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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전령, 꽃가루

글 : 랍 던 사진 : 마틴 외거리

새와 벌이 사랑을 나누듯, 종자식물도 사랑을 주고받는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시하는 게 참 많다. 사랑하는 이성에게 걷거나 기어서, 때로는 술을 한잔하고 휘청거리며 접근하는 것도 우리에겐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식물은 그런 사치를 누리지 못한다. 지구의 육상 식물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짝짓기를 하기 위해 서로 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어야만 했다. 오늘날 이끼가 주변 이끼에게 허연 ‘정자’를 빗물에 띄워 보내 수정을 하는 것처럼 초기의 식물들은 물이 있어야 번식할 수 있었다. 따라서 물방울이 암수를 연결해주는 축축한 땅에서만 식물이 살 수 있어서 육지는 대부분 칙칙한 흙빛이었다.

그러던 중 3억 7500만여 년 전 어느 날 사건이 일어났다. 식물 중 한 계통이 진화하여 꽃가루(화분)와 씨앗(종자)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쉽게 말하자면 꽃가루는 식물의 정자다. 꽃가루 하나에는 정핵이 두 개씩 들어 있으며, 대개 샛노란 껍질로 싸여 있다. 껍질은 정핵을 보호하는 한편 꽃가루를 이웃 식물로 운반하는 역할도 한다. 꽃가루는 긴 세월 서로 떨어져 그리워하던 식물들이 사랑의 결실을 맺도록 이어줌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킨 진화의 마술사이다.

그러나 알갱이 몇 개만이라도 목표지점에 도달하기를 바라며 바람에 몸을 맡기는 꽃가루의 여정은 험난하기만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더 정교한 장치들이 등장했다. 꽃가루 주머니가 터지면서 꽃가루 알갱이를 멀리 보내는가 하면, 풍선 같은 날개를 만들어 꽃가루를 산들바람에 실어 보내기도 했다. 한편 식물들은 꽃가루를 수천, 수백만, 수십억 개씩 만들기 시작했다. 숫자가 많을수록 가루받이에 성공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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