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혼
글 : 신시아 고니 사진 : 스테파니 싱클레어
가난과 전통적인 문화 때문에 결혼을 강요당하는 사춘기도 안된 소녀들이 지금 이에 맞서 싸우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인도 북부 라자스탄 주에서 조혼은 불법이다. 그래서 이 혼례식은 초청받은 하객들 말고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몰래 치러졌다. 밤 늦게 식을 올리는 이 지역 전통에 따라 이 메마른 농촌 마을에서는 오후가 한참 지나서야 혼인 서약을 앞둔 어린 신부 세 명이 치장을 시작했다. 소녀들이 흙바닥에 나란히 쪼그려 앉았고 마을 여인네들이 임시 휘장처럼 사리 천으로 소녀들을 빙 둘러 가리고 금속 냄비에 담겨 있는 비눗물을 소녀들의 머리 위에 부었다. 자매지간인 라다와 고라는 당시 각각 열다섯 살과 열세 살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만한 나이였지만, 조카 라자니는 고작 다섯 살이었다. 라자니는 어깨에 나비 무늬가 새겨진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어른 한 명이 라자니를 씻기려고 티셔츠를 벗겼다.
신랑들은 수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마을에서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다들 술에 얼큰하게 취해 흥이 오른 상태일 터였다. 신부 측에서 신랑들을 만나본 사람은 두 자매의 아버지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체격이 호리호리하고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농부로 등이 꼿꼿하고 콧수염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나는 그를 M이라고만 부르겠다. M은 하객들이 좁다란 돌길을 지나 화사한 명주 천이 장대에 걸쳐져 차일처럼 뒤덮고 있는 혼례식장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면서도 걱정스런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뇌물이 안 통하는 경찰관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혼례식이 중단될 뿐만 아니라 범법자로 체포되어 집안 망신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자니는 M의 손녀로, 결혼한 맏딸의 여식이다. 동그란 눈동자와 펑퍼진 작은 코, 그리고 피부는 밀크초콜릿처럼 짙은 갈색인 라자니는 조부모와 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라자니를 가장 아끼는 사람이 할아버지인 M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명망 있는 집안의 남자를 손녀딸의 배필로 고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했다. 라자니의 고모 라다도 같은 집안으로 시집을 갈 참이었다. 그러니 라자니는 ‘가우나’를 올린 후에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가우나는 인도에서 신부가 친정을 떠나 남편이 사는 시집으로 들어갈 때 올리는 의식이다. 인도에서는 소녀들이 어릴 때 결혼하면 사춘기가 지나서 가우나를 올리는 게 통례여서 라자니는 조부모와 함께 몇 년 더 살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M이 그 사이 손녀딸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아이를 공식적으로 혼인시키는 건 잘한 결정이라고 했다.
우리는 다섯 살 난 라자니가 자정에 혼례식을 올리는 세 신부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분홍색 플라스틱 선글라스를 들고 차박차박 맨발로 돌아다니는 그 조그만 소녀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우리를 마을로 안내해준 M의 사촌은 십 대인 두 자매가 혼례를 치른다고만 했었다. 인도 여성의 법적 혼인 가능 연령은 18세 이상이다. 그러나 혼인하는 소녀들이 적어도 사춘기에 이른 나이라면 불법 결혼을 감행해도 집안 체면을 봐서 눈감아달라는 부탁이 통하기 때문에 이웃들까지 한통속이 되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막상 혼례식에 가보면 청첩장에 이름도 올라 있지 않던 가장 나이 어린 딸을 두 번째나 세 번째 신부로 슬쩍 끼워 넣는 일도 다반사다.
라자니는 혼례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잠이 들었다. 삼촌이 라자니를 간이침대에서 들어 올려 한쪽 어깨에 둘러메고 달빛을 받으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성화(聖火)와 힌두교 사제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하객들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었고 머리에 금색 터번을 두른 한 열 살짜리 소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소년이 앞으로 라자니의 남편이 될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