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인스타그램 보기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키즈

매거진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낙원을 지켜낸 사람들

글 : 애덤 스콜닉 사진 : 데이비드 두벌레이, 제니퍼 헤이스

인도네시아 라자암팟제도에서는 환경 보전 활동가들이 관광업을 활용해 지구상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해양 생태계 한 곳을 보호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들의 성공이 새로운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쥐가오리 한 마리가 깊은 바닷속에서 유령처럼 떠올라 물살을 가르며 유유히 나아간다. 이 모습을 잠깐이라도 보는 것이 스쿠버다이버들의 염원이다. 한때 이 신비로운 생물은 19세기 탐험가들에게 비이성적인 공포를 불러일으켜 ‘흡혈귀’나 ‘악마의 물고기’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하지만 오늘날 쥐가오리는 주요 관광 명물이 됐다.

내가 댐피어 해협의 푸른 물속에서 내 몸집의 두 배가 넘는 유령 같은 존재를 쫓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댐피어 해협은 인도네시아 북동부에 있는 라자암팟제도의 가장 큰 섬들을 이어주는 해협이다. 우리 일행이 탄 길이 약 50m의 범선 실롤로나호 옆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나타난 거대한 쥐가오리를 따라잡기 위해 나는 오리발을 차고 스노클을 입에 문 채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헤엄쳤다.

10분 뒤 나는 쥐가오리를 따라잡으려 한 것이 얼마나 무모한 행동이었는지 깨달았다. 쥐가오리는 거의 시속 40km의 속도로 헤엄칠 수 있으며 수심 약 1200m까지 잠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우아한 자태의 쥐가오리가 발 아래 약 6m 떨어진 지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의 무늬가 놀라울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온몸은 검은색이었고 끝부분이 흰색을 띠는 양쪽 지느러미는 폭이 적어도 4.5m에 달했다. 가루를 뿌린 듯 새하얀 머리에는 악마의 뿔처럼 작은 머리지느러미가 달려 있었는데 이는 쥐가오리를 상징하는 특징이다.

녀석이 몸을 위쪽으로 들어 다시 속도를 높이더니 몸을 두 번 연속으로 빙글빙글 뒤집으며 엄청난 양의 크릴새우를 빨아들였다. 그 순간 나는 놀라운 사실을 또 하나 발견했다. 이 쥐가오리는 아가미 사이에 반점이 하나도 없었다. 반점은 꼬리 쪽에 모여 있었다. 그렇다면 이 녀석은 이곳 해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암초대왕쥐가오리가 아니라 그보다 몸집이 크고 이동 범위도 넓은 근연종인 대왕쥐가오리다. 이 종이 댐피어 해협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이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잠수 탐사대의 책임자 마크 어드먼(58)이 ‘진화의 도가니’라고 부르는 장소에서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이 나온 셈이었다.

해양 보전 활동가인 어드먼은 인도네시아 바다에서 수십 종의 신종 생물을 찾아냈다. 또한 그는 해양 보호를 우선시하도록 정치인들을 설득하는 한편 미국 할리우드의 거액 후원자들로부터 기금을 모아 이 태곳적 생태계에서 진행되는 야심 찬 보전 사업을 후원해왔다. 어드먼은 다양한 해양생물을 연구해왔지만 그중에서도 쥐가오리를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고기 중에서 뇌가 가장 큰 “쥐가오리는 매우 영리한 동물입니다. 우리는 녀석이 서로 다른 개체뿐 아니라 사람도 구별할 수 있다고 거의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는 말한다.

하지만 쥐가오리는 전 세계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주된 원인은 아가미 갈퀴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쥐가오리가 먹이를 먹을 때 사용하는 이 연골성 여과 기관은 중국에서 ‘전통’ 자양 강장제로 판매되고 있다. 오늘날 라자암팟제도를 이루는 1800개가 넘는 울창한 석회암 섬과 작은 섬, 모래톱은 지구상에서 쥐가오리의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이는 어드먼이 현지 공동체와 함께 선구적인 보전 활동을 펼친 덕분이다.

