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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을 향한 원대한 도전

글 : 나디아 드레이크 사진 : 카르스텐 페터, 크리스 건

우주생물학자들이 태양계의 얼음 위성들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그들은 이곳 지구에서 자신들의 기술을 검증해야 한다.

엄지손가락으로 계기판을 조작하자 설상차가 눈과 얼음의 바다를 가로지르며 질주하기 시작한다. 어스름한 황혼 녘에 주변 풍광은 영묘한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다. 나는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에 산재한 얼어붙은 피오르 중 한 곳을 하루 종일 누빈 뒤 마을로 되돌아가는 중이다. 산악 지형의 섬들로 이뤄진 북극권 스발바르제도에서는 오로라가 종종 하늘에서 일렁이고 일각고래와 흰돌고래, 바다코끼리가 바다에서 헤엄치며 자신들의 영역을 순찰한다.

때는 3월이었고 약 한 달 전부터 해가 마침내 지평선 위로 다시 떠오르기 시작한 터였다. 나는 10명의 과학자와 함께 ‘핑고’라고 불리는 특이한 지형,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안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찾아다니고 있다. 영구 동토층에 자리한 이 돔 형태의 지형은 흙무덤부터 낮은 언덕에 이르기까지 크기가 다양하며 내부에 스며든 물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계절에 따라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 기온이 영하 25°C를 맴도는 가운데 옷을 겹겹이 껴입은 과학자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연구 현장을 오가며 빙핵과 물 시료를 채취한다.

핑고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통해 태양계의 다른 세계, 즉 얼음 표층 아래로 광활한 바다가 존재하는 얼음 위성들에서 외계 생명체가 어떤 방식으로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엿볼 수 있다. 그 이유는 겨울에 핑고 안의 생명체가 “태양 에너지에 일절 의존하지 않고 화학 에너지만을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노르웨이 트롬쇠대학교 소속의 미생물학자 디미트리 칼레니첸코는 설명한다.

지구상에 태양광을 거의 받지 못하는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비교적 최근에 밝혀졌다. 땅속 깊숙한 곳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연구하는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소속의 지질학자 바버라 셔우드 롤라에 따르면 오랫동안 학계에서는 “지구상의 생명체가 주로 지표면에 한정돼 살아가며…전적으로 광합성에 의존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다가 1970년대 말에 잠수정 앨빈호가 갈라파고스제도 인근의 열수 분출공을 탐사하던 중 수심 약 2.5km 지점에서 번성하는 생태계를 발견했다. 이를 계기로 생명체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자연 앞에서 겸손해질 수밖에 없게 된 사건 중 하나였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조차 그동안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현상과 환경이 여전히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셔우드 롤라는 말한다.

이와 비슷하게 과학자들은 생명체의 서식 가능성이 태양과의 거리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 과학자들은 거대 행성의 중력 작용에 의해 온도가 높아진 머나먼 위성 세 곳의 바닷속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그 세 곳의 위성이란 얼음 표층 아래로 지구의 바다보다 수량이 풍부하며 염분을 함유한 해수가 존재하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 남극의 균열 지대에서 분출하는 광활한 바다가 있으며 표면이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 토성의 작은 위성 엔셀라두스, 지표면에는 탄화수소로 이뤄진 호수가, 지표면 아래에는 바다가 존재하는 독특한 지형인 토성의 위성 타이탄이다. 관측 결과에 따르면 각각의 위성은 생명체가 존재하는 데 필요한 화학적 조성과 물, 에너지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위성들의 바다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여부는 곧 밝혀지게 될지도 모른다. 유럽 우주국(ESA)의 탐사선 주스(JUICE)가 목성뿐 아니라 그 둘레를 도는 얼음 위성들을 탐사하기 위해 목성계를 향하고 있다. 내년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가 유로파의 얼음층과 염수 바다의 비밀을 풀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그리고 2020년대 후반에는 NASA의 드래곤플라이 임무를 통해 안개에 싸인 위성 타이탄의 표면에서 생명체의 징후를 감지할 일련의 장비를 탑재한 무인기가 발사될 예정이다. 엔셀라두스 탐사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행성을 연구하는 과학자에게는 정말 흥미진진한 시기입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생명체를 발견할지도 모르니까요.” 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의 모건 케이블은 말한다.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는 이 계획들에는 총 수십억 달러가 투입됐다. 지구에서 우주생물학 탐사를 준비하는 과학자들은 춥고 어두운 변방에서 관련 장비와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타이탄의 경우 지표면의 화학적 조성을 똑같이 재현하기는 어렵지만 이 세 위성의 지표면 아래에 있는 바다는 지구의 바다와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지구 표면부터 지하 동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되는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이질적인 몇몇 생물종을 조사한다. 이들의 발견을 통해 지구뿐 아니라 어쩌면 외계 생명체의 기원에 관한 수수께끼가 풀릴지도 모른다.
 
