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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밸리 국립공원

글 : 팀 카힐 사진 : 마이클 멜포드

미국에서 가장 낮고 가장 더우며, 아마도 가장 기이한 곳일 데스밸리.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본토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인 이곳에서 돌들은 은밀하게 사막을 배회하고 돌풍은 대낮도 어스름 깔린 풍경으로 바꿔놓는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풍경은 지질학자들의 눈에 ‘지각의 포르노’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이곳에도 물론 우뚝 솟은 산맥과 끝없이 깊은 골짜기가 있다. 하지만 이곳이 지구상 대부분의 지역과 다른 점은, 습곡작용으로 휘어진 암석층, 지각판들의 충돌, 호안선의 전진과 후퇴, 화산활동의 증거, 암석 표면을 긁고 지나간 빙하의 자국, 침식작용의 크고 작은 흔적 등이 풀이나 흙, 혹은 눈이나 얼음으로 덮여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구는 정숙한 ‘어머니’지만 데스밸리의 대부분은 알몸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이곳은 또한 나로 하여금 지형을 보고 박장대소하게 만든 지구상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데스밸리 북서쪽의 ‘레이스트랙’이란 곳이 그랬는데, 이곳에서는 전자레인지만 한 돌들이 메마른 진흙 바닥을 가로지르며 850m 이상씩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진다. 사방에 증거들이 있다. 바닥에 깊이 파인 길들, 그 길의 끝에 놓여 있는 돌들이 그 증거다. 돌들이 어떤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200~300m씩 이동하면서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고 밖엔 설명할 수 없다. 이렇게 돌아다니는 돌이 150개도 넘는다. 하지만 돌이 움직이는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의 5km 길이에 폭 2km 면적의 이곳 레이스트랙은 ‘플라야’, 즉 바닥이 평평한 건호(乾湖)다. 남단과 그보다 약간 높은 북단의 고도차가 고작 5cm에 불과한, 거의 당구대에 비유될 만큼 평탄한 곳이다. 바닥은 햇볕에 바싹 말라 돌처럼 단단해진 진흙으로 되어 있고 도넛 크기의 다각형 모양이 무늬져 있다. 초현실적 풍경에 종말 이후 같은 정적이 감돈다. 오로지 바람의 속삭임과 울부짖음만이 이 정적을 깰 뿐이다. 레이스트랙 북단에 섬처럼 우뚝 솟아 있는 22m 높이의 둥근 암반, 그랜드스탠드가 그런 인상을 더한다. 이 암반은 층층이 쌓인 퇴적물의 바다 속에 거대한 모습을 감추고 있는 산의 꼭대기처럼 보인다. 그랜드스탠드는 마치 경마를 관람하듯 플라야 남단에서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돌들을 구경하라고 있는 관람석 같다.
나는 시간이 남아 그랜드스탠드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우베헤베 분화구에서 차로 50km를 달려왔는데 자갈길이 예상만큼 험하지 않아 레이스트랙에 오후 일찍 도착했다. 돌들의 ‘경주로’는 햇빛이 비스듬히 비쳐 바닥에 난 자국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새벽이나 황혼녘에 보는 게 가장 좋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나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장관 중 하나를 보러 우베헤베 봉 부근의 능선으로 올라갔다. 때는 2월, 기온은 20℃ 초반이라 등산하기에 쾌적한 날씨였다. 능선에 오르자 서쪽으로 1300m 아래에 설린밸리의 사막과 천연 염전이 보였다. 서쪽 더 멀리, 국립공원 바로 바깥쪽으로는 인요 산맥 원생지대가 보였다. 산들이 눈으로 덮여 있고 최고 3300m까지 솟아오른 인요 산맥이 설린밸리 쪽으로 서서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이 원생지대 너머로는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이 온통 눈으로 덮인 시에라네바다 산맥이 인요 산맥 위로 우뚝 솟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