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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의 미래

글 : 돈 벨트 사진 : 레이자

인도 무슬림의 나라로 건국된 파키스탄. 60년이 흐른 지금, 파키스탄은 온건파와 강경파 무슬림으로 분열된 채 흔들리고 있다. 파키스탄의 위기는 9·11 이후 세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파키스탄, 그리고 세계를 둘로 갈라놓고 있는 지점이 어딘지 꼬집어 말하라면 바로 이슬라마바드에서 서쪽으로 27km 떨어진 ‘마르갈라 패스’다. 이곳 파키스탄 중부의 화강암 절벽에서 서부 산악지대와 인더스 유역이 만나고 판이한 두 고대문명이 충돌한다. 남동쪽으로는 신들의 축복인 양 알록달록한 농부들의 땅, 인도 아대륙의 비옥한 저지가 광활한 지평선을 이루며 펼쳐진다. 서쪽과 북쪽은 중앙아시아의 바람 부는 거친 고산준령. 목자와 말을 탄 침략자들, 유일신을 경외하며 전쟁포로 따위는 만들지 않는 전사들의 땅이다.
이 땅은 성격이 다른 이슬람교가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비교적 온건하고 포용적인 인도 이슬람과 아프가니스탄의 완강한 이슬람 근본주의다. 지표면 아래에서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거대한 두 지각판처럼 두 세력이 대치하는 파키스탄은 찻잔 속의 태풍처럼 라호르에서 런던, 카라치에서 뉴욕까지 뒤흔들고 있다. 파키스탄 내 온건파와 과격파의 충돌은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슬림 간 분쟁의 축약판이다. 따라서 파키스탄이 흔들리면 세계의 눈길이 쏠린다.
올해로 건국 60주년을 맞은 파키스탄은 여전히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나처럼 파키스탄 여기저기를 1만 3000km나 다녀보면 이 나라가 얼마나 위태위태하고 뒤숭숭한지 실감하게 된다. 동시다발로 터지는 인도와의 교전, 현 대통령 페르베즈 무샤라프까지 계속되는 군부 강경파의 집권에, 전체 인구 1억 6500만 명 중 97%가 무슬림이지만 펀잡족, 신드족, 발루치족, 파슈툰족 등 부족 간 분쟁으로 파키스탄은 결코 하나로 통합된 적이 없었다. 분열을 봉합하겠다며 집권하는 정부마다 수십억 달러를 국방비에 쏟아붓는 바람에 펀잡족 군벌들이 장악하고 있는 군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부패집단이 되었다. 그 와중에 사법, 의료, 교육, 치안 등 민생은 외면당했고 파키스탄 국민들은 희망마저 포기하게 되었다. 최근 국민들의 불만은 거리시위로 번졌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변호사와 시민들은 군부정권에 맞서 항의시위를 벌이며 문민정부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영향력이 커진 이슬람 과격파는 다수를 차지하는 온건파를 위협하며 파키스탄을 손에 넣으려 한다.
파키스탄의 자생 탈레반 세력은 자살폭탄 테러로 2주 동안 6개 도시의 거리를 화약냄새와 피로 물들였다. 알카에다 무장세력은 서부 산악지대를 배회하면서 미국의 스파이라고 의심되는 사람은 가차 없이 살해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일들만이 아니다. 공공건물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르카로 가리지 않거나 학업을 그만두지 않는 여성은 살해하겠다는 오싹한 ‘밤의 경고문(밤에 몰래 붙이고 간다고 해서 이렇게 부름)’이 붙어 있고 교사, 의사, 인권운동가들은 ‘이슬람에 대한 범죄 행위’를 했다는 죄목으로 살해당하거나 위협받는다. 이런 현실은 테러 단체의 소행만큼이나 치가 떨린다. 그러나 내가 파키스탄의 현실을 똑똑히 깨닫게 된 것은 움메 아이만(22)을 만나고부터다. 아이만은 언제든지 목숨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난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고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지만 아이만이 젊고 당찬 여성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이만은 검은 베일 아래 안경을 쓰고 짧게 툭툭 내뱉 듯 영어를 말한다. 아이만은 종교학교에 다니는 200명의 여성들과 함께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어린이공공도서관을 점거하고 있다. 그들은 정부가 무허가 건물이라는 이유로 근본주의 성향의 성직자들이 운영하는 모스크를 철거하자 농성을 벌이고 있다. 권총과 곤봉으로 무장한 전투경찰이 도서관을 포위하고 학생들에게 해산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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