사진작가 카르스텐 페터가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에서 설상차의 전조등이 비추는 가운데 드론을 날리고 있다. 이 일대에서 가장 큰 핑고, 즉 돔처럼 생긴 지형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핑고 아래의 저수층과 얼음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연구하는 미생물학자 디미트리 칼레니첸코는 북극의 황혼에 휩싸인 인근의 바위 턱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CARSTEN PETER
내가 스발바르제도의 설원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4년 전 과학자 및 기술자 약 35명과 함께 노르웨이의 쇄빙선 크론프린스하콘호에 승선할 준비를 할 때였다. 우리는 롱위에아르뷔엔을 출항해 그린란드 북쪽의 해저에 있는 균열 지대로 향했다. 그곳의 약 4km 아래에 있는 심해저에는 펄펄 끓는 시커먼 유체가 용출하는 오로라 열수 분출공 지대가 형성돼 있다. 해저 아래에서 염수가 고온의 암석과 뒤섞이면서 이 같은 분출 현상을 일으켜 생물이 번식하는 데 필요한 열과 화학적 반응을 만들어낸다. “온갖 종류의 기이하고 경이로운 생명체가 이곳에 서식할 수 있습니다.” 북쪽으로 항해하는 배 위에서 우즈홀 해양연구소 소속의 해양지구화학자 크리스 저먼이 말했다. 영구 얼음층 밑에 자리한 오로라 열수 분출공 지대는 지구에서 유로파와 엔셀라두스의 해저를 짐작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일 수 있다. 

저먼과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오로라 열수 분출공 지대를 탐사하기 위해 승합차 크기의 최첨단 무인 잠수정 ‘누이(NUI)’를 동원했다. 이 300만 달러짜리 기기는 얼음 아래의 생태계를 탐사할 목적으로 설계됐다. NUI는 수심 5km 지점까지 잠수해 4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할 수 있으며 재충전 없이 12시간 동안 작동한다. NUI는 자율적으로 작동하지만 원격 조종도 가능하다. 과학자들은 NUI에 장착된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영상을 보면서 이 잠수정을 조작해 특정한 침전물이나 생명체를 채취할 수 있다.

“NUI를 훗날 유로파로 날아갈 로봇 탐사선의 조상 격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호모 하빌리스처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바람입니다.” 부빙을 헤치고 나아가는 배 위에서 JPL 소속의 우주생물학자이자 본 협회의 탐험가인 케빈 핸드가 대원들에게 말했다.

상대적으로 얇은 북극해의 얼음층은 외계 해양을 뒤덮고 있는 얼음 표층에 비하면 다루기가 쉬운 편이다. 엔셀라두스에서 간헐천이 용출하는 남극 지점의 얼음 두께는 1km 미만일 가능성이 있지만 유로파의 경우 그보다 훨씬 두꺼운 것으로 추정된다. 유로파 클리퍼와 JUICE 임무의 공통적인 중점 과제 중 하나는 유로파의 얼음 표층과 지표면의 조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두 탐사선은 유로파를 근접 비행하면서 얼음 표층의 두께를 측정하고 그 층위와 하부의 바다를 분석할 예정이다. 과학자들은 두 탐사선이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 향후 프로젝트에서 얼음 표층을 관통해 그 아래에 있는 물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

NASA의 카시니 탐사선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토성 궤도를 돌면서 엔셀라두스의 물기둥에서 시료를 수차례 채취해 염분과 이산화규소, 유기 분자, 분자 수소를 검출했다. 모두 해저 활동의 명백한 징후다. 또한 지구 생명체에게 필수적인 원소인 인을 확인했다. 이번 항해에서 NUI의 임무는 오로라 열수 분출공 지대를 최초로 정밀하게 살펴보고 이 지대가 심해 생명체들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영구 얼음층으로 뒤덮인 칠흑 같은 외계의 바다에서는 이 같은 유형의 생명체들이 진화할지도 모른다.

