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팽창
2030년경까지 개발도상국가들에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그 결과 세계 인구 세 명 가운데 두 명이 도시에서 살게 될 전망이다. 본 기사는 기획시리즈 ད세기 인류의 당면 과제' 마지막회로 거대 도시들인 브라질의 상파울루, 태국의 방콕, 나이지리아의 라고스, 인도의 하이데라바드를 돌아보며 도시의 미래를 전망해본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대도시가 사람들의 흥분과 감탄의 대상이었던 때가 있었다. 1382년, 아랍인 역사학자 이븐 칼둔은 카이로를 보고 "우주의 대도시, 세계의 정원"이라는 찬사를 보냈고, 영국인 여행가 토머스 코리아트는 르네상스시대의 베니스를 "아름다운 여왕"으로 묘사했다. 1915년, 프랑스인 예술가 마르셀 뒤샹은 뉴욕을 "완벽한 예술작품"이라고 불렀다. 기원전 3000년경부터 출현하기 시작한 도시들은 언제나 사원, 법원, 시장, 대학 등 중요한 것들의 집결지였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야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셰익스피어도 고향 스트랫퍼드를 떠나 대도시 런던으로 갔다. 물론 지금 여러분이 사는 도시가 '비할 데 없다'거나 '낙원'이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루소나 제퍼슨이나 소로를 비롯한 여러 사상가들은 문명의 발원지 역할을 해온 도시를 오히려 부패와 악의 근원으로 보았다. 태초의 낙원에 대한 신화들만 봐도 배경은 한결같이 전원이며, 도시는 죄가 들어온 다음에야 생겨난다. 도심으로 도심으로 상파울루 외곽에 사는 통근자들이 기차에서 지하철로 갈아타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직장이 있는 도심으로 가기 위해서다. 교통·공해·범죄 등 온갖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도시는 개발도상국 국민들에게 교육과 소득 면에서 최고의 기회를 제공한다. 새로운 세계 질서 1950년에 인구 1000만이 넘는 도시는 뉴욕 한 곳뿐이었다. 그러나 2015년에는 21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인구 500-1000만 사이의 도시는 7개에서 37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성장은 개도국들이 주도할 것으로 보이나, 이들 국가들의 교통·주택·상하수도 문제 대처 능력은 대단히 취약하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현재 전체 면적의 3분의 2 이상이 농촌지역이지만 2025년에는 절반이 도시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 역사상 도시 인구가 이렇게 급속도로 팽창한 적은 없었다. 도시학자 피터 홀과 울릭 파이퍼는 공저한 책에 "이는 인류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다. 선례도 없고, 가이드라인도 없다"고 썼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 인구는 일주일에 100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어쨌든 도시 생활에 대한 우리의 견해와는 상관없이 세계 각국의 도시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급성장은 선진국에서도 나타났는데, 한 예로 라스베이거스의 인구는 1990년대에 83%나 증가했다. 그러나 가장 극적으로 증가한 곳은 제3세계였다. 앞으로 30년 동안 세계 인구는 주로 개발도상국 도시들에서 증가할 것이고, 2030년에는 사상 최초로 세계 인구의 60%가 도시에 살게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예측은 희소식이다. 프라하 세계도시개발연구소 소장인 마르크 와이스의 말처럼 "도시는 국가와 가정 모두에게 번영으로 가는 초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도시 산업 활동은 국내총생산(GDP)의 50~80%를 차지한다. "도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람들의 도시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며 농촌 문제가 도시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여하튼 도시 문제 연구자들이 자신 있게 피력하는 사실 한 가지는 앞으로 대다수 사람들에게 삶의 질은 도시의 질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점이다. 도시들은 예전보다 규모가 더 커지고, 거대 도시에는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주하게 될 것이다. 1995년에 14곳이었던 거대 도시는 2015년이면 21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순위도 바뀔 것이다. 오늘날 세계 5대 도시는 도쿄·멕시코시티·상파울루·뉴욕·뭄바이(봄베이)이지만 2015년에는 도쿄·다카·뭄바이·상파울루·델리 순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인구 자체가 한 도시의 장래성을 결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와 독일 함부르크의 인구가 같다는 것을 한번 생각해보라. 폭발적인 인구 증가 역시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다. 한 당국자는 "도시 문제는 주로 무기력하고 비효율적이며 시민의 대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시정부의 책임"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모두 불가피한 문제들은 아니다. 빈민촌이나 비참한 생활이 제3세계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면, 19~20세기에 대규모 사회운동의 도화선이 됐던 런던이나 파리, 뉴욕의 참담한 극빈층의 삶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또한 이 도시들을 병들게 했던 열악한 공동주택과 영세한 공장, 그리고 아동 착취 및 노동 등에 반기를 들었던 소설가 찰스 디킨스와 빅토르 위고, 사진가 제이콥 리스의 개혁에 대한 열정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지금은 이 도시들 모두 가장 자랑스러운 선진국 대도시 반열에 올라 있다. 이처럼 해결책은 예전에 이미 나와 있었던 것이다. 사진기자 스튜어트 프랭클린과 나는 사람들이 급격한 도시 성장에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상파울루·방콕·라고스·하이데라바드 등지를 돌아보았다. 나는 깜짝 놀랄 준비를 하고 갔는데, 역시 놀랄 만했다. 그러나 가장 깊은 인상을 준 것은 형언하기 힘든 혼란이라든가 숨막히는 공기, 북적대는 빈민가, 무분별하게 들어선 고층 빌딩들, 또는 악취 나는 하천이 아니라 바로 사람들이었다. 엄청나게 강인하고, 씩씩하며 창의적이고, 희망적인 사람들 말이다. 도시 변두리 판자촌과 북적대는 구시가지의 낙후지역에서 나는 가장 큰 골칫거리처럼 비쳐지는 사람들이 사실은 도시의 가장 풍부한 자원임을 깨달았다. 단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