2004년, 어드먼의 연구 팀은 라자암팟제도가 세계적인 해양생물다양성의 중심지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신생 연구 결과를 활용해 산림 벌채와 니켈 채굴 계획을 막아냈다. 이 계획이 시행됐다면 해안선이 침식되고 중요한 산호초가 훼손됐을 것이다. 어드먼은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해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도록 했고 그 결과 제도 전역에서 상업적 어업과 자원 채취가 금지됐다. 이후 해양보호구역은 확대돼 현재 약 2만km²에 이르는 해역을 아우른다. 연구원들은 이 안전 구역에서 1674종의 물고기와 현재까지 알려진 모든 산호 종의 4분의 3을 발견했다. 이후 어드먼은 ‘쥐가오리 경제학’이라는 용어를 널리 알리며 살아 있는 쥐가오리가 관광 산업에 기여하기 때문에 죽은 녀석보다 훨씬 더 가치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리는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쥐가오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됐다.

내가 라자암팟제도를 처음 찾은 것은 해양보호구역이 지정된 직후인 약 20년 전이다. 당시에는 쥐가오리를 한 마리도 보지 못했고 이 섬들을 찾는 관광객은 모험심이 강한 소수의 스쿠버다이버뿐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이곳 바다는 다이빙용 배들로 가득했다. 2007년 본지가 라자암팟제도의 경이로운 풍경을 소개하는 화보를 게재한 것도 이에 한몫했다. 오늘날에는 해마다 수만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그 결과 이곳의 중요한 생태계는 또 다른 형태의 압박을 받고 있다. 심지어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면서 해결하려 했던 문제 중 일부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현재 많은 이들이 라자암팟제도를 지나칠 정도로 사랑하고 있거나, 혹은 이곳의 소중함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드먼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한 지역을 위험에서 구해냈다면 그곳을 계속해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라자암팟제도를 구성하는 1847개의 섬은 광활한 산악 지형부터 초승달 모양의 모래톱까지 다양한 모습을 띠는데 이곳에는 1600종이 넘는 어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댐피어 해협을 따라 2주간 이어진 우리의 여행은 일종의 재회와도 같았다. 실롤로나호에는 어드먼과 함께 호주 출신의 어류 분류학자 게리 앨런도 있었다. 그는 라자암팟제도의 놀라운 생물다양성을 처음으로 알리는 데 앞장선 인물 중 한 명이다. 두 사람 외에도 본 협회의 탐험가들인 사진작가 데이비드 두벌레이와 제니퍼 헤이스도 함께했다. 헤이스와 두벌레이가 본지에 기고한 기사는 이 지역의 생태 관광 열풍에 불을 지폈다. 이후 두 사람은 롤렉스 퍼페츄얼 플래닛 이니셔티브의 지원을 받아 라자암팟제도의 모습을 꾸준히 기록했다.

앨런이 처음 라자암팟제도를 찾은 것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 그는 곧바로 눈앞을 가득 메운 작고 화려한 산호초 물고기 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2002년 국제 환경 단체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에 발표한 획기적인 보고서에서 그는 이 제도가 단순히 해양생물이 풍부한 것을 넘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이라고 기술했다.

당시 인도네시아 최초의 해양보호구역에 속하는 부나켄 국립공원에서 일하던 어드먼은 그 표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상업 어민들이 어획량을 늘리기 위해 직접 만든 폭발물과 청산가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후 또 다른 환경 단체인 ‘네이처 컨서번시’에서 앨런의 연구를 이어가게 된 어드먼은 폭발물로 파괴된 산호초와 거북 포획, 벌목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상어 지느러미 채취”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이 제도의 자연환경이 손톱만 한 딱총새우부터 희귀한 오무라고래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해양생물을 품을 수 있다는 사실도 금세 알아차렸다. 라자암팟제도의 가장 큰 섬들은 넓게 펼쳐진 산악 지형을 이루고 있는 반면 다른 섬들은 그저 초승달 모양의 모래톱이나 물방울처럼 작은 석회암 섬에 불과하다. 그 사이를 흐르는 바다에서는 강한 해류가 휘몰아치며 수온은 약 18-32℃ 사이를 오르내린다. 그곳에는 산호초와 맹그로브 숲, 환초, 파도가 잔잔한 만 등 서로 다른 서식지가 뒤섞여 있다.