오로라 해산에 도착한 지 이틀째 되는 날, NUI가 오로라 열수 분출공 지대를 향해 잠수했다. 잠수정이 해저에 도달하기까지는 몇 시간이 걸렸다. 조종실에서 조종사가 잠수정을 조작했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 문제가 발생했다. NUI가 목표 지점에 가까워지자 잠수정에 탑재된 시스템이 하나씩 꺼진 것이다. 이후 조종사는 잠수정 제어 능력을 상실했다고 보고했다. 잠시 후 탐사 팀은 잠수정에 무게추를 분리하고 수면으로 상승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NUI는 계속해서 가라앉았다. 몇 분 후에 NUI가 해저에 닿았다. 무게추가 분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다. 아니면 잠수정의 주요 덮개에 누수가 발생해 내부가 침수됐고 이로 인해 중량이 증가하면서 잠수정이 수면으로 부상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다.

나는 저먼에게 0점부터 10점까지를 기준으로 얼마나 걱정이 되는지 물었다. “10점입니다. 굉장히 안 좋은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요.” 그는 답했다. 저먼은 탐사 팀의 보물이며 훗날 우주로 떠날 잠수정의 조상이 될지도 모르는 NUI를 잃는 것은 “매우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잠수정이 열수 분출공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NUI에 장착된 카메라를 켤 수만 있다면 오로라 열수 분출공 지대를 코앞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렇게 사흘이 흘렀다. NUI 탐사 팀이 잠수정의 위치를 관찰하며 상황의 변화를 주시하는 동안 핸드를 비롯한 몇몇 대원은 예비 부품을 이용해 신발 상자만 한 주황색 수중 장치를 급조했다. 짐작건대 그들은 이 임시변통한 장치로 NUI를 낚아 올리는 긴박한 구출 작전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아침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NUI가 수면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최후의 안전 장치, 즉 잠수정과 무게추를 연결하는 부식성 와이어가 작동한 것이다. 염분을 함유한 바닷물이 와이어를 부식시키는 데 걸린 시간이 애초에 예상했던 24~48시간보다 더 길어진 것뿐이었다. 아마도 영하의 북극해에서 화학 반응 속도가 느려진 탓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날 오후 NUI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항해에서 NUI가 오로라 열수 분출공 지대를 탐사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열수 분출공까지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입증됐다. 같은 날 저녁에 탐사선은 유빙의 도움을 받아 열수 분출공 바로 위로 이동해 해저까지 고성능 카메라를 늘어뜨렸다. 화상 이미지를 통해 오로라 열수 분출공 지대에 고온의 황화물을 수중으로 뿜어내는 거의 2m에 달하는 거대한 틈인 ‘블랙스모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탐사선의 공동 수석 과학자 에바 라미레즈-로드라는 열수 분출공 치고는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의 수가 현저히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가 발견한 것이라고는 소수의 달팽이와 갑각류뿐이었으며 다른 심해 열수 분출공 주변에 모여 사는 독특한 서관충과 조개류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황량한 풍경 속에서 육방해면류가 밀생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번성하는 유기체로 보이는 골편을 지닌 이 생물은 거의 살아 있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녀석의 골격은 대부분 탄산칼슘이 아니라 이산화규소로 이뤄져 있다. 이는 논리에 부합하는 현상이다. 심해에는 이산화규소가 풍부하다. 이 신비로운 해면동물은 이산화규소를 활용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오로라 열수 분출공 지대 인근의 황량한 북극해 해저에서는 생물들이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활용한다. 이 사진에서 붉은 새우 한 마리가 육방해면류 위를 헤엄치고 있다. 육방해면류의 골편은 주로 심해저에 풍부한 이산화규소로 이뤄져 있다.
OFOBS, AWI TEAM의 동영상 중 한 장면
때때로 북극은 외계의 바다보다 더 춥다. 나처럼 추위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웃어 넘길 일이 아니지만 이탈리아 지하 동굴의 축축하고 끈질긴 냉기는 훨씬 더 지독했다. 한기가 뼈에 스며들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태양계에 있는 외계 천체들의 환경이 열대 기후에 가깝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지난 2월에 과학자들과 함께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프라사시 동굴계를 방문했다. 그들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지구상의 생물, 즉 이 동굴의 수중 통로 깊숙한 곳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찾고 있었다. 유독하고 산소가 결핍된 물속에서 생장하는 이 특이한 미생물 군집은 해양 열수 분출공에 기대어 살아가는 유기체와 마찬가지로 물이 암석과 반응하면서 발생하는 열에서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이 열이 황화수소와 메탄 같은 대사 연료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화학 반응이 얼음 위성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들은 프라사시 동굴계의 화학적 조성이 지구 생명체가 처음 탄생했을 수도 있는 원시 해양과 유사한 것으로 추정한다. “처음 형성됐을 무렵의 지구는 지금과 전혀 다른 행성이었습니다. 만약 이 대수층이 지구의 원시 해양과 흡사하며 지구의 원시 해양이 다른 행성의 해양과 유사점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곳이야말로 생명체 탐지 기술을 연마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소속의 지질미생물학자 제니퍼 매칼레디는 말했다.

