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유토피아
글 : 레나 실버먼 사진 : 다닐라 카첸코
한 사진작가가 찍은 버려진 기계와 건물에서 실패한 기술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사진작가 다닐라 카첸코(25)는 구 소련의 여러 지역을 여행할 때면 자신이 원하는 만큼 눈이 내릴 때까지 때때로 몇 날 혹은 몇 주를 기다렸다. “내리는 눈이 아주 많이 필요했어요. 그러면 사진에서 특별한 분위기가 연출돼요. 뭐랄까… 빛이 아주 멀리 퍼지는 분위기 말이죠.” 그는 말한다.
어느 때는 돌풍 때문에 눈보라가 몰아치기도 했다. 그러면 건물, 철물, 기념비 등 그가 촬영하려던 대상들의 풍경이 희미해졌다. 한때 진보의 상징이었던 이 구조물들은 지금은 무용지물이 된 채 녹슬고 있다. 그는 2012년에서 2015년 사이 수개월에 걸쳐 자신이 ‘출입제한구역’이라고 부르는 프로젝트를 위해 이 지역의 유적들을 사진으로 촬영했다.
카첸코는 안전상의 아무런 문제 없이 이 장소들을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여행하는 동안 위험 요소가 없지는 않았다. 무너져가는 건물들을 탐사하면서 방사선에 노출되거나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전하는 내용이 소련의 실패보다는 기술 전체의 실패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진보는 늘 인류의 선을 위해 작용한다는 통념에 의문을 계속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