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세계 속으로
글 : 폴 살로펙 사진 : 존 스탠마이어
기자 폴 살로펙은 끊임없이 이동했던 우리 인류의 발자취를 따라 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 티에라델푸에고에 이르는 7년간의 세계 도보 여행을 시작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걷는다는 것은 앞으로 넘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은 우리의 몸이 거꾸러져 쓰러지는 참사를 막아준다. 그렇기에 걷기는 믿음의 의식이 된다. 우리는 매일 그 의식을 치른다. 두 박자의 기적, 시의 운율처럼 한 번은 멈추고 한 번은 내딛으면서. 앞으로 7년간 나는 걸어서 지구를 횡단할 것이다.
나는 여행길에 올랐다. 생각거리와 이야깃거리, 그리고 불가사의한 피조물을 찾아서. 어쩌면 내가 찾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유령을 쫓고 있다. 인류가 탄생한 동아프리카 지구대에서 출발해 최소한 6만 년 전 우리 인류의 조상이 이동했던 그 길을 따라 나는 걷고 있다. 이 길을 따라 이동했던 인류의 여정은 역사상 최대의 여정이었다. 지구 곳곳으로 인류가 퍼져나갔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200명가량의 초기 호모 사피엔스들이 자신들이 태어난 아프리카를 밖으로떠나 지구를 유랑하면서 복잡한 언어, 추상적인 사고, 예술 창작의 욕구, 기술 혁신, 다양한 인종과 같은 인간의 고유한 특질을 우리에게 물려줬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를 가르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건넜다. 그 후 지질학적으로는 한순간에 불과한 2500세대를 거치면서 그들의 후손은 폭발적으로 늘어나 머나먼 지구 변두리까지 퍼져나갔다.
그로부터 수천 년이 흐른 지금, 나는 그들의 뒤를 쫓고 있다.
나는 화석과 지노그래피의 도움을 받아 이동 경로를 정했다. 지노그래피는 세계 전역에 흩어져 사는 다양한 인구 집단의 DNA 샘플을 채취해 돌연변이를 분석함으로써 인류의 발원지와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학문이다. 나는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북쪽으로 중동까지 걸어갈 것이다. 거기서 동쪽으로 펼쳐진 광대한 아시아 평원들을 지나 중국으로 건너간다. 그 후 다시 북쪽으로 걸어 시베리아로 간다. 러시아에서는 배를 타고 미국 알래스카 주로 들어간다. 이어 아메리카 대륙의 서해안을 따라 한발 한발 내려가 인류의 조상이 마지막으로 닿았던 남아메리카의 끝, 티에라델푸에고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나는 총 약 3만 3000km를 걷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