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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고대 미술

글 : 톰 오닐 사진 : 베노이 K. 벨

5세기 인도 화가들이 인간이 만든 희미한 동굴 속에 놀라운 벽화들을 그려놓았다. 이 벽화들은 솜씨 좋은 사진작가 덕분에 빛을 보게 됐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황홀경에 빠진 표정은 다양하지만 1500년 전 인도의 한 석굴에 그려진 벽화에 견줄 만한 것은 거의 없다.
이 벽화를 보기 위해서는 우선 어둠에 익숙해져야 한다.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이내 벽화에서 눈을 떼기 힘들다. 상반신을 벗은 남자가 높다란 왕관을 쓰고 한 손에 가녀린 연꽃 한 송이를 들고 있다. 남자의 몸은 자기 귀에만 들리는 음악에 맞춰 마치 춤이라도 추는 듯 기울어져 있다. 평온하기 그지없는 얼굴, 반쯤 감은 눈과 입가에 어린 옅은 미소는 가장 달콤한 꿈에 흠뻑 도취된 듯하다.
평온함을 발산하는 이 얼굴은 5세기부터 존재했다. 당시 승려들은 인도 중부의 아잔타에서 손으로 바위를 깎아 만든 석굴사원에 기거했다. 행복감에 충만한 이 주인공의 이름은 연화수보살로 무한한 자비를 상징하는 불교의 신이다. 한 석굴사원 입구를 지키고 있는 연화수보살은 사원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에게 평화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림은 거울입니다.” 나를 안내하는 인도 출신 사진기자 겸 영화제작자 베노이 벨이 속삭였다. “우리들 내면의 신성한 부분을 비춰주니까요.”
나는 벽화를 직접 보기 위해 벨과 함께 뭄바이 동쪽에 위치한 아우랑가바드라는 지방도시로 차를 몰았다. 지금은 휴경상태여서 흙이 잉크처럼 검은 목화밭을 지나, 뿔을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화려하게 칠하고 방울 소리를 내는 소들을 피해가며 한 시간 남짓 달린 끝에 우리는 와고라 강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차를 세웠다.
검은 현무암 암벽에 24개가 넘는 인공석굴이 뚫려 있다. 기둥과 조각상들로 장식된 석굴들의 전면이 의외로 웅장해 요르단의 고대도시 페트라에 있는 바위를 깎아 만든 묘와 사원들을 연상시킨다. 화려하고 장엄한 아잔타 사원군의 규모를 보면 왕이 사원 건립에 얼마나 많은 재정 지원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이곳 석굴사원 대부분은 AD 5세기 중엽 인도 중부의 방대한 영토를 통치했던 하리셰나 왕 시절에 조각됐다. 당시 아잔타 석굴에 사는 승려는 수백 명에 이르렀다.
6월부터 9월까지 계속되는 우기에는 가파른 절벽 위로 폭포수가 떨어지고 승려들이 굽어보는 계곡은 짙은 녹음으로 뒤덮인다. 하지만 가장 건조한 달에는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고 강바닥에 먼지만 날린다. 이럴 때 시원한 굴속에 있으면 위안이 된다.
대부분의 석굴들은 내부가 예불실(‘차이티아’)과 승려들의 거주공간(‘비하라’)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기둥들로 둘러싸인 중앙 석실은 불상이 있는 불전으로 바로 이어진다. 바깥 복도를 따라 나 있는 출입구들은 돌침대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승려들의 방과 연결된다. 벽을 보기 전에는 건축양식이 엄숙하고 경건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벽을 쳐다보는 순간, 다른 세상으로 들어서게 된다. 아잔타 석굴 30곳에 있는 벽화 중 가장 정교한 벽화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그린 것이다. 그래서 연화수보살처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림들로 뒤덮여 있는 벽들이 많다. 수백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정교했던 벽화들 중 일부만 남아 있지만 이 사원들을 채웠던 관능적이고 영적인 분위기를 환기시키기에는 충분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생물들의 모습이 벽면에 묘사돼 있다. 부처와 또 다른 깨달음의 존재인 보살들이 있고, 왕자, 공주, 상인, 거지, 악사, 하인, 연인, 군인, 성직자들도 있다. 코끼리, 원숭이, 물소, 거위, 말, 그리고 개미까지 인간 무리에 합류한다. 나무들은 울창하고, 연꽃들은 활짝 폈으며, 구불구불하게 줄기를 뻗은 덩굴식물들도 보인다.
복잡하고 정교하게 구성된 벽화들 중 대부분이 부처의 여러 전생을 다룬 ‘본생경’에 관한 그림이다. 다른 벽화들은 아잔타의 화가들보다 약 1000년 전쯤에 살았던 역사상 인물인 부처, 즉 인도 왕자 출신의 석가모니가 겪은 일들을 다루고 있다. 보는 행위를 통해 자기 헌신에 눈뜨게 하고 영적 깨달음을 고취시키려는 의도로 그린 이 벽화들은 5세기 회화 양식의 고전이다. 오늘날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방문객들에게 그림의 내용은 난해하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형상들을 만날 때 느끼는 감동은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극락에 대한 시각은 시간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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