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고속도로
글 : 돈 벨트 사진 : 에드 카시
인도의 4대 도시를 잇는 새 고속도로를 통해 구(舊)인도와 신(新)인도가 만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새로 개통된 인도의 국립고속도로 남부 구간이 카르나타카 주 방갈로르를 통과해 아라비아 해와 벵골 만 사이를 가로지른다. 겉보기엔 잘게 부순 돌과 아스팔트에 불과할지 몰라도, 10억 인도인의 가슴벅찬 염원이 담긴 ‘황금벽돌길’이다. 방갈로르 시내에 가면 화려하게 장식된 높이 15m의 힌두교 사원 옆에 잠시 정차해둔 차량 행렬을 볼 수 있다. 이 사원에서 실시하는 드라이브인 의식인 ‘푸자’에 참석하기 위한 차들이다. 뿔테 안경을 쓴 작고 쾌활한 사제 R.L 디크시스가 매일 밤 새로 산 차량들 위에 힌두교의 신 가네시의 축복을 뿌려주는 푸자를 거행한다. 승용차, 트럭, 사륜구동 SUV, 오토바이, 자동인력거, 어떤 때는 자전거나 소가 끄는 짐수레를 새로 산 주인들은 코끼리 머리에 팔이 네 개 달린 풍요와 행운의 신 가네시의 축복 없이는 승용차를 끌고나갈 생각조차 안 한다.
운동기구 수입회사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메나카 셰카란(23)도 이날 오후에 산 은색 스쿠터에 디크시스 사제가 푸자를 베풀어주길 기다리는 중이다. 날씬한 체구에 눈망울이 또랑또랑한 그녀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많은 젊은 인도 여성들처럼 디자이너 청바지에 밝은색 튜닉을 걸치고, 검정 하이힐을 신고, 머리엔 코와 입을 덮어주는 흰색 스카프를 둘렀다.
사제가 길게 늘어선 차량들에 하나씩 의식을 베푸는 동안 메나카의 오빠 다나는 코코넛에 불을 붙여 스쿠터 주위를 세 바퀴 돌고 난 후 스쿠터 앞에서 도로를 향해 코코넛을 던져 산산조각을 냈다. 그런 다음 앞바퀴 밑에 레몬을 놓았다. 이제 메나카가 그 위로 스쿠터를 몰고 지나가면서 레몬을 터뜨리면 되는데, 이는 순탄한 출발을 의미한다.
“운전면허증 있어요?”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아뇨, 없어요.” 그녀가 킥킥거리며 대답했다. 그 때 디크시스 사제가 다가와 스쿠터의 운전대에 노란색 꽃다발을 걸더니 힌두교 경전 베다의 주문을 읊으며 스쿠터 위로 가네시 신 제단의 성수를 몇 방울 뿌렸다. 그런 다음 스쿠터 위에 강황 추출물인 붉은색 쿰쿰을 몇 방울 튀기고 메나카 이마에도 꾹 찍어주는 것으로 의식을 마쳤다.
메나카가 스쿠터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메나카는 잠시 어떤 게 가속기이고 어떤 게 브레이크인지 몰라 당황했다. 간신히 중심을 잡은 다음 받침대를 걷어차고 앞으로 나아가자 다나와 구경꾼들이 환호했다. 의식을 치르긴 했지만 오토바이 한 번 타려다 차들이 달리는 도로에서 금방이라도 중심을 잃고 쓰러질 것 같았다. 내가 핸들바를 잡아줬다.
“헬멧 있어요?” 붕붕거리는 엔진 소리에 내가 큰 소리로 묻자 웃으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운전할 줄은 알아요?”
“아뇨. 잘 몰라요.” 그녀가 즐겁게 외쳤다. “하지만 앞으로 배울 거예요!”
말을 끝내는가 싶더니 옆에서 따라 달리는 다나를 두고 타이어 자국을 남기며 튕기듯 앞으로 가다가 지나가는 차에 거의 부딪힐 뻔했다. 그러곤 가네시 신이 보호해주기만을 바라며 그녀는 속력을 내 방갈로르의 혼잡한 저녁 퇴근길에 뛰어든다. 저 멀리 가로등 밑으로 그녀가 지나갈 때, 나는 21세기 인도의 뜨거운 물결을 타고 질주하는 그녀의 머리를 간신히 분간할 수 있었다. 그건 빛의 물결에 합류한 또 하나의 작은 소용돌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