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고양이, 쿠거
글 : 더글러스 채드윅 사진 : 스티브 윈터
은신의 귀재인 쿠거는 어둠 속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잃었던 터전을 소리 없이 되찾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어느 따사로운 겨울날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부 지역. 관광객을 잔뜩 실은 버스들이 비벌리힐스와 웨스트할리우드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로 들어서고 있다. 관광안내원이 영화 촬영장과 인기 연예인들의 저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동안 샌타모니카 산맥 국립휴양지에서 일하는 야생생물학자 제프 시키치가 멀리 가늘게 띠를 이루고 있는 숲을 가리킨다. 적어도 10개월 전 샌타모니카 산맥에서 내려온 어린 쿠거 수컷 한 마리가 가늘게 이어진 저 숲을 따라 이동하며 광활한 인구 밀집 지역을 통과했다. 녀석은 10차선 할리우드 고속도로를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도로 가운데 두 곳을 용케 건넌 뒤 그리피스 공원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 바로 뒤쪽으로 언덕이 옹기종기 솟아 있는 이 공원 중턱에는 ‘할리우드’라고 적힌 거대한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시키치가 쿠거의 목에 달린 무선 송신기에서 나오는 신호들을 유심히 살피며 이 유명한 비탈길을 앞장서 간다. 그는 쿠거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는 계속 걸으며 녀석이 사냥감을 포식하기 위해 잠시 머물렀던 장소들을 확인한다. 졸참나무속과 철쭉속 관목이 뒤엉킨 덤불 속에서 노새사슴의 사체 두 구를 발견한다.
“샌타모니카 산맥에서는 쿠거가 10~15마리밖에 살지 못해요.” 시키치는 말한다. “이곳에서 성체 수컷 한 마리가 서식하는 영역의 평균 면적은 500km² 안팎입니다. 여유 공간은 전부 나이가 더 많고 힘센 수컷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젊은 수컷은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야 했죠. 그리피스 공원은 면적이 18km²도 채 안 되지만 우리가 쫓는 수컷은 이곳에서 생존에 필요한 걸 다 얻고 있는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