이 동굴계에서 가장 큰 공동은 건물 65층 높이에 달한다. 규모가 어찌나 큰지 이탈리아인들이 규모를 견줄 때 즐겨 사용하는 척도인 밀라노 대성당이 들어갈 정도다. 다만 이 동굴 안의 유일한 석상들은 무기물이 풍부한 지하수가 한 방울씩 서서히 스며들어 만들어졌다는 차이가 있다. 이곳의 석상들은 석회석과 지하수, 산의 조합으로 만들어졌다. 빛을 발하고 끈적거리며 수정으로 반짝거리는 이 석순 중 일부는 높이가 20m에 육박하며 둘레는 오래된 삼나무와 맞먹는다.

방대한 지하 대수층으로 연결돼 있는 이곳 호수들의 실제 규모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프라사시 대수층은 수중 탐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수질이 유독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로프를 능숙하게 다뤄야 하고 체력이 강해야 합니다. 잠수도 할 줄 알아야 해요.” 매칼레디는 말했다. 그녀는 프라사시 동굴계를 처음 찾았을 때만 해도 동굴 탐사 경험이 전무했다. 하지만 지금은 숙련된 동굴 탐험가이며 이탈리아어도 유창하게 구사한다.

이곳 대수층에는 맑은 담수층 아래로 유독한 황화수소로 가득 차 있는 염수가 존재한다. 이 염수는 지구 심부에서 보글보글 솟아오르며 악취를 풍길 뿐 아니라 산소가 포함돼 있지 않다. 다시 말해 미생물의 대사를 촉진하는 용존 산소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황화수소층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생존해 있는 미생물 군집을 발견했죠.” 매칼레디는 말했다.