어드먼이 이곳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멀리 떨어진 인도네시아 섬들에서 온 상업 어선들이 현지 어장을 휩쓸고 있었다. 수십 년간 이곳 주민들은 마을 선착장에서 낚싯줄을 드리워 바리류를 잡았지만 이제는 작은 목선을 타고 해안에서 수 킬로미터나 떨어진 해역까지 나가야 했다. “아이들에게 먹일 것이 남아 있을까? 내 손주들도 이곳에서 생계를 꾸릴 수 있을까?” 당시 주민들이 걱정했던 것은 이런 문제였다고 어드먼은 회상한다.

지방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간단했다. 바로 벌목과 채굴이었다. 이른바 청정에너지 열풍이 불 조짐이 보이고 있었고 이곳 섬들에는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 광석이 풍부했다. 하지만 채굴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물은 산호의 폴립을 질식시킬 수 있다. 그 계획이 그대로 추진됐다면 “산호초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을 겁니다. 황폐한 섬과 바다로 흘러드는 토사뿐이었겠죠.” 어드먼은 말한다.

대신 어드먼은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오늘날의 해양 생태계 보전 방식의 본보기를 만들어냈다. 현지 공동체와 협력해 서로 연결된 여러 해양보호구역을 조성하고 토착민들의 전통적인 어업 방식을 존중하는 동시에 새로운 다이빙 관광 산업을 만들어내는 방식이었다.

1935년 미국 플로리다주 앞바다의 한 국립공원에 세계 최초의 해양보호구역이 조성된 이후 해양보호구역은 역사적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어드먼이 부나켄 국립공원에서 맡았던 업무 중에는 어장을 빼앗은 데 대해 어민들에게 사과하는 일도 포함돼 있었다. 그래서 그의 연구 팀은 보호구역 설립 계획을 설명할 때 생물다양성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는 식량 안보와 지속가능한 새로운 경제 체제를 만들어낼 기회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국 서로 연결된 아홉 개의 해양보호구역이 구축됐으며 이로써 총 2만km²에 이르는 해양 생태계가 보호를 받게 됐다. 이는 라자암팟제도 주변 해역의 약 3분의 1이자 이곳 산호초 지대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밀렵꾼 체포 권한을 가진 60명의 순찰대원이 이 지역을 지킨다. 이러한 노력은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전역으로 확대된 대규모 해양 보호 활동의 토대가 됐다. 파푸아주에서는 현재 26개의 해양보호구역이 조성돼 총 5만km²의 해역이 보호를 받고 있다.

다이버들은 이곳 섬들에 반가운 수입을 가져다줬지만 그와 함께 새로운 문제도 불러왔다. 본지가 처음 이 지역을 소개했을 당시만 해도 연간 방문객은 약 1000명에 불과했다. 2025년에는 그 수가 3만 3000명을 넘어섰고 이제는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숙박 시설 15곳과 100척이 넘는 다이빙 전용 숙박선이 운영되고 있다. 이것이 대규모 관광업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연구원들은 환경에 신경 쓰는 다이버들조차 산호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이빙 전용 숙박선이 불법으로 바다에 오수를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오수는 산호 백화 현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4년에는 라자암팟제도 최초의 다이빙 리조트가 들어선 크리섬 앞바다의 생명력 넘치던 경사면이 온통 하얗게 변해버렸다.

물론 이곳의 관광 명물은 거대한 쥐가오리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쥐가오리와 함께 헤엄치고 사진을 찍으러 이곳을 찾아오며 녀석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 데이터베이스에 올릴 수도 있다. 미기록 개체를 촬영할 경우 직접 이름까지 지어줄 수도 있다.

