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디드니 대학살이 남긴 상처
글 : 알렉산드라 풀러 사진 : 애런 휴이
지난 150년간 미국 정부는 숱하게 약속을 깨트렸지만 사우스다코타 주 파인리지 원주민 보호구역에 거주하는 오글라라 라코타 족은 지금도 자신들의 풍습과 언어, 신앙을 장려하고 있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그들의 강인함을 흔치 않은 밀착 취재로 생생히 전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역사적으로 잔혹했던 사건 대부분에는 상징적인 장소가 있다. 이를테면 독일의 아우슈비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로벤 섬, 중국의 난징 같은 장소다. 이런 장소는 그 이름만 들어도 한 민족 전체가 겪은 특정 사건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 파인리지 원주민 보호구역에 사는 오글라라 라코타 족에게는 파인리지에서 동북쪽으로 25km 떨어진 운디드니 크리크 인근의 언덕이 바로 그런 곳이다. 이곳에는 100여 년 전 어느 겨울날 아침에 대량 학살된 원주민들이 매장돼 있어서 소름 끼치는 폭력과 지고한 사랑을 간직한 듯한 기운이 영원히 허공을 떠돌고 있다.
오글라라 라코타 족 활동가인 알렉스 화이트 플룸(60)은 운디드니 크리크 부근에 있는 800ha 규모의 목장에서 일가친척과 함께 살고 있다. 살비아로 뒤덮인 둔덕들이 펼쳐지고 개울에 우거진 녹음이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그의 땅은 그 어떤 노래로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한쪽으로는 햇볕에 바래고 바람에 뾰족하게 깎인 석주들이 늘어서 있는 배들랜즈가 보이고, 또 한쪽으로는 지평선에 검은 왕관을 씌운 듯한 사우스다코타 주의 블랙힐스가 보인다.
무덥고 습한 8월 초의 어느 날, 나는 화이트 플룸을 인터뷰하기 위해 차를 몰고 그가 얼마 전 아내에게 지어줬다는 옥외부엌이 있는 장소로 갔다. 이 부부가 가꾸는 정원에는 대마가 무성했다. “마음껏 뜯어서 피우세요.” 화이트 플룸이 권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늘 그렇게 말합니다. 마음껏 피워도 그다지 몽롱해지지 않거든요.” 그의 정원에 있는 대마는 환각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 함량이 적은 ‘칸나비스 사티바’란 품종으로 화이트 플룸 일가가 2000년에 산업용으로 재배하고 남은 대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