2004년에 이탈리아 출신의 잠수부들이 프라사시 동굴계에 있는 호수 중 하나인 라고인피니토의 유독성 수층 안에 놀랍게도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거무죽죽한 실 형태의 생물막이 물에 잠긴 암석 천장에 매달려 있었는데 그중에는 길이가 1m에 달하는 것도 있었다. 잠수부들은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호수 밑바닥에서 이를 발견하고는 겁에 질려 달아나버렸다. “낯선 동굴에서 찐득거리는 물질과 마주치면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기 마련입니다.” 매칼레디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프라사시 동굴계에서 발견된 미생물 중에서 매칼레디가 관심을 갖는 대상은 독립 영양 생물이다. 가스와 무기물에서 양분을 얻는 이 미생물은 몇몇 지하 호수에서 발견됐으며 검은색에 촉수를 지닌 것처럼 보일 때도 있고 회색에 깃털 형태일 때도 있다. 잠정적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천 종의 미생물이 모여 이처럼 기묘한 부착물을 형성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식별이 가능한 유전자 서열을 보이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규명된 사례는 없다. 게다가 상당수는 매칼레디가 “유전학적 암흑 물질”이라고 부르는 미지의 단세포 생물이다. 그녀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더 많은 미생물의 유전자 서열을 분석하고는 있지만 “이 유전학적 암흑 물질이 대량으로 포함된 군집을 발견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매칼레디의 연구 조교 대니 부크헤이스터는 신비에 싸인 독립 영양 생물을 실험실에서 배양할 수 있도록 잠수부들이 이번 탐사에서 생물막을 채취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독립 영양 생물을 실험실에서 배양할 수 있다면 그녀는 이 미생물의 정체를 파악하는 한편 녀석들이 유독하고 숨막히는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알아낸 사실과 외계 생명체와의 연관성에 주목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태양계에서 생명체를 찾아낸다면 아마도 지하 환경에서 찾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점점 더 강하게 들었어요. 내가 미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는 극한의 환경을 미생물이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부크헤이스터는 말했다.

그런 이유에서 우리는 탐방로에서 로프를 타고 25m를 하강해 라고델오르사의 질퍽거리는 가장자리에 다다랐다. 두 명의 잠수부가 생물막 시료를 채취하기 위해 차가운 청록색 물속으로 들어간 터였다. 하지만 10분이 지난 후 케니 브로드만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는 동료 잠수부인 나디르 콰르타를 찾기 위해 수중 지형이 거의 파악되지 않은 호수로 다시 잠수해 들어갔다. “왜 두 사람 다 올라오지 않은 건지 이유를 모르겠네요.” 매칼레디는 미끄러운 바위 위에 균형을 잡고 선 채 어둠 속으로 헤드라이트를 비추면서 말했다. 침묵이 흘렀고 공동에는 호숫물이 동굴 바닥에 철썩철썩 부딪히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영겁처럼 느껴지던 몇 분이 흐른 후 두 잠수부가 수면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좀 무서웠어요.” 브로드가 대원들에게 말했다. 2011년 올해의 롤렉스 내셔널지오그래픽 협회 탐험가로 선정된 바 있는 미국 마이애미대학교 소속의 환경인류학자 브로드는 이번 탐사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몇 안 되는 잠수부 중 한 명이었다. 이번 탐사에는 능숙한 재호흡기 사용 능력과 수중 촬영 및 연구 시료 채취 경험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잠수 후 두 사람은 떨어지게 됐고 콰르타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엉망진창인” 통로로 내려갔다. 가시성이 좋지 않은 물속에서 브로드는 콰르타를 찾을 수 없었다. 이는 잠수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두 사람이 무사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매칼레디는 이렇게 물었다. “부들부들한 회색 물질을 찾았나요?”


브로드는 라고델오르사에서 이뤄진 두 번째 잠수 시도에서 그에 따르면 “꽤 얕은” 수심 20m 지점까지 내려가 얇은 생물막을 대형 주사기 다섯 개에 가득 채웠다. 이 생물막은 극도로 연약해 살짝만 움직여도 떨어져나갔다. “시각적으로 충격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굴에 별세계 같은 면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른 세계로 가는 관문 같아요.” 그는 기억을 되새기며 말했다.

매칼레디는 현장 기지의 실험실에서 현미경으로 생물막을 관찰했다. 면사와 흡사한 가닥으로 이뤄진 회색 촉수에 검은 황철석 덩어리가 군데군데 붙어 있었다. 이는 어쩌면 악취가 나는 황화수소를 황철석과 수소 기체로 전환시키는 원시 대사 경로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일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에너지 소모량이 적은 대사 경로를 통해 지구 최초의 생명체가 에너지를 얻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그 증거를 찾아낸 적은 없다. 하지만 곧 그 증거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이것이 우리가 찾고 있는 원시 대사의 노폐물인 구형의 황철석입니다. 이것이 단서예요.” 매칼레디가 검은 구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의문을 풀고 미생물의 정체를 규명하는 것은 부크헤이스터가 실험실에서 미생물을 배양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쉽지 않을 수 있다. 연구진의 잠정적인 추정에 따르면 이 미생물이 100년 또는 1000년에 한 번꼴로 분열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그 이유 중 하나다. 프라사시 대수층의 깊은 곳에는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매우 희소하다. 그래서 이 미생물들이 북극 심해에 서식하는 육방해면류와 마찬가지로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든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그것이 내 전문 분야입니다. 지구 생명체의 한계와 기묘한 서식지 그리고 이러한 지식이 외계 탐사 방식과 장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것 말입니다.” 부크헤이스터는 말했다.