이제 쥐가오리를 보게 될 가능성은 100%에 가깝다. 이른바 ‘쥐가오리 경제학’의 힘 덕분이다. 이 개념은 연구원 메리 오말리가 처음으로 발전시킨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해양보호구역이 처음 지정되고 몇 년 뒤, 어드먼은 쥐가오리 밀렵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쥐가오리를 더욱 폭넓게 보호하려면 녀석의 습성을 더 자세히 알아내야 했다. 그래서 그는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에서 인도네시아 출신의 청년 에디 세티아완과 함께 연구를 시작했다. 세티아완은 수백 마리의 쥐가오리를 개체별로 식별하고 새로운 집단 서식지까지 기록했다.

10여 년 전, 어드먼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누구도 무시하기 어려운 계산을 내놓았다. 아가미 갈퀴 시장에서 죽은 쥐가오리 한 마리의 가치는 200-500달러에 불과하지만 살아 있는 쥐가오리 한 마리는 50년의 생애 동안 관광 수익으로 1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산은 약 600만km² 면적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주변 해역 전체를 쥐가오리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후 위성 추적과 음향 표지 연구를 통해 라자암팟제도의 일부 지역에서 쥐가오리 개체수가 연간 최대 10%씩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이곳 제도에는 관광 자원으로도 가치가 높은 쥐가오리가 3000마리 이상 서식하고 있다.
 
쥐가오리는 라자암팟제도의 대표적인 볼거리다. 쥐가오리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아르보렉섬의 산호초 인근에서 암수 쥐가오리들이 우아하게 선회하며 구애의 춤을 추고 있다.
어드먼과 다른 연구원들은 지금도 쥐가오리뿐 아니라 이 ‘진화의 도가니’에 서식하는 생명체들을 지원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의 탐사는 크리섬에 있는 어드먼의 연구실에서 시작됐다. 이곳에서 어드먼과 해양과학자 네샤 이치다는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설립한 환경 보전 단체 ‘리와일드’의 지원을 받아 인도태평양표범상어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데 성공했다. 나는 이치다가 우리에 있던 새끼 상어들을 넓은 바다로 풀어주는 모습을 지켜봤다. 현지 학생들은 기뻐하며 그 모습을 지켜봤는데 그중에는 한때 이 상어를 잡아들였던 어부들의 후손도 있었다. 또한 이치다는 ‘스라이브 컨서베이션’이라는 단체를 통해 인도네시아 주도의 해양 보호 활동을 확대하도록 힘쓰고 있다. 이번 여행 말미에 그녀는 해저에 굴을 파고 사는 새우망둑 신종을 발견했다.

라자암팟제도가 세계적인 해양 보호 모범 사례로 떠오르면서 케냐와 스리랑카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정부 관계자들이 이곳을 찾아왔으며 소롱 선언을 통해 자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보호 정책을 추진했다. 소롱 선언은 인도양 주변의 8개국이 지식과 자원을 공유하기로 합의한 약속이다. 하지만 현재 광활한 바다에서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단 10%에 불과하다.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은 2030년까지 그 비율을 최소 30%까지 끌어올리도록 각국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이는 해양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준선이다.

라자암팟제도는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관광이 중단된 사이 제도 북부에는 니켈 광산 네 곳이 소리 소문 없이 들어섰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개발 허가를 내준 곳들이었다. 그중 한 곳은 암컷 쥐가오리가 새끼를 낳고 기르는 석호 인근에 자리해 있었다. 이는 해양보호구역 관련 규정과 인도네시아 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었다.

현지 섬 주민들, 적어도 다이빙 관광으로 혜택을 보지 못하는 주민들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광산 회사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약속했으며 조상 대대로 이어져온 채굴 예정지에 대한 권리를 가진 가문들은 상당한 규모의 사용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무가 베어지고 굴착기가 들어왔다. 그러나 2025년 그린피스 인도네시아가 벌목으로 민둥산이 된 열대 우림의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공개하자 즉각적인 반응이 뒤따랐다. “우리 세대가 들고일어났습니다.” 이치다는 말한다.

시민들이 들고일어난 시기도 적절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학생 시위가 점점 흔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소셜 미디어 덕분에 인도네시아인들은 해양 환경과 자연 보전에 대해 더 경각심을 갖게 됐습니다.” 현재 엘라스모브랜치 연구소 인도네시아의 수석 보전과학자이자 본 협회의 탐험가인 세티아완은 말한다. 오늘날 젊은 인도네시아인들에게 라자암팟제도는 자부심의 원천이다. 그들의 분노는 빠르게 퍼져나갔다.

