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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록은 다 어디로 갔을까?

글 : 닐 셰이 사진 : 케이티 올린스키

거대한 순록 군집은 수천 년 동안 북아메리카 대륙을 누비며 살아왔다. 하지만 오늘날 순록 개체수는 줄고 있으며 누구도 그 원인을 알지 못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클라이드 모리(37)가 맹렬한 속도로 무리를 추격하고 있다. 그가 가속 레버를 당기자 새하얀 눈 입자들이 흩날린다. 나는 좀처럼 그를 따라잡지 못한다. 얼어붙은 대지 위에서 설상차를 이리저리 틀며 나아가고 있지만 내 운전 실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다. 우람한 순록의 먹음직스러운 살점을 혹은 사냥감을 해체할 때 양손에 흘러내리는 피의 온기를 갈망하는 마음도 모리만큼 크지 않다. 기온은 거의 영하 4℃까지 떨어졌고 4월의 매서운 바람이 이곳 산길로 휘몰아치면서 한기가 더욱 싸늘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리는 절대 장갑을 끼지 않을 모양이다.

“장갑을 착용하면 속도만 느려지거든요.” 나중에 그는 말한다.

모리는 성격이며 농구 실력, 칼로 가죽을 벗기는 손놀림까지 모든 면에서 재빠르다. 게다가 지금은 맹추격전을 벌이는 중이다. 모리가 몇 차례 급회전을 하더니 이내 멈춰 서서 어깨에 멨던 총을 꺼내 겨눈다. 풍선이 터지는 듯한 총성이 울리며 웅장한 산맥과 텅 빈 하늘을 배경으로 작은 여운을 남긴다. 100m 떨어진 곳에서 암컷 순록 한 마리가 고꾸라진다. 10~15마리의 어미와 새끼로 이뤄진 나머지 무리는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모리와 나는 쓰러진 순록에게 다가가 총알이 명중했는지 확인한다. 검은색 작업복에서 칼을 꺼내 든 모리가 사냥감 위로 몸을 구부린 채 작업을 개시한다. 그는 맨 먼저 순록의 머리를 잘라낸다. 미국 알래스카주 아낙투북패스에 사는 누나미우트족은 이 단계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매우 중요시한다. 그는 마치 아끼는 고양이를 품에 안은 것처럼 절단한 순록의 머리를 조금 떨어진 지점으로 조심스럽게 옮긴 다음 뒤집어서 눈밭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이제 이 순록의 영혼인 ‘이누아’는 육신을 떠나 영계로 승천할 수 있다. 그곳의 수호신은 순록의 영혼을 달랜 후 새로운 몸을 부여해 녀석을 다시 지상으로 내려보낼 것이다.
 
대니얼의 삼촌인 클라이드 모리가 설상차를 이용해 사냥한 순록을 집까지 운반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의 조부모는 1950년쯤 이곳에 정착하기 전까지 순록을 따라다니며 유목 생활을 했던 마지막 누나미우트족 세대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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