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되는 중국 도시
글 : 피터 헤슬러 사진 : 마크 리웅
전구, 단추, 브래지어 고리 등 각종 상품들을 쏟아내는 중국 저장성(省)에 대한 이야기와 신흥도시 공장근로자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오후 2시 30분. 두 사장이 공장 설계에 들어갔다. 이들이 임대한 3층짜리 건물은 완전히 비어 있었다. 허연 벽, 빈 바닥, 자물쇠도 없는 현관. 누가 들어왔다 나가도 모를 지경이었다. 리수이(麗水) 경제개발구역은 죄다 이렇게 썰렁했다. 텅 빈 건물들만이 공사 중인 고속도로로 나 있는 비포장도로 주변에 서 있었다. 은색 광고판들은 변변한 광고 하나 없이 10월 말의 햇빛만 반사해대고 있었다.왕 아이궈와 가오 샤오멍은 중국 남동해안에 위치한 원저우(溫州)에서 128km를 달려 리수이에 도착했다. 삼촌과 조카 사이인 둘은 새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요번에 이 지역에 걸려 있던 규제가 풀렸어요.” 공장 문 앞에서 가오 사장이 내게 말했다. “원저우도 예전엔 이랬어요. 그런데 이제는 이것저것 비용이 많이 올라서 조그만 회사는 유지하기가 힘들어요. 여기가 낫죠.”
건물 1층에선 건설업자가 조수와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건축설계사도, 제도공도, 자나 다림줄을 가져온 사람도 없었다. 대신 가오 사장이 ‘스테이트 익스프레스 555’ 담배를 꺼내 돌렸다. 짧은 스포츠머리를 한 그(33)는 삼촌만 근처에 있으면 왠지 긴장됐다. 모두가 담뱃불을 붙인 걸 확인한 가오 사장이 어깨에 멘 가방에서 펜과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가오 사장은 일단 방의 외벽을 스케치한 후 건물 설계에 들어갔다. 펜이 지나간 자리마다 벽이 설치될 것이다. 눈앞에서 공장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남서쪽 모퉁이에도 두 줄을 그었다. 장차 기계실이 될 자리다. 화학 실험실, 창고, 제2기계실이 나란히 그 옆에 그려졌다. 삼촌인 왕 사장이 가오 사장의 그림을 보며 말했다. “여기 이 방은 필요가 없지.”
의논 끝에 왕 사장이 지적한 방은 사라지게 됐다. 27분 만에 1층 설계를 끝낸 이들은 2층으로 올라갔다. 담배엔 다시 불이 붙었다. 가오 사장이 종이를 뒤집어 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건 사무실로 쓰기에는 너무 좁은데.”
“그럼 여기로 벽을 옮기죠. 공간은 충분해요.”
“여기다 벽을 하나 더 넣을 수 있으려나?”
23분 만에 사무실과 복도, 그리고 현장 소장들이 사용할 거실 3개가 완성됐다. 꼭대기층에 들어설 직원 기숙사 설계도 14분 만에 뚝딱 끝났다. 2000m2 면적의 공장을 설계하는 데 총 1시간 4분이 걸렸다. 가오 사장이 건설업자에게 도면을 건넸다. 업자가 언제 견적서를 주면 되냐고 물었다.
“오늘 오후까지 되겠습니까?”
건설업자가 그의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3시 48분이었다.
“그렇게 빨리는 곤란합니다!”
“뭐, 그럼 내일 아침 일찍 알려주십시오.”
그러고 나서 그들은 페인트, 시멘트, 콘크리트 블록 같은 건축자재 문제를 상의했다. “문은 10달러짜리면 되겠소.” 왕 사장이 리수이 출신 건설업자에게 말했다. “싼 자재를 써서 이익을 남길 생각은 하지도 마쇼. 이번 일이 잘되면 다른 일도 맡길 테니까. 원저우에서는 다들 그렇게 돈을 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