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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숲

글 : 알렉시스 오케오워 사진 : 므하메드 킬리토

감비아에는 광활하고 복잡하게 얽힌 맹그로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마법을 부리듯 해안 마을들을 지탱하고 있다. 해수면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지금, 이 맹그로브들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올해 나는 카누를 타고 감비아강을 따라 내려가봤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온통 녹음이 우거져 있었다.

맹그로브들이 진흙 쌓인 강둑을 따라 틈이 안 보일 정도로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이 짙푸른 맹그로브 숲은 서아프리카 해안선에서 시작해 대서양으로부터 내륙 쪽으로 굽이굽이 이어지는 기수역 강줄기를 따라 약 160km에 걸쳐 뻗어 있다가 염수와 담수가 만나 서서히 굽이쳐 흐르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점차 자취를 감춘다. 맹그로브들 사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늘지고 축축한 늪의 세계가 펼쳐진다. 뿌리마다 새하얀 굴 껍데기가 다닥다닥 붙어 있고 웅덩이마다 물고기와 파충류가 가득하다.
 
상 폴 자르주는 은당간 마을에 마지막으로 남은 어부다. 과학자들은 감비아 맹그로브 숲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며 그 변화가 어족 자원에 미치는 영향까지 조사하고 있다.
외부인들에게는 이 맹그로브 숲이 다소 을씨년스럽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맹그로브들은 바다와 강을 하나로 잇는 독특한 생태계를 떠받치며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삶의 방식 속에서 해양 생물과 인간을 서로 이어주고 있다. 지도를 들여다보면 감비아의 국경선이 감비아강을 따라 나란히 그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수도 반줄 인근에서 시작된 이 국경선은 세네갈 영토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뻗어 나간다. 맹그로브는 수 세대에 걸쳐 육지와 바다를 잇는 중요한 연결 고리 역할을 해왔다. 염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식물인 맹그로브는 뿌리가 염분을 흡수해 토양을 안정시키고 바다에서 유입되는 영양분과 오염 물질을 걸러내며 해안 지역을 보호한다. 또한 맹그로브가 물고기와 굴의 서식처가 돼주기 때문에 상 폴 자르주(38) 같은 어부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자르주가 잡아 올린 어획물은 다시 강줄기를 따라 자리한 여러 마을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준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에 자르주는 우리를 배에 태워 은당간의 작은 해안가로 데려다줬다. 은당간은 자르주가 평생을 살아온 작은 어촌이다. “우리는 모두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그는 말했다. 인구 200명 남짓한 이 마을에서는 적잖은 주민들이 먼 친척뻘이며 대부분 어로 활동을 하며 생계를 꾸려간다. 강둑에서부터 흙벽돌이나 시멘트로 지은 소박한 집 몇 채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굴 껍데기가 수북이 쌓여 있다. 페다스 자타(61) 같은 채취자들은 맹그로브 뿌리에서 굴을 따서 삶아 손질한 다음 시장에 내다 판다.
 
감비아의 수도 반줄은 맹그로브 덕분에 대서양의 파도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해수면이 계속 상승하게 되면 맹그로브의 뛰어난 염분 처리 능력조차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자르주와 자타 같은 사람들에게 삶은 점점 더 고달파지고 있다. 해수면이 계속 높아지는 데다 외국 소유의 산업용 어선들까지 강 안쪽으로 밀고 들어오면서 맹그로브는 이 두 가지 위협에 이중으로 시달리고 있다. 세레르어로 “고기잡이터”를 뜻하는 은당간은 반줄에서 불과 약 3km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일부 주민들은 근처 병원에서 휴대전화를 충전하기도 한다. 은당간 사람들의 생계를 지탱해온 물고기잡이와 굴 채집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이제 그 자녀들마저 더 이상 오랜 가업을 이어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맹그로브 생태계는 전 세계 보전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게 됐다. 해안림 생태학자이자 본 협회의 탐험가인 롤라 파토인보에 따르면 맹그로브를 ‘기후변화의 슈퍼스타’로 만들어주는 여러 특성 덕분이다. 맹그로브는 수많은 생명체를 먹여 살리고 극심한 기상 현상으로부터 해안 지역을 지켜주며 단위 면적당 탄소 흡수량이 다 자란 열대 우림의 최대 다섯 배에 달한다. 수십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 탄소 배출권 시장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바다와 해양 생태계가 창출하는 ‘블루 카본’의 높은 가치야말로 맹그로브가 단순히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되살려야 할 자원이라는 확신을 심어줬다.
 
해안 마을 탄지에 자리한 감비아 최대의 어시장에서는 틸라피아 한 양동이를 팔면 판매자에게 약 1000달라시(약 1만 5000원)가 떨어진다. 하지만 외국 자본을 등에 업은 저인망 어선들이 보호 어업 구역까지 침범해 조업을 벌이면서 물고기는 갈수록 씨가 말라가고 있다.
하지만 감비아에서는 맹그로브 숲과 그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게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실태 파악이 부족한 실정이다. 파토인보는 감비아계 미국인 해양 생태학자 마이야이 탈 호체이미와 케냐 출신의 보전 생태학자 마거릿 아우오르 오우오르가 이끄는 과학자 및 학생 연구 팀의 일원이다. 본 협회의 탐험가들인 탈 호체이미와 아우오르 오우오르는 처음으로 맹그로브 숲에 대한 심층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조사를 서둘러야 할 이유가 있다. “우리는 지금 수도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탈 호체이미는 말했다. 현재 해수면보다 겨우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한 반줄은 금세기 말에는 물에 잠길 수도 있다. 맹그로브가 기후변화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영향을 완화하는 데에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염분 농도가 높아지며 생장이 더디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등 맹그로브 역시 그 부담으로 인해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맹그로브마저 잃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큰 타격을 받게 될 겁니다.” 파토인보는 말했다.

탈 호체이미의 연구 팀은 감비아에서 맹그로브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그녀가 설립한 실험실 ‘GREAT 인스티튜트’와 협력해 감비아인이 주도하는 과학 연구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연구 팀은 염도의 변화부터 어시장의 어획량까지 폭넓게 조사해왔다. “예전에는 이런 비교 연구 자체가 없었어요. 맹그로브가 기후변화와 이런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해나가고 있는 걸까요?” 탈 호체이미는 말했다. 연구 팀의 목표는 과학적 지식과 연구 역량을 지역 주민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가중되는 환경적 압박 속에서도 자신들의 터전이자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모두를 떠받치는 맹그로브 생태계를 더욱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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