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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리는 신비의 동굴

글 : 데니스 흐루비 사진 : 로비 숀

알프스산맥의 얼음 동굴들은 지구상에서 손꼽히는 절경을 자랑한다. 현재 지구온난화가 이 장엄한 지하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어린 시절 카롤리네 잔커(48)에게는 마법처럼 신비한 놀이터가 있었다. 그녀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인근의 예스러운 마을 장크트마르틴바이로퍼에 자리 잡은 자신의 집에서 작은 순례 교회를 지나 로퍼산맥으로 걸어 올라가곤 했다. 우뚝 솟은 봉우리 아래 해발 1585m 지점에서 잔커는 좁은 석회암 사이를 미끄러지듯 통과해 산속으로 바로 기어들어가곤 했다. 프락스 얼음 동굴은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곳이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오스트리아 아이스리젠벨트 동굴의 후미진 곳에 습기와 찬 공기가 만나 정교한 서리 결정체가 만들어졌다. 이 동굴은 거대한 얼음덩어리들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현재 얼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마치 폭포가 얼어붙은 것처럼 동굴 천장에서 얼음이 쏟아져 내려와 있었고 길이가 수백 미터에 이르는 좁은 동굴 바닥에서 얼음이 탑처럼 솟아 있었다. 벽에는 얼음 결정과 고드름이 귀한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로웠죠.” 현재 동굴 안내원으로 일하고 있는 잔커가 기억을 떠올린다.
 
호흐슈나이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동쪽에 있는 한 동굴에서 인스브루크대학교 소속의 고기후학자 탕기 라신이 탄소연대측정법을 이용해 분석 작업을 하기 위해 얼음에서 잔가지와 솔잎을 떼어내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얼음의 형성 시기와 기후가 변함에 따라 수천 년에 걸쳐 나타난 얼음의 증감 추이에 대해 밝혀낼 수 있다.
이 동화 같은 세계는 기후변화로 인해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지난가을, 나는 프락스 얼음 동굴로 들어가 헤드램프를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진 곳에 비춘 채 몇 시간에 걸쳐 바닥을 기고 통로를 오르며 몸을 꿈틀거렸다. 그러면서 오래전 어린 카롤리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들을 아주 조금이나마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왔다. 하지만 온도계는 3℃ 언저리를 가리키고 있었다. 가장 넓은 동방에서조차 얼음 결정체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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