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잡이새
글 : 브루스 바콧 사진 : 요즈세프 L. 스젠트페테리
공중에서 눈부신 잔상과 함께 나비를 낚아채는 유럽벌잡이새는 세 곳의 대륙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보낸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시가 잘 어울리는 새들이 있다. 존 키츠는 나이팅게일에게 시를 바쳤고, 에드거 앨런 포는 까마귀를 노래했다. 유럽벌잡이새의 삶은 가문의 음모, 절도, 위험, 권모술수, 절세미인 이야기가 가득한 대하소설에 가깝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벌잡이새는 화려한 깃털을 자랑한다. 진한 갈색 정수리에, 눈가에는 강도처럼 검은 띠를 둘렀고, 가슴은 청록색이며 목 깃털은 잘 익은 밀처럼 황금빛이다. 몸을 사릴 줄 모르는 새에게 딱 어울리는 모습이리라.
벌잡이새는 이름에 걸맞게 벌을 먹고 산다. 그 밖에 잠자리, 나방, 흰개미, 나비 등 날아다니는 것이면 뭐든지 다 잡아먹는다. 녀석들은 급회전, 급강하하며 달아나는 벌을 마치 열추적 미사일처럼 쫓아다닌다. 공중에서 벌을 낚아챈 뒤 녀석은 나뭇가지로 돌아와 잔혹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벌의 독을 제거한다. 부리로 물고 있는 벌의 머리를 나뭇가지 한쪽에 후려친 뒤 배 부분을 문지른다. 그러면 기절하거나 목이 달아난 벌이 독을 쏟아낸다.
유럽벌잡이새는 행복한 삶을 산다. 녀석들은 거의 대부분 봄과 여름엔 스페인에서 카자흐스탄에 이르는 넓은 구역(소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주로 서식)에서 무리를 이루고 새끼를 키운다. 농경지, 들판, 강 계곡에는 부화한 곤충들이 널려 있다. 밭을 갈아엎는 트랙터 뒤로 한 무리의 벌잡이새들이 졸졸 따라다닌다. 녀석들은 벌집을 발견하면 포식을 하는데, 한 연구원이 벌집 부근에서 위장에 벌 100마리가 들어 있는 벌잡이새를 발견한 적도 있다. 그래서 일부 양봉업자들은 벌잡이새를 쏴버리기도 한다.
겨울에 꿀벌이 벌집 속에 틀어박혀 있으면 벌잡이새의 주요 먹잇감도 바닥난다. 그래서 벌잡이새 무리는 늦여름에 길고도 위험한 여행을 시작한다. 어린 벌잡이새의 여유로운 삶도 그때 끝난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북부에 사는 거대한 벌잡이새 무리는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사하라 사막을 지나 서아프리카의 월동지로 향한다. 헝가리 등 중동부 유럽의 벌잡이새들은 지중해와 아라비아 사막을 건너 아프리카 남부에서 겨울을 난다. “이 같은 이동은 아주 위험천만한 전략입니다.” 45년 넘게 유럽벌잡이새를 연구해온 영국의 조류학자 힐러리 프라이는 말한다. 지중해에서 한데 모인 벌잡이새들은 이동 중인 녀석들을 새끼 먹이로 삼으려는 매의 공격을 피해야 한다. 프라이는 “출발한 무리 중 최소 30%는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거나 다른 원인으로 죽기 때문에 이듬해 봄에 유럽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아프리카에 도착하고 나면 녀석들은 짝짓기에 열을 올린다. 수컷 벌잡이새는 자신의 무리에 그대로 남는 반면, 암컷은 다른 무리로 떠나 그 무리의 수컷과 짝을 이룬다. 스페인 출신의 수컷이 이탈리아 출신의 암컷을 만난다. 헝가리 출신의 새가 카자흐스탄 출신의 새를 만나 일생의 인연을 맺는다. 4월이 오면 녀석들은 유럽으로 돌아간다. 한 살배기 수컷들은 새로운 반려자와 함께 고향으로 향한다. 이들이 둥지를 트는 사암 절벽이나 모래 강둑에는 굴 같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굴은 타원형으로 성인 남자 다리 길이만큼 깊고 너비는 주먹만 하다. 벌잡이새들은 더러워진 둥지에선 새 가정을 꾸리지 않기 때문에 한번 쓴 굴들은 거들떠보지 않고 새로 굴을 판다. 벌잡이새들은 최대 20일 동안 계속 쪼고 긁어낸다. 작업이 끝날 때까지 녀석들은 자기 몸무게의 80배가 넘는 7~13kg의 흙을 옮기고, 부리도 2mm 정도 닳아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