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가 간직한 비밀
글 : 니콜라 트윌리 사진 : 다비데 몬텔레오네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한 연구소가 고대 인류의 생활상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뒤바꿔놓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독일 출신의 미생물학자 프랑크 마익스너는 세계 유일의 미라 전문 연구소를 이끌면서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고대 연조직 시료를 채취해왔다. 그중에는 이탈리아 피렌체에 자리한 메디치 예배당의 대제단 아래 비밀 묘실에서 발견된 얇고 가느다란 장기 조직도 포함돼 있었다. 테라코타 단지 안에 보관돼 있던 조직을 분석한 결과, 잘 보존된 혈관 내부에서 말라리아 감염 흔적이 발견됐다. 스위스에서는 체내에 수은이 다량으로 축적된 어느 목사 부인의 미라가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의 먼 친척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 미라의 위장에서는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위암과 위궤양을 유발하는 원인균의 고대 유전체가 검출됐다. 약 7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느 볼리비아 출신 아이의 미라는 보존 상태가 워낙 뛰어나 양 갈래로 땋아 내린 머리카락의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외에도 수십 구에 달하는 고대 이집트 미라는 물론이고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접경 지역에서 경이로울 만큼 완벽히 보존된 상태로 발견된 구리 시대의 아이스맨 ‘외치’ 역시 빼놓을 수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가을 오스트리아 할슈타트의 어느 소금 광산에서 마익스너를 만난 것은 다소 뜻밖의 일이었다. 이곳은 지금까지도 채굴이 이뤄지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금 광산이다. 그는 빈 자연사박물관 소속의 다니엘 브란트너와 함께 최근 굴착을 마친 구간에 내려와 있었다. 두 사람의 헤드램프가 사방을 둘러싼 소금 암석을 비추자 분홍색과 회색이 어우러진 결정체가 영롱한 빛을 발했다. 이윽고 그들이 찾아 헤매던 대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소금층에 박혀 있는 고대인의 인분 화석이었다. 지금까지 마익스너가 거둔 흥미로운 성과 중 상당수는 미라의 위와 장에 남아 있는 내용물을 채취하고 분석해서 얻은 결과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체외로 배출된 물질에도 그에 못지않게 인간과 동식물, 미생물, 바이러스의 DNA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화석은 방대한 정보를 품고 있습니다.” 우주 비행사를 연상시키는 방호복 차림의 마익스너가 말했다. 그는 브란트너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 시료를 다각도에서 면밀히 관찰했다. 이 인분은 지금으로부터 2000년도 더 전인 BC 570-552년 사이에 철기 시대의 한 광부가 남긴 것이었다. 그럼에도 브라우니 같은 질감은 물론이고 특유의 냄새까지 당혹스러울 만큼 신선한 상태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