몇 주 만에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네 곳의 광산을 모두 폐쇄했다. 아직 채굴이 시작되기도 전이었다. 이에 북부 지역 지도자들은 반발했고 2025년 여름에는 항의의 뜻으로 관광객의 출입을 금지했다. 어드먼이 이번 탐사를 통해 이루고 싶었던 목표 중 하나는 북부 지역의 다이빙 명소들이 다시 문을 열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쥐가오리 산란장을 직접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렵사리 방문 허가를 받아냈지만 방문 하루 전에 현지 지자체 정부가 승인을 거부했다.

광산 개발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어드먼과 이치다처럼 광산 폐쇄에 힘을 보탠 환경 보전 활동가들에게 여전히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결국 우리는 신변 보호 차원에서 북부 지역으로 갈 수 없게 된 셈이었다.
 
해양과학자 마크 어드먼은 쥐가오리를 보호하는 일과 더불어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설립한 환경 보전 단체 ‘리와일드’와 함께 과거 표범상어 사냥이 이뤄졌던 지역에 녀석들을 재도입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날 어드먼은 자신이 힘을 보탰던 관광업계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가 새롭게 시작한 ‘라자 셀라마냐(영원한 라자암팟)’ 프로젝트는 환경 기준을 한층 강화하는 조건으로 다이빙 전용 숙박선의 수를 60척으로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닻줄이 산호초를 끊임없이 내리치며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계류 시설도 설치할 계획이다.

순찰도 강화해야 한다. 최근 상업적 어업이 늘어난 데다 북부의 쥐가오리 핵심 서식지에서 밀렵이 벌어지고 있다는 신고도 들어오고 있다. 이것이 바로 다이버들의 출입을 다시 허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관광은 어떤 면에서는 위협이 되지만 동시에 불법 행위를 막는 감시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산호초에서 계속 다이빙을 하는 한 그 위에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어드먼은 말한다.

여행 막바지에 우리는 댐피어 해협에서 손꼽히는 다이빙 명소인 아르보렉섬 앞바다의 산호초로 향했다.

수심 15m의 모래 바닥까지 내려가자 위풍당당한 쥐가오리 세 마리가 두꺼운 산호 기둥 위로 배를 스칠 듯 미끄러져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곳에는 쥐가오리의 피부에 달라붙은 기생충을 먹고 사는 달놀래기와 청소놀래기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다. ‘청소 구역’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장소는 사교 공간이 되기도 한다. 어드먼은 이곳을 쥐가오리들이 서로 만나고 때로는 짝을 찾기도 하는 카페에 비유한다.

쥐가오리의 짝짓기 의식이 시작됐다. 갑자기 거대한 암컷 두 마리가 수컷 11마리를 이끌고 카페 위를 빠른 속도로 가로질러 갔다. 암컷은 수컷보다 더 빠르게 헤엄칠 수 있지만 이 녀석들은 구애하는 수컷들이 따라올 수 있을 만큼 속도를 늦췄다. 쥐가오리들은 산호 돌출부 사이를 이리저리 빠져나가고 우리 주변을 빙빙 돌았다. 그러다 상승 기류를 타는 매처럼 수면을 향해 선회하며 올라갔다가 다시 급강하해 해저 가까이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우리는 거의 한 시간 동안 녀석들의 춤사위를 지켜봤다. 하지만 이러한 구애 의식은 무려 4일 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암컷은 누가 가장 끈질긴지 보려는 겁니다. 결국 한 마리만 남으면 그때 짝짓기를 허락할지도 모르죠.” 어드먼은 나중에 이렇게 설명했다.

이처럼 생생한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푸른 바닷속으로 뛰어들 때 간절히 바라는 바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만물에 깃든 태초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어쩌면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라자암팟제도는 여전히 그 경험을 거듭 선사한다.
 

포토갤러리

지도 및 그래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