내가 3월에 다시 찾은 롱위에아르뷔엔에서는 크론프린스하콘호에 동승했던 칼레니첸코가 역시 이곳을 다시 찾은 핸드와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우리가 얼어붙은 북극 지역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탐사대의 공동 수석 과학자인 라미레즈-로드라와 그녀의 연구진은 2021년에 오로라 열수 분출공 지대를 다시 찾아가 블랙스모커 두 곳에서 분출되는 유체를 채취했다. 이 두 열수 분출공에는 엔셀라두스와 가니메데라는 이름이 붙었다. 가니메데는 목성 궤도를 도는 거대한 얼음 위성으로 태양계에서 가장 큰 위성이다.

하지만 이번 탐사의 목표물은 해빙이 아니라 핑고에 있는 육지 얼음이다. 이번 탐사대는 롱위에아르뷔엔에 인접한 세 지점에서 빙핵을 채취하고 미생물 군집을 동정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이미 이 미생물들이 심해 생물다양성 중심지에 서식하는 종과 유사한 특성을 공유한다고 상정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칼레니첸코는 “심해에서 관찰되는 현상”이 핑고에서도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프라사시 대수층에서 그랬듯 일부 핑고 저수층에서도 악취를 통해 황화수소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의 얼음은 핸드가 “생명체의 첫 점심 식사”라고 표현하는 화학 물질인 메탄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두 분자는 미생물의 먹이인 동시에 노폐물이 될 수 있다. 적절하게도, 황화수소와 메탄을 섭취하고 배출하는 대사 경로는 내가 이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방문한 장소들의 화학적 조성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 경로는 비록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단세포 생물에게서 관찰되는 다양한 대사 경로 중 가장 단순하고 에너지 소모가 적은 편이기 때문에 외계에서 발생할 법한 상황을 유추해보는 유용한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핸드는 빙핵을 녹이고 그 안의 메탄을 분석해 이 기체가 생물학적으로 생성된 것인지 아니면 지질 및 화학 작용의 산물인지 확인할 수 있다. 언젠가는 이 같은 기술을 외계의 얼음 조각에도 적용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계의 생명 활동을 파악하는 일은 메탄의 탄소 원자를 분석하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다. 얼음 속에 갇혀 있거나 바닷물 몇 밀리미터 안에서 부유하는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원격으로 파악하려면 다양한 생명 지표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와 화학적 조성이 유사한 유로파나 엔셀라두스 같은 위성에서는 자신들이 무엇을 찾아야 할지를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반면에 드래곤플라이가 탐사할 예정인 타이탄의 지표면은 겉보기에는 지구와 비슷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화학적 조성은 전혀 딴판이다. 타이탄은 기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액체 상태의 메탄과 에탄이 호수와 바다를 형성하고 있으며 바위처럼 단단한 얼음 지형을 이루고 있다. 타이탄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내는 일은 사뭇 다른 형태의 도전이 될 것이다. “외태양계에서는 상당한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탐사하려는 태양계 영역의 특성이 그러합니다.” 드래곤플라이 임무를 지휘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응용물리학연구소의 행성과학자 엘리자베스 ‘지비’ 터틀은 말한다.

이 위성들 혹은 태양계에 있는 다른 세계에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파악하는 일은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생명체의 존재를 밝혀내야만 합니다. 그 발견을 통해 우주에서 지구의 위치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 획기적인 변혁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JPL 유로파 클리퍼 임무의 책임자 로버트 파팔라르도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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