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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초래한 애매한 국경선

글 : 프레디 윌킨슨 사진 : 코리 리처즈

미국의 한 정부 기관이 지도 위에 그은 작은 선 하나 때문에 인도와 파키스탄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장에서 맞서게 됐다. 지도를 누가 고쳤는지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파키스탄 육군 특수부대 소속 압둘 빌랄 소령은 카라코람산맥의 깊은 산중에 드러난 노두 밑에서 부대원들과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날은 1989년 4월 30일이었다. 해발 6500m를 웃도는 고지대에서 11명의 남자들이 희박한 공기를 들이마시려고 애쓰는 동안 늦은 오후에 불어 닥친 눈보라가 그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얼핏 보면 그들은 등반가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흰색 위장용 군복을 착용하지 않고 어깨에 기관단총만 메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파이주 행정 초소에 착륙한 Mi-17 헬리콥터에서 파키스탄 군인들이 짐을 내리고 있다. 필수 보급품은 항공 연료를 담은 드럼통에서 철근과 신선한 달걀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살토로산맥 양 측면에 배치된 군인들에게 헬리콥터는 생명선이다. “헬리콥터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죠.” 한 장교가 말했다. 
실제로 등반가들은 전망이 좋은 이 지점을 탐냈을지도 모른다. 북서쪽으로 80km 떨어진 곳에는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인 K2의 거대한 형체가 지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눈 덮인 산들은 대부분 미답봉으로 남아 있었으며 이름도 없이 고도를 나타내는 숫자로만 지도에 표시돼 있었다. 
 
파키스탄 육군 62여단에 배속된 군인들이 발토로 빙하 끝에 있는 트랑고타워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곳은 험하지만 우리의 땅이니 한 뼘이라도 반드시 지켜내야죠.” 한 군인이 말한다.
부대원들이 ‘2만 2158’로 표시된 봉우리에 있는 이 기지까지 가려면 눈사태로 쓸려 내려온 바위와 얼음으로 이뤄진 급경사면을 올라가야 했을 것이다. 이곳을 오르다가 네 명이 사망했다. 빌랄의 부대는 이 급경사면을 오르는 대신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했다. 부대원들이 한 명씩 밧줄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헬리콥터는 산소가 희박한 빙점 이하의 대기에서 가까스로 버티며 떠 있었다. 정상에서 약 450m 아래 지점에 내린 빌랄의 부대원들은 일주일간 밧줄을 바위에 고정시키며 산 위쪽을 정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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