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이 혁신적인 박물관은 관람객들이 각각의 유물을 통해 과학자와 탐험가, 이야기꾼들이 지구상의 경이로움을 밝혀내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탐험가가 사용하는 도구들을 보면 발견이라는 행위가 언제나 대담함뿐만 아니라 창의력과 기지를 필요로 해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탐험가들은 우리 세계를 둘러싼 가장 어려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 극한의 장소로 향한다. 심해와 우주의 가장자리, 지도상의 미개척 영역도 마다하지 않는다.
바로 이 철학이 내셔널지오그래픽 탐험 박물관(MOE)의 핵심이다. 올여름 워싱턴 DC에 개관하는 이 박물관은 면적만 9000m²가 넘는 친환경 건축물이다. 본 협회의 캠퍼스 및 체험 담당 총괄 책임자인 에밀리 던햄은 박물관의 목적이 “모든 방문객의 마음속에 잠재된 탐험가 정신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박물관에는 본지의 방대한 사진 자료를 활용한 갤러리와 400석 규모의 극장 등이 마련돼 있다. 또한 전시와 몰입형 체험 프로그램이 제공되며 본 협회의 탐험가들이 1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사용해온 탐험 장비들도 전시될 예정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수많은 소장품 중 다음에 소개할 네 가지 유물은 저마다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담하고 호기심 넘치는 탐험가들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을 새롭게 정의한 이야기 말이다.
해저 탐사용 잠수복
1979년, 해양학자 실비아 얼은 가압식 잠수복을 입고 태평양 해저를 걷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당시 얼은 연구용 잠수정에 매달린 채 해저로 내려갔다가 올라왔다.
1979년, 해양학자이자 본 협회의 탐험가인 실비아 얼이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앞바다에서 ‘짐’이라고 불리는 갑옷 같은 가압식 잠수복을 입고 수심 약 380m 깊이까지 잠수했다. 잠수복 이름은 디자인에 영감을 준 한 잠수부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그 잠수복은 입을 수 있는 잠수함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본 협회의 전시 콘텐츠 개발자인 힐러리 버겐은 말한다. 해당 잠수복이 수중 유지 보수나 인양 작업 같은 상업적 용도로 만들어졌다고 버겐은 덧붙였다. 당시 본 협회를 위해 해양 탐사 관련 책을 집필 중이던 얼은 이 잠수복을 입고 해저를 2시간 넘게 걸어 다녔다. 이는 지금까지도 가장 깊은 수심에서 어떠한 연결 장치 없이 해저를 보행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MOE에 전시된 짐 잠수복의 복제품은 잠수하던 날 얼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얼의 잠수 덕분에 수중 연구 분야에서 가압식 잠수복을 더욱 널리 사용하게 됐으며 심해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한층 깊어졌다. 그로부터 거의 50년이 지난 지금, 얼은 9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잠수를 즐기고 있으며 그날 얻은 별명인 ‘심해의 여왕’으로 불리고 있다.
새로 건립된 내셔널지오그래픽 탐험 박물관(MOE)의 본관 옥상 테라스에서는 중정이 내려다보인다(사진 속 조감도). 야간에는 이 야외 공간에서 지구 해양의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몰입형 쇼가 펼쳐진다. 영상은 본관의 유리 외벽과 주변 환경에 투사된다. MOE의 개관일은 6월 26일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natgeo.org/moe)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역사상 최고 고도에 도달한 구체
1935년, 성층권 비행을 마친 익스플로러 2호 곤돌라는 이후 트럭에 실려 본 협회의 본부로 옮겨졌다. 바로 그 자리에 MOE가 들어섰다.
1935년 11월의 어느 날 아침, 거대한 헬륨 기구가 높이 약 4m에 달하는 익스플로러 2호 곤돌라를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상공의 성층권으로 들어 올렸다. 마그네슘 합금으로 만든 구형 곤돌라 안에는 미 육군 항공대 소속 기구 조종사이자 본 협회의 탐험가인 앨버트 스티븐스와 오빌 앤더슨이 타고 있었다. 그날 이들은 고도 2만 6066m가 넘는 지구 상공에 도달하는 기록을 세웠다. 두 사람은 우주 방사선과 태양 복사에 관한 관측 기록을 남겼고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최초의 사진들 중 일부를 촬영해 돌아왔다. 현재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익스플로러 2호 곤돌라의 실물과 마찬가지로 MOE에 전시돼 있는 복제품도 그 주변에 캔버스 천으로 만든 평형물 주머니가 둘러져 있다. 또한 탐사 장비에 전력을 공급할 목적으로 약 500kg에 달하는 배터리를 담았던 용기들도 함께 매달려 있다.
폭풍 속을 관찰하는 창
2003년, 폭풍을 쫓던 팀 사마라스와 그의 팀은 사우스다코타주를 강타한 강력한 토네이도의 이동 경로에 카메라 보호 장치인 ‘틴맨’을 설치했다.
본 협회의 기술자들은 전설적인 토네이도 연구원이자 탐험가인 팀 사마라스가 깔때기 모양의 구름 내부를 엿볼 수 있도록 화살촉 모양의 카메라 보호 덮개를 제작했다. 이른바 ‘틴맨’으로 불리는 이 장비는 강풍 속에서도 카메라를 지면에 고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마라스와 팀원들은 토네이도의 이동 경로에 틴맨을 비롯한 여러 장비를 설치해 이전에는 기록된 적 없는 기상 자료를 수집하는 데 사용했다. 사마라스는 이 장비들 중 다수를 직접 설계했다. 2003년, 사마라스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서 당시 기준으로 가장 큰 폭의 기압 강하를 관측하기도 했다. 10년 후, 사마라스는 성인이 된 아들 및 한 동료와 함께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폭풍을 추적하다가 차량이 토네이도에 휘말리며 모두 목숨을 잃었다. MOE에서 틴맨을 전시하는 이유에 대해 버겐은 독보적인 과학자 사마라스가 남긴 “업적을 기리는 헌정의 의미”이자 기회라고 말한다.
소유자만큼이나 용감한 오프로드 차량
MOE에 전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사진작가 산데시 카두르가 직접 개조한 스즈키 차량은 카두르가 사진 속 인도 나가라홀레 호랑이 보호구역 같은 야생 지대에서 동물들을 추적할 때 큰 도움을 줬다.
야생동물 사진작가이자 영화 제작자인 산데시 카두르는 벵골호랑이와 사자꼬리원숭이, 킹코브라처럼 지구상에서 가장 포착하기 힘들다는 야생동물을 찾아내기 위해 대대적으로 개조한 1997년형 ‘마루티 스즈키 집시’를 오랫동안 타고 다녔다. 카두르는 이 차량에 ‘집수’라는 이름을 붙여 일종의 이동식 사진 작업실로 사용해왔다. 카두르는 더 높은 위치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차량 뒷부분의 지붕을 떼어냈다. 또한 카메라가 부드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슬라이딩 레일을 깔았고 차량 앞쪽에는 주행 중에도 빠르게 달리는 동물들을 따라가며 촬영할 수 있도록 흔들림 방지 장치도 장착했다. 그는 이를 두고 “역동적인 현장감을 담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온갖 개조 작업 덕분에 “현장에서 시각적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사연 깊은 이 차량을 MOE에 전시하기 위해서는 기중기로 들어 올린 뒤 건물 안으로 다시 내려놓아야 했다. 집수의 마지막 여정에 또 한 번의 기발한 작업이 필요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