에서 수천 점의 유물을 합법적으로 수거한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러시아의 잠수함을 타고 난파선을 찾은 영화감독 제임스캐머런 일행도 범법 행위를 하지는 않았지만 선체와 부딪치는 사고를 냈다고 한다. 한 맥주업체는 내기에서 이긴 사람이 맥주병을 회수하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도록 후원했다. 심지어 뉴욕의 어떤 커플은 잠수정을 타고 타이타닉 호의 이물에 '쿵' 하고 내려앉아 결혼식을 올리기까지 했다. 이 모두가 바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지만 벌어지고 만 우스꽝스러운 일들이다. 나는 진주만에서 폭격 당한 군함 '애리조나 호'처럼 타이타닉 호의 잔해를 소중하게 여기도록 사람들에게 촉구했다. 그러나 그들은 소중히 여기기는커녕 마을 축제의 쇼에나 나오는 구경거리와 같은 존재로 